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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5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05-21 조회수2,117 추천수10 반대(0)

 

안식년을 지내면서 책을 읽은 것도 작은 기쁨입니다. 한완상 교수님의 예수 없는 예수교회를 읽었습니다. 시간이 되시는 분은 한번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조직화 되고, 교리화 되고, 신이 되신 예수님도 중요하지만, 역사의 예수를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사도신경은 예수님의 탄생, 죽음, 부활은 있지만, 예수님의 공생활, 역사적인 예수님의 삶은 담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매일 드리는 묵주기도에 빛의 신비가 더해지면서 역사적인 예수님의 삶을 묵상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고령화되면서 치매에 걸린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치매는 두 가지 측면에서 단절을 의미합니다. 하나는 자신과의 단절이며, 다른 하나는 가족과의 단절입니다. 사람만이 치매에 걸리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도, 신앙도 치매에 걸리곤 합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를 기억하지 못하면 교회도 치매에 걸리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기억하라고 말씀하신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신앙도 치매에 걸리는 것입니다. 교회가, 신앙이 치매에 걸리면 예수님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그런 교회와 신앙은 예수 없는 교회가 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두 가지를 기억하라고 당부하였습니다.

하나는 예수님께 향유를 발라드린 여인의 행동입니다. 약하고, 힘이 없는 여인의 행동은 예수님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성 중심의 교회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공동체를 이루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예수님께 드려야 할 향유는 무엇일까요? 가난한 이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고, 묶인 이를 풀어주고, 갇힌 이에게 해방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자비를 베풀고, 옳은 일에 목마르며, 평화를 위해서 헌신하는 삶입니다.

 

다른 하나는 발을 씻겨 주시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하십시오.’ 빵을 떼어 주시고, 잔을 나누어 주시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이것을 받아먹으십시오. 이는 여러분을 위해 바칠 나의 몸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이 잔을 받아먹으십시오.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나의 피입니다. 이는 여러분을 위해 흘릴 나의 피입니다.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십시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십자가에 죽기까지 우리를 위해서 기꺼이 내어 주신 주님의 몸과 피입니다. 우리 또한 이웃을 위해 몸과 피를 내어주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평화를 이야기하십니다.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른 평화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오랜 경험으로 익숙해진 편안함을 이야기하지 않으셨습니다. 나의 자리가 보장되고, 수고의 열매를 받아먹는 안전을 이야기하지 않으셨습니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비워내고, 하느님의 것을 채우는 평화를 이야기하셨습니다. 편안하고 익숙해진 자리를 기꺼이 내어주고 또다시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을 감수하는 평화를 이야기하셨습니다.

 

1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를 알았습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것들을 비워내는 평화를 알았습니다. 친숙하고 편안한 것들을 다른 이들에게 양보하고 새로운 곳을 향해 나가는 그런 평화를 알았습니다. 세상의 평화는 익숙하고, 편안하고, 안정적이며 풍요로운 것입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무엇일까요? 자기를 비우고, 겸손하며, 기꺼이 삶의 거름이 되는 것을 감수하는 평화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위해 향유를 발라드린 여인의 행동을 기억할 때, 우리가 기꺼이 몸과 피를 내어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할 때 우리는 세상이 줄 수 없는 평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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