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가량의 남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건강하게 잘 다녀올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서로에게 더 깊은 신뢰와 사랑을 주었던 신부님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보다는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나보다 체력이 약한 사람을 생각하면서 같이 동행하는 것입니다. 때로 힘들고, 춥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하느님께서 만들어주신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체험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을 시작하면서 겪었던 일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인천 공항을 출발해서 달라스까지 잘 왔습니다. 공항 라운지를 이용해서 편안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달라스에서 리마까지 가야하는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기상 악화로 4시간 지연된다고 하더니 결국은 항공기 운항이 중지되었습니다. 일행 모두는 2일간 달라스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비록 기상 악화로 리마로 가는 비행기는 결항되었지만 우리는 달라스의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에서 성지주일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함께 간 신부님들은 저를 의지하였습니다. 제가 2달 전에 달라스 한인 성당에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달라스의 신부님께 연락을 하였고, 신부님의 사제관에서 지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머물렀던 잠시의 인연이 우리를 공항 대합실에서 따뜻한 사제관으로 이끌었습니다. 주님 수난 성지주일을 교우들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모든 일을 이루기 위해서 저를 미리 보내셨던 것 같았습니다.

저는 비행기의 결항을 겪으면서 요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요나는 하느님의 뜻을 전하기 싫어서 배를 탔지만 배는 풍랑을 만났고, 뱃사람들은 요나가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바다에 던져진 요나는 큰 물고기의 배속에서 3일을 지내고 결국 하느님이 뜻을 따르려 니느웨로 갔습니다. 요나가 풍랑을 만났던 것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 위한 것입니다. 주님의 수난 성지주일을 지내지 않고 여행을 가려했던 저에게 하느님께서는 비행기 결항을 통해서 하느님의 뜻을 따를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공항 대합실에서 10시간을 머물면서 몇 가지 생각하였습니다. 주사위는 사람이 던지지만 결정은 하느님께서 하신다는 잠언의 말씀입니다. 우리가 최선을 다하지만 하느님께서 함께 하셔야만 가능한 일이 많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겸손해야합니다. 작은 공덕이 큰 어려움에서 빛을 낸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한 작은 선행 때문에 우리를 지옥 불에서 구해 주시는 자비하신 분이십니다. 성지 주일 미사에 함께하면서 혼인잔치에 초대받은 손님들 생각이 났습니다. 짐이 항공기 안에 있어서 미처 옷을 준비하지 못했지만 사제 복장을 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달라스의 신부님과 교우 분들은 그런데도 우리 일행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은 예수님의 곁을 떠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베드로 사도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말씀을 주시는데 우리가 주님을 어떻게 떠나겠습니까?’ 예수님께 베드로 사도는 열린 마음으로 강의를 들었던 눈빛이 살아있는 제자였던 것 같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충실히 따랐던 베드로는, 비록 주님을 배반하고 무서워 떨었지만, 다시금 주님의 사랑을 받았던 베드로 사도는 오늘 제1독서에서 예수님께서 하셨던 일을 훌륭하게 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을 치유하고, 죽은 사람까지 살려냈습니다.’ 그리고 베드로 사도는 그 모든 영광을 예수님께 돌립니다.

기상악화라는 이변이 있었지만 주님의 수난 성지주일을 보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꽃이 아니어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