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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5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04-07 조회수1,996 추천수9 반대(0)

봄을 맞이하면서 서랍과 옷 정리를 하였습니다. 서랍이 깨끗해지고, 봄옷을 꺼내는 즐거움도 있지만, 잃어버린 줄 알았던 것을 찾을 때도 있습니다. 밭에 묻혀 있던 보물을 발견한 사람처럼 기쁜 일입니다. 정리하지 않았으면 찾을 수 없던 것입니다. 우리는 사순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성 주간이 시작되고 파스카 성삼일을 맞이하게 됩니다. 오늘은 지난 5주간의 주일 복음 말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요점 정리를 잘하면 시험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순 제1주간의 핵심은 유혹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40일 단식하셨습니다. 악의 세력은 예수님을 찾아와서 유혹하였습니다. 재물, 권력, 명예에 대한 유혹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으로 유혹을 물리치셨습니다. 우리의 능력과 힘으로는 악의 유혹을 이기기 어렵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고, 하느님의 뜻을 찾을 때 우리는 악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악의 세력은 다른 방법으로도 우리를 유혹합니다. 작은 우리의 생활 속에서도 유혹이 있습니다. ‘다음에 하지라는 게으름이 있습니다. ‘남들도 그러는데라는 자기 합리화가 있습니다. ‘나는 안돼라는 열등감도 있습니다. 게으름, 자기 합리화, 열등감은 우리의 영혼을 하느님과 멀어지게 하는 악의 유혹입니다. 커다란 댐은 작은 틈새로 흐르는 물 때문에 무너지기도 합니다. 2호선 지하철에서 한 학생의 가방을 보았습니다. 가방에는 이런 글이 적혀있었습니다. “Love, there may be no more tomorrow!” 짧은 글이지만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침 그 시간에 지하철은 양화대교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바다로 흘러가는 한강 물은 다시는 되돌아오지 못할 것입니다. 그 학생은 그 문구를 보고 가방을 산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그 문구의 의미를 깊이 생각했다면 가방은 그 학생의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사순 제2주간의 핵심은 거룩한 변모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창조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거룩함과 아름다움을 주셨습니다. 이웃의 아픔을 함께하는 연민의 마음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입니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이 자신의 업적을 드러내지 않는 겸손한 마음입니다. 옳고 그름을 식별할 수 있는 정의로운 마음입니다. 이 거룩함과 아름다움이 신화가 되었고, 역사가 되었고, 문명이 되었습니다. 거룩함과 아름다움은 시, 미술, 음악, 문학으로 꽃을 피웠습니다. 하느님을 닮은 인간은 왜 이 세상에 왔는지를 고민하는 존재입니다. 이 세상에 왔으면 무엇을 할지를 고민하는 존재입니다. 인간은 어디로 갈지를 고민하는 존재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산으로 올라가셨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거룩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율법의 대표인 모세와 예언자들의 대표인 엘리야를 보았습니다. 율법과 예언은 예수님의 거룩한 모습을 통해서 완성되는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외롭고 힘든 여정이지만 예수님을 충실하게 따르면 예수님처럼 영광스럽게 될 것이라고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를 거룩하고, 아름답게 하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지고 가신 십자가를 따라가는 것입니다. 십자가는 우리의 영광입니다.

 

사순 제3주간의 핵심은 회개입니다. 우리가 구원받지 못한다면 우리의 죄가 크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가 회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구원의 역사에서 가장 유명했던 분들도 부족한 점이 있었고, 허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이 맡겨진 일들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구원의 역사에 빛나는 별이 된 것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믿었고, 자신들의 허물과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하였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회개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성한 사람 아흔아홉도 좋아하시지만 회개하는 죄인 하나를 더욱 좋아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이다. 또 실로암에 있던 탑이 무너지면서 깔려 죽은 그 열여덟 사람, 너희는 그들이 예루살렘에 사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큰 잘못을 하였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 우리가 진실로 회개하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마음을 아시고, 우리를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주시는 분입니다.

 

사순 제4주간의 핵심은 하느님의 자비입니다. 삶을 살다 보면 언제나 빛과 그림자를 보게 됩니다. 우리는 빛을 추구하고 그림자를 멀리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사랑하고 계십니다. 빛과 그림자가 서로 어우러져서 조화를 이루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뜨거운 사막에서 시원한 나무 그늘은 여행자들에게 더없는 휴식처가 되고, 뜨거운 열기를 식혀주는 안식처가 될 것입니다. 봄날에 따뜻하게 비추는 태양의 입김은 얼어붙은 대지를 녹이고,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빛은 자기가 빛이라고 자랑하거나 뻐기지 않습니다. 그림자는 자기가 그림자라고 좌절하거나 낙담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또한 그렇게 살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둘째 아들처럼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면 이제라도 훌훌 털고 하느님께로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큰아들처럼 자신의 지위와 명예가 자신의 능력과 실력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시면, 그러한 오만과 교만을 떨쳐버리고 겸손의 옷을 입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사순절을 더욱 뜻있게 보낼 수 있고 우리는 새로운 삶, 부활의 삶으로 초대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순 제5주간의 핵심은 용서입니다. 용서를 뜻하는 영어는 ‘Forgive’입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십자가 위에서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서 진정한 용서를 볼 수 있습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 사람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첫 번째 순교자인 스테파노 부제도 이렇게 기도하였습니다.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 분노와 원망 그리고 미움과 증오는 과거를 보는 데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용서와 사랑 그리고 화해와 평화는 미래를 보는 데서 시작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율법 학자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부정한 여인의 과거를 보았습니다. 그녀의 행동과 그 결과를 보았습니다. 그러기에 그들은 손에 돌을 들고 욱하는 마음으로 예수님께 왔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녀 안에 있는 또 다른 모습과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한때는 그녀 또한 순수한 마음이 있었고, 그녀에게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녀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신앙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여러분 중에 죄 없는 분들이 먼저 저 여인에게 돌을 던지십시오.’

 

예수님께로 돌아온다면, 예수님과 함께한다면 그동안 내가 가졌던 명예, 자존심, 체면, 학력, 경험도 모두 쓰레기통에 넣을 수 있습니다. 오늘 제1 독서에서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는 이제 너희의 과거를 보지 않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 한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의 체험을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것들을 쓰레기로 여깁니다. 나는 죽음을 겪으신 그분을 닮아, 그분과 그분 부활의 힘을 알고 그분 고난에 동참하는 법을 알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어떻게든 죽은 이들 가운데서 살아나, 부활에 이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그것을 얻은 것도 아니고, 목적지에 다다른 것도 아닙니다. 그것을 차지하려고 달려갈 따름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이미 나를 당신 것으로 차지하셨기 때문입니다. 나는 내 뒤에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 내 앞에 있는 것을 향해 내 달리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이 말은 온전한 신앙고백입니다. 또한, 우리 모두를 초대하는 말입니다. 이제 우리도 바오로 사도와 같은 열정으로 우리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에게 달려가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께 달려가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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