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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모님, 송구하옵니다.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19-04-03 조회수1,529 추천수1 반대(0) 신고

 

 

어제 본당에서 아치에스 행사가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아치에스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처음에 영세를 받고 참석한 후 참석했으니 근 칠 년 만에 하는 겁니다. 올해는 제가 소속된 저희 꾸리아에서 준비를 하기로 했습니다.

 

크게 준비는 레지오장을 할 때 레지오 깃발을 제대 가운데로 가는 통로에 세우는 것과 큰 벡실리움을 준비하는 것과 작은 제대상을 꾸미는 것이 다였습니다. 저희 꾸리아 간부 네 사람이 준비를 했습니다. 저는 중간에 꾸리아 단장님과 성당 창고에서 대형 벡실리움을 함께 성전으로 옮기고 나서 벡실리움에 묻은 먼지를 걸레로 닦아냈습니다.

 

처음에는 단장님이 지시를 해서 그냥 순순히 지시에 따랐습니다. 그냥 하는 일만 했습니다. 사실 갑자기 준비를 하는 바람에 닦을 만한 것이 잘 없어서 걸레를 빨아서 닦았습니다.

 

작은 벡실리움만 보다가 큰 벡실리움을 보며 평소 자세히 보지 않아서 그런지 성모님이 계신다는 걸 미처 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일단 그냥 전체 벡실리움에 묻은 먼지만 닦아내는 것만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녁에 미사 후에 아치에스 행사를 하는데 저는 잘 몰랐는데 꾸리아 간부는 따로 앉더군요.

 

저희 간부는 감실 앞 작은 레지오 제대상 앞에 앉아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시작기도와 묵주기도를 하고 까떼나를 한 후 신부님 강론을 하시는 순서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신부님께서 강론을 하시는 도중에 제대 한가운데 있는 큰 벡실리움을 보면서 순간 제 가슴이 아렸습니다.

 

신부님 강론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순간 낮에 벡실리움에 묻은 먼지를 닦아낼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사실 낮에는 성모님 주위에 묻은 먼지를 닦아낼 때 제가 좀 민망했습니다. 보통 성물인 성모상을 보면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사실 보면 성물이라도 성모님의 가슴라인이 자연스러운 것도 있고 어떤 건 약간 도드라진 모습을 한 것도 있습니다.

 

보통 보면 그냥 라인이 자연스럽습니다. 근데 오늘 제가 닦은 큰 벡실리움은 약간 성모님의 가슴라인이 아주 살짝 도드라진 모습이었습니다. 보니 나무로 제작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무리 나무로 제작이 되어 있지만 또 성물이지만 성모님 가슴주위를 닦는데 기분이 좀 묘했습니다. 그렇다고 안 닦을 수가 없고 그래도 조심조심 정말 민망하지만 살살 닦아냈습니다.

 

그렇게 낮엔 그 정도였는데 낮에 있었던 그 일이 생각나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왜냐면요 첫째는 먼저 벡실리움이 창고에 있었습니다. 창고라도 전체가 그냥 노출되어 있었고 아무리 그렇지만 살아있는 생물은 아니지만 일 년에 한 번 사용하는 거라고는 하지만 세상에서도 전자제품인 선풍기도 가정에서 철 지나서 보관하면 먼지가 들어가지 않게 선풍기 보를 씌워서 보관하는데 참 그런 선풍기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는 것 같다는 생각에 또 그런 온갖 잡동사니랑 함께 계셨다는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좀 아렸습니다.

 

제가 그래서 나중에 이걸 꾸리아 때 건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하나는 처음 준비하는 거였지만 내년에는 다른 꾸리아가 준비를 하겠지만 벡실리움을 닦을 때 제가 어제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었지만 이런 걸 미리 경험했더라면 정말 깨끗한 흰 면 수건을 준비해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다른 부위는 몰라도 성모님을 걸레로 닦아드렸다고 생각하니 정말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내년에는 저희 꾸리아가 준비를 하지 않지만 내년 행사 때는 제가 다시 벡실리움을 아주 흰 면으로 된 수건으로 닦아드려야 제 맘이 좀 안도가 될 것 같습니다. 이걸 잊지 않고 있어야 될 텐데 말입니다.

 

<<성모님>>

성모님, 올해는 정말 어쩌다 보니 그런 실례를 했습니다만 정말 내년에는 정성을 기울여 잘 닦아드릴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제가 이걸 잊지 않도록 기억하게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참으로 죄송했습니다.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써서하겠습니다.

 

성모님, 제가 좀 민망했지만 그래도 어머니께서는 그렇게 민망하지 않으셨죠. 아들인데요 그렇죠. 자식이 부모님 가슴에 먼지가 묻어 있는데 그걸 그냥 보고 있을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내년에는 정말 향기 나는 세제로 씻어서 제가 향긋한 냄새로 어머니 기분도 샹큼하게 해드리겠습니다. 기대하셔도 됩니다.

 

그래도 말씀은 안 하셨어도 우리 아들, 베드로 하시면서 흐뭇해하셨을 거라고 저는 상상을 해봅니다. 물론 저만의 상상입니다. 어머니, 어머니 가슴으로 하느님을 양육하신 가슴이기에 이 세상의 여인과는 다릅니다. 내년에 어머니를 닦아드릴 걸 지금 상상하니 벌써 얼굴에 웃음이 번지네요.

어젠 정말 죄송했어요. 어머니.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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