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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5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04-12 조회수1,965 추천수7 반대(0)

의정부 교구 마두동 성당엘 갔습니다. 가는 길에 타이어에 문제가 생겼고, 정비소에 차를 맡겼습니다. 한 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서 산책하였습니다. 우연히 삼애교회를 방문하였습니다. 삼애교회는 독립운동가였던 배민수 목사님이 개척한 교회입니다. 삼애(三愛)는 하느님 사랑, 노동 사랑, 흙사랑이었습니다. 제주도 도민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임피제 신부님처럼 배민수 목사님은 농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삼애교회는 넓은 산책로가 있고, 예수님의 생애를 묵상할 수 있는 기도 길이 있습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정갈한 교회였고, 배민수 목사님의 생애를 알 수 있는 전시실도 있습니다. 임피제 신부님께서 경제학을 공부하셔서 이시돌 목장을 키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주도민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목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배민수 목사님도 민족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에 삼애교회를 개척할 수 있었습니다.

 

부산지역에서 근무하던 판사들께서 깨달음이 깊은 스님을 만나서 설법을 듣기로 했다고 합니다. 스님은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지만, 판사들이 온다고 하니, 거절할 수도 없어서 만났다고 합니다. 스님은 판사들에게 질문하였다고 합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판사들은 당연히 부산지법에서 왔습니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판사들에게 더 이상의 설법은 해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판사들은 진리에 목말라서 왔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판사들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고인이 되신 최인호 씨는 투병 중에 본당 신부님을 찾아와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셨다고 합니다. ‘신부님 성체가 고픕니다.’ 신부님께서는 고인의 간절함을 보았고,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에 의탁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간절히 원하는 성체를 영해 드렸다고 합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했습니다. ‘과연 나는 그토록 간절하게 성체를 모시고 싶어 했을까?’ 늘 주어지는 놀라운 은총에 대해서 무감각하게 지낸 것 같았습니다.

 

하느님께서 아담에게 하신 질문이 있습니다. ‘아담아 너 어디에 있느냐?’ 이것은 시간과 공간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이것은 의미와 존재의 이야기입니다. ! 정말 이 세상에 살면서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알고 가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내가 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더 큰 진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나의 고집과 나의 편견과 나의 자존심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많은 경우에 깨달음은 더 채우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내가 버릴 때, 나의 마음을 비울 때 그때 깨달음은 바람처럼 나에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사순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편견과 오만 그리고 교만과 이기심을 버려야 합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참된 진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가르침의 핵심은 나 자신을 버리는 것입니다. 나의 욕망, 이기심, 자존심, 명예 그것들을 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새로운 세상을 체험하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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