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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수녀님, 아프지 말아요. 제 맘이 아파요.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19-04-07 조회수1,785 추천수0 반대(0) 신고

 

 

90년대 초반에 여자가 눈물을 흘릴 때라는 소설로 유명한 여류작가의 시집을 27살에 우연히 읽었습니다. 시집 제목은 어미새입니다. 이 시집 처음에 아마 책 표지 안 첫 장에 나오는 걸로 기억하는데 시 제목은 내 딸 난이가 시집가는 날입니다. 저는 예전에 이 시를 읽고 이 시집을 보관하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요 다음에 제가 결혼을 해서 딸이 있으면 미래에 사위에게 이 시집을 주려고 했습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이 시 한 편을 읽으면 딸을 시집보내는 부모의 마음이 그대로 녹아있어서 그랬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여자 후배에게 빌려줬다가 그만 그 책을 분실하고 말았습니다. 정말 그 이후로 이 책을 다시 사려고 했지만 절판이 돼서 사지를 못했습니다. 이 일이 있고 난 후에는 이젠 남에게 책을 잘 빌려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정말 이 시를 다시 한 번 더 읽고 싶은데 아무리 검색을 해도 이 시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시는 제가 기억하기로는 이렇습니다. 21년 전에 읽은 시라서 그때 받은 감응만 남아있습니다. 바로 이런 겁니다. 낮에 결혼식장에서 식을 다 올리고 신혼여행을 보낸 후에 집에 돌아온 후 딸 방에 들어가서 화장대에 놓여있는 몇몇 화장품을 보고 그에 대한 단상을 시로 표현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부모의 품을 벗어난 딸에 대한 그리움과 시원섭섭함을 표현한 시로 기억합니다.

 

한편으로는 가슴뭉클했고 정말 애잔하기도 하였습니다. 오죽했으면 제가 이 시집을 장래의 사위가 될 사람한테 주겠다고 생각했습니까? 저희 본당에서는 42일 아치에스 행사를 했습니다. 그날 신부님께서 미사 때 공지를 했습니다. 작은 수녀님이 건강 상의 이유로 잠시 요양을 해야 한다고 기도를 부탁하셨습니다. 순간 가슴이 좀 아팠습니다. 그러고 나서 평일 미사 때 원장 수녀님께 여쭤보니 그리 큰 일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안도했는데 오늘 신부님께서 말씀하시는 게 대상포진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병을 잘은 모르지만 예전에 어머니께서 한 번 앓으셨던 적이 있어서 아는데 정말 고통이 심합니다. 확실히는 잘 모르지만 연세가 대개 보면 어느 정도 있는 분이 걸리시는 것 같은데 아무튼 오늘 사실 부활을 맞이해서 본당에서 대청소를 하고 돌아왔는데 수녀님 생각에 마음이 울쩍하네요.

 

그렇다고 제가 착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냥 수녀님 생각이 나서 예전에 시가 생각났습니다. 작은 수녀님께서는 세상적으로는 어느 한 가정의 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떻게 세상을 떠나 수도자의 길을 가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예수님께 시집을 가신 것입니다. 세상 남자를 포기한 것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하느님께 시집을 간 것입니다.

 

인간적으로 생각했을 때 수녀님의 육적인 부모님의 마음이 어떠하셨을까요? 하느님께 시집보내는 부모의 마음 말입니다. 영적으로는 참 좋은 일이지만 인간적으로는 참 가슴이 아려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만약 아버지의 입장이라고 생각하면 한평생 혼자서 수도자의 삶을 살아야 되고 또 아무리 수도자의 길이지만 인간의 몸을 입고 있는데 세상의 모든 만물이 다 암수 제 짝이 있는데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살아가야 하는 딸을 바라보는 아비의 마음을 생각해보면 가슴이 애잔할 것 같습니다.

 

세상 누구나, 하느님께 시집을 갔든 세상 남자에게 시집을 갔든 아플 수 있는 건 매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왠지 저는 하느님께 시집가서 아픈 수녀님을 보니 더 가슴이 아려지네요. 그 이유를 적는다면 엄청 길어질 것 같아 여기서는 생략해야 할 것 같네요.

 

예수님, 박 바실리아 당신의 딸이 지금 몹시 아파하고 있습니다. 병고를 잘 이기게 해 주시옵기를 간청드리옵니다. 예수님, 정말 외람된 말씀이지만 당신만을 세상 남자를 쳐다보지도 않고 당신이 좋아서 당신께 시집을 갔는데 그럼 저 같으면 후딱 낫게 해 주겠습니다. 물론 이런 생각이 얼마나 철부지 아이 같은 말인 줄 잘 압니다. 제 맘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예수님, 당신의 딸 박 바실리사 수녀를 기억해 주시옵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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