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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 본당 장례미사에 참례하면서 드는 단상.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19-05-11 조회수1,910 추천수1 반대(0) 신고

 

 

오늘은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 이 시간 전주교구 치명자산성지에 있어야 되는데요 본당에 일이 있어서 가지를 못했습니다. 10시에 장례미사가 있었습니다. 오늘 장례미사를 전주에 가는 것 때문에 사실 어제 오후에 연도를 가서 미리 양해를 구했습니다. 가까이 지내는 분이지만 오늘 사실 장례미사 참석이 좀 어려울 것 같다고 말입니다.

 

근데 이 일 외에 내일 주일에 있을 본당 성체조배 회의록도 어제 꼬미시움을 저녁에 다녀와서 다 준비를 해 두었는데 그 외 다른 자료를 또 만들어야 돼서 어쩔 수 없이 오늘 누갈다 행사에서 있을 백일장은 내년에 혹시 있다면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백일장 행사를 금요일 새벽에 우연히 전주교구 홈페이지에서 알아서 금요일에 문의를 하니 타교구 신자도 참석이 가능하다고 하셔서 한번 참석하고 싶었습니다. 또 덤으로 전주교구에 가면 잘 아는 누나 같은 자매님도 치명자산에서 봉사를 많이 하셔서 잠시 오늘 얼굴도 뵐 수 있었는데 조금 아쉽네요. 11월쯤에 진산 도보길 그때나 뵐 수가 있겠네요.

 

지금까지 거의 영세 받은 지 8년쯤 되어 가면서 많은 장례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오늘 장례미사를 하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옛날에는 그냥 지나가는 생각만 했지만 오늘은 좀 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가톨릭만 있는 두 번째 감동인 것 같습니다.

 

오늘 장례미사의 고인은 같은 성체조배 회원인 자매님의 어머니이십니다. 올해 연세가 아흔 일곱이라고 하십니다. 요즘 시대에 그 연세까지 사셨다면 평균적으로 보면 장수를 하신 것 같습니다. 제 아버지는 2000년도에 돌아가셨습니다.

 

장례방식은 집이 불교 집안이라서 어머니께서 다니시는 절에 계신 큰 스님께 부탁해서 불교식으로 해서 49제까지 전통 불교 방식으로 하는 것을 경험했고 개신교 다닐 때 하는 예배 형식도 경험했지만 모든 종교를 다 경험은 하지 않았지만 제가 봤을 때 천주교에서 하는 장례미사만큼 이렇게 은혜롭게 한 영혼을 아름답게 하느님께 배웅해드리는 예식을 하는 종교는 아마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장례미사가 은혜롭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를 꼽으라면 오르간 파이브에서 나오는 장엄하고 깊은 멜로디 음색과 어우려져 나오는 성가대 대원의 은혜로운 하모니가 아마 전례를 더욱더 풍성하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작년 부활절 이후로 본당에서 복사를 서지 않고 있지만 예전에 장례미사 때 자주 복사를 서게 되면 제대 복사 자리에서 앞에 항상 고인이 계신 자리를 보게 되면 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저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타본당으로 이사를 가지 않는다면 아마도 세상을 떠날 날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관이 놓이는 자리는 항상 언제나 동일한 위치에 있으니 그 관이 있는 위치를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저곳 저 자리에서 누워서 이렇게 제 주위에 있는 분들이 저를 하늘나라에 배웅하기 위해 모여드실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만약 제 장례미사 때 참석하는 분들의 모습이 어떤 모습으로 저를 배웅해 주시면 좋을까를 상상해봤습니다. 그냥 엄숙한 모습, 아니면 너무나도 하늘나라에 떠나보내는 게 아쉬워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 등등 다양한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뚜렷하게 결정한 건 없지만 소리 없이 마음속으로 흐느끼며 떠나보내기가 아쉽다는 마음을 지울 수가 없을 정도로 슬퍼해 주신다면 그나마 그래도 세상을 헛되게 살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그 정도만 슬퍼해주셨으면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오늘 또 하나 드는 생각은 고인의 자녀 분들이 흐느끼며 흘리는 눈물입니다. 당연히 부모님이 돌아가셨으니 슬퍼서 흘리는 눈물입니다. 이런 눈물은 많이 봤습니다. 근데 오늘 그분들이 흘리는 눈물을 보면서 좀 다른 생각이 하나 들었습니다.

 

오늘 고인이 되신 분의 연세가 97세이십니다. 그 연세이시면 세상적으로 보면 아주 장수하신 연세이지 않습니까? 또 인간 세상의 기준으로는 호상이라고 말도 할 수 있습니다.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난다는 거죠. 바로 이겁니다.

 

아무리 남들이 봤을 때는 오래사셨다고 말은 해도 부모님을 여의는 자식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부모님이 세상적으로 장수를 하셨다고 하더라도 부모님을 잃은 그 마음은 슬퍼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젠 다시는 뵙고 싶어도 다시는 뵐 수가 없기 때문에 헤어지는 그 슬픔은 참으로 가슴 아픕니다.

 

가장 슬픈 이별은 부모와 자식 간에 이뤄지는 생사를 가르는 이별의 순간입니다. 오늘 유족들이 흘리는 눈물을 보니 저도 순간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것 같았습니다. 아 그리고 오늘 장례미사 때 지금까지 많은 신부님들의 장례미사 강론을 들어봤지만 좀 색다른 강론 부분이 하나 있었습니다.

 

복음에 나오는 포도밭 비유 있잖습니까? 일찍 오나 늦게 오나 주인이 같은 임금으로 삯을 주는 내용 말입니다. 이 내용을 언급하셨습니다. 저는 좀 색달랐습니다. 사실 이분이 약 보름 전에 신부님으로부터 위독하다고 세례를 받으셨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하시면서 뜬금없이 포도밭 비유를 하시길래 저는 순간 딱 감을 잡았습니다. 포도밭 비유를 이런 방식으로 적용을 하는 사실에 귀로는 강론을 듣지만 한편으로는 이색적인 비유를 생각하면서 저도 복음을 생각할 때 고정된 틀 안에 갇혀 있으면 항상 고정된 시각으로만 볼 수 있는데 오늘 이 강론으로 또 하나 새로운 것 하나를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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