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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회개하지 않는 삶은 오직 멸망뿐 / 사순 제3주일 다해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3-24 조회수1,213 추천수3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회개는 새 출발의 다짐이다. 삶의 무거움을 벗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진정 은혜로운 일일게다. 이를 공적으로 함께 시도하자는 것이 사순 시기의 정신이니까. 인간은 변덕이 심하다. 그렇게 좋아하던 일도 금방 시들해하고, 그토록 좋아하던 이도 어느 날 사정없이 까발려 버린다나. 변덕은 누구에게도 예외 없는 슬픈 본능일수도. 그러니 끊임없이 새 출발을 다짐하지 않으면 회개 역시 변덕스러움만 나타내게 되리라. 우리는 회개가 뉘우치는 모습만을 먼저 연상한다. 틀린 건 아니지만 정답도 아닐 게다. 회개는 반성을 넘어 새 출발이 이루어져야 온전한 것이 되기에.

 

큰 회개는 작은 회개로부터이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큰 회개가 그리 요구되지 않을지도. 비록 작지만 잘못된 습관에서 돌아설 때 우리 운명은 달라지리라. 나쁜 습관은 좋은 걸 익히면 자연 바뀌기에. 그러기에 자신에 대해 칭찬보다 비난이 많다면야 고쳐야 할 게다. 진심으로 그렇게 해야만 한다. 본능을 조절하는 외길은 극기밖에는. 이 사순 시기에 희생과 절제를 익힌다면 우리 역시 부활을 맞이하게 될 게다.

 

예수님의 비유 말씀이다. ‘어떤 이가 자기 포도밭에 무화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 놓았다. 그리고 나중에 가서 그 나무에 열매가 달렸나 보았지만 하나도 찾지 못하였다. 그래서 포도 재배인에게 일렀다. “보게, 내가 삼 년째 와서 이 무화과나무에 열매가 달렸나 하고 찾아보지만 하나도 찾지 못하네. 그러니 잘라 버리게. 땅만 버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러자 포도 재배인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주인님,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 그동안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그러지 않으면 잘라 버리십시오.”(루카 13,6-9 참조)’

 

우리는 흔히 하느님을 무섭게 심판하시는 분으로만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분 자비와 용서를 부각시키면서 우리 죄를 멀리 치워 주시는 분임을 더 강조한다. 그러나 심판도 분명 그분 몫이다. 무화과나무가 열매를 맺지 못할 때 재배인이 그 나무를 곧바로 베어 버리지는 않겠지만, 끝내 맺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베어 버릴 것이니까.

 

이렇게 하느님은 분노에는 더디시나 자애는 넘치시기에 한없이 기다리시지만 끝내 심판은 엄히 하실 게다. 이렇게 그분께서는 우리가 잘못할 때마다 매번 벌하시거나 한 번 잘못한 이를 영원히 내치지는 않으시고 우리가 당신께 되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주실 것이다. 그렇지만 그분 인내에도 한계가 있음을 필히 직시하자. 어느 순간 우리는 삶에 마침표를 찍고 마치 이 세상과는 인연이 없는 사람처럼 떠나게 될 것이고, 그 언젠가 하느님께서는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시리라. 그때에는 더 이상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그러니 그분께서 지금 우리에게 베푸시는 이 크신 자비에 감사드리면서, 아직 시간이 있을 이때에 우리의 삶을 그분께로 돌리자.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를 끊임없이 회개하라신다. 그분께서는 결코 멀리가 아닌, 우리 가까이에 늘 머무르시면서 영원한 생명을 주시고자 하신다. 그러니 우리 모두는 철저한 회개의 삶으로 세상 한가운데에서 그분을 증언하자. 이 사순 시기는 우리가 회개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라는 거다. 회개를 한없이 미룰 수 없다. 당신께로 돌아오라고 오늘 우리를 불러 주시는 그분 목소리에 귀 기울여 은총을 청하자.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회개하란다.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기회에 우리를 깨닫게 하시려고 늘 초대하시면서, 당신께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라신다. 오늘도 우리를 부르시는 그분 목소리를 놓치지 않도록, 삶의 모든 일 안에서 귀 기울이자. 나무를 베어 버리듯, 우리의 삶도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베일게다. 삼 년이 지나도 열매 맺지 않는 나무를 당장 자르려는 마음은 어쩜 당연하다. 그렇지만 한 해만을 더 가꾸어보잔다. 열매 맺도록 둘레를 파고 거름을 줘 보잔다. ‘기다리자는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포도나무,회개,무화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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