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3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03-27 조회수1,849 추천수11 반대(0)

작년에 제주도에서 중견사제 연수를 하였습니다. 전국에서 사제들이 모여서 함께 지냈습니다. 안식년을 하면서 다른 교구에서 사목하는 신부님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대구에 있는 신부님을 만났습니다. 멀리 벗이 찾아오니 즐겁다며 친절하게 맞이해준 신부님이 있어서 즐거웠던 대구에서의 시간이었습니다. 주교좌성당인 범어동 성당도 보았고, 동기 신부님이 사목하는 성당에서 미사를 함께 했습니다.

 

대구에서 택시를 타면서 두 분의 기사를 만났습니다. 한분은 무뚝뚝하셨습니다. 대구에서는 볼 것도, 먹을 것도 별로 없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가족이 맛있다는 집에 갔는데 별로였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해 주었습니다. 처음 대구를 찾는 사람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설명이었습니다. 다른 한분은 무척 친절하셨습니다. 대구에서의 볼거리와 맛집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대구 사람이 즐겨 찾는 공원도 소개해 주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사분의 설명만 들어도 즐거웠습니다.

 

운전에는 3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준법운전입니다.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운전입니다. 정해진 속도를 준수하고, 신호를 잘 따르고, 운전하면서 화를 내지 않는 사람입니다. 사실 준법운전만 해도 운전을 잘 하는 것입니다. 과속 때문에, 신호를 지키지 않아서 사고를 내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저도 28년 운전하면서 교통법규를 어긴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안전운전입니다. 교통법규를 잘 지키면서 나의 안전과 타인의 안전을 고려하는 운전입니다. 운전하기 전날에는 가급적이면 술을 자제합니다. 장거리 운전을 하면 중간에 쉬는 시간을 갖습니다. 과속하는 차가 있으면 먼저 가도록 자리를 비켜줍니다. 안전운전하는 사람은 앞에 가는 차와 뒤에 오는 차의 운전 상태까지도 살피면서 운전합니다.

세 번째는 양보운전입니다. 장애인을 위해서 기꺼이 시간을 내는 분을 보았습니다. 봉성체를 위해서 차량 봉사하는 분도 보았습니다. 고장 난 차가 있으면 내려서 도와주는 분도 보았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운전은 누군가를 도와주고 먼 길 함께 가는 여정이었습니다. 친절하게 맛집과 볼거리를 알려주던 기사분도 양보운전을 하셨습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영신수련에서 신앙인이 가야할 겸손의 3단계를 이야기하였습니다. 운전의 3가지 모습과 비슷합니다.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겸손의 3단계를 깊이 묵상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첫 번째는 계명을 충실하게 지키는 것입니다. 주일미사를 지키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거짓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부자 청년이 예수님께 말했던 것입니다. 율법학자들이 연구하고, 지키려했던 계명입니다. 이렇게 계명을 충실하게 지키면 세상에서 큰 어려움 없이 살 수 있습니다. 다만 율법에 얽매여서 타인의 고통과 아픔을 보지 못한다면 착한 사마리아 사람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계명을 충실하게 지키면서 삶의 중심에 하느님이 있는 사람입니다. 주일미사는 물론 평일미사도 자주 참례하는 분입니다. 본당에서 실시하는 피정과 교육은 빠짐없이 참석하는 분입니다. 시간과 재물의 십일조를 충실하게 봉헌하는 사람입니다. 신앙이 자신을 자유롭게 하고, 신앙 때문에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밤하늘은 별들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처럼 이런 사람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세 번째는 하느님을 향한 사랑 때문에, 이웃을 위한 사랑 때문에 가진 것을 모두 내주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이 영광을 위해서라면 건강보다 아픈 것을 택할 수도 있고, 부유함보다 가난함을 택할 수도 있고, 오래 사는 것보다 일찍 죽는 것을 택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밤하늘에 별들이 많지만 길을 알려주는 북극성이 있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길에 이정표가 되어주는 분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습니다. 이 계명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고 또 사람들에게 그렇게 가르치는 사람은 하늘나라에서 가장 작은 자라 불릴 것입니다. 그러나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사람은 하늘나라에서 큰 사람이라고 불릴 것입니다.”

 

우리는 사순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기도, 희생, 나눔, 봉사를 충실하게 실천하여서 하느님 나라에서 큰 사람으로 불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신앙인들은 세상 사람들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 모습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서라면 율법과 계명을 지키고,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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