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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스테파노 SDB(시대의 깊은 아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송구함으로 가득한 5월!)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9-05-18 조회수1,298 추천수3 반대(0) 신고

 

스테파노신부님복음묵상

시대의 깊은 아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송구함으로 가득한 5!

5월만 돌아오면 언제나

가슴을 묵직하게 짓누르는 감정은,

시대의 깊은 아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한

큰 부끄러움이요 송구함입니다.

전남대학교 정문 근처에 저희

수도 공동체가 자리잡고 있었기에,

아직도 5월의 기억들이 생생합니다.

불행한 정치군인과 일당들의

무지막지한 폭력 앞에 다들

숨죽이고 있을 때,

속수무책으로 끌려가고, 얻어맞고,

투옥당하면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해맑은 얼굴로

또 다시 스크럼을 짜고,

거대한 악이요 불의 앞에

온 몸으로 저항하던 학생들과

시민들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날이면 날마다 소나기처럼

쏟아붓던 최루탄 자욱한 거리 풍경은

전쟁터가 따로 없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 중에 지랄탄이라고,

탁구공만한 작은 최루탄이 여기저기

동시다발로 발사되면,

그 녀석들은 이리저리 지랄같이

굴러다니면서 엄청난 가스를

내뿜었습니다,

그로 인해 학생들과 시민들이

받았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큼지막한 사과탄이 빠른 속도로

날아올 때 받게 되는 두려움은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5월을 맞아 많은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말씀하고

계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왜 그때 학살의 주범들을

사면해줬는가?’하는

분노요 안타까움입니다.

기대할 사람에게 기대했어야지

하는 회한입니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입니다.

그는 아직도 국민 앞에

사죄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학살 범죄 행위를

자위권 발동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의 처는 그를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치켜세우고 있습니다.

이 모든 역사적 퇴행은

독재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라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크게 공감합니다.

우리 모두 지난 역사를 통해서

온 몸으로 느끼는 바는,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과거는

언제나 또 다른 악순환을

반복한다는 진리입니다.

그토록 큰 관대함으로 눈물을 머금고

사면을 해줬다면, 하루에도

수백번씩 감사하면서,

남은 생애는 언제나 가슴치면서,

쥐죽은듯이 조용히 지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마치 비온 뒤

여기 저기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독버섯과도 같습니다.

불사조(不死鳥) 같다고나 할까요?

진정성있는 반성이나 참회는

절대로 기대할 수 없습니다.

혹시라도 올해는 기적처럼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성찰과

사죄가 있으려나 기대해보지만,

웬걸 안그래도 쓰라린 유족들과

희생자들의 가슴에 굵은 소금을

왕창 뿌려대는, 상상을 초월하는

망언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교에서

강조하는 용서와 화해에 대한

가르침도 사실은 상식적인 것이고

일반적인 토대 위해 성립됩니다.

상대방의 인생에 평생 씻지 못할

치명적 과오와 상처를 입혔다면,

그에 합당한 방식과 절차에 따른

진정성 있는 사죄와 다시는

동일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노라는

결심이 선행되어야만 합니다.

그런 절차가 이루어진 다음에

용서나 화해라는 단어가

사용 가능한 것입니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수호해야할

군인으로서 자신의 신분을 망각한 채,

오로지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무고한 시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눈 사람,

채 피어나지도 않은 무수한

꽃봉오리를 무참하게 꺾어버린

대학살의 주범,

역시 결코 용서와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마땅합니다.

제대로 청산되지 않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 않은

역사의 오점들은 두고두고

그 누군가에게 큰 상처로 남습니다.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의 희생자들,

부상자들, 그 가족들이

가장 힘겨워하시는 바가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든든한 기둥 같았던 남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생떼 같은 자식들을

먼저 떠나보낸 후 겪어야 했던

슬픔과 상처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그들이 남기고 간 빈자리는

그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보다 더 큰 슬픔이 있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당당히 일어선

분들이었습니다.

놀라운 용기와 희생정신을 지닌

분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위대한 행동에 찬사를

드려도 부족한데, ‘폭도란 말로

오물을 덮어씌웠습니다.

가족들은 오랜 세월 동안 죄인처럼

숨죽여 지내야만 했습니다.

더구나 참혹한 대 학살의 주범인

당사자와 그 가족, 일당들은

아직도 고개 뻣뻣히 쳐들고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습니다.

국민 세금으로 특급 경호를

받고 있으며, 자신의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라며 그 잘난

자서전까지 세트로

발행해서 팔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희극적인 일이

아직도 가능할 수 있단 말입니까?

사랑이신 주님께서

518민주화운동의 영령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시고,

유가족들과 부상자들에게

세상이 줄 수 없는 한없이 따뜻한

위로를 베풀어주시길 기도합니다.

아직까지도 정리되지 않은

불행한 역사가 조속히

청산되길 또한 기도합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SDB)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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