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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국가를 초월한 예수님의 사랑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19-05-24 조회수1,157 추천수0 반대(0) 신고

 

 

제가 나비에 대한 단상을 적으면서 휴전선을 일본 수사 신부님, 스님과 함께 걸은 이야기를 잠시 언급했습니다. 2002년도였습니다. 17년 전이라 이젠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월드컵 개최 전일 겁니다. 제가 아는 스님이 있습니다. 법명은 원공입니다.

 

이 스님은 특이한 개성이 하나 있습니다. 바다에서 배를 이용하는 걸 제외하고는 교통수단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십니다. 순전히 걸어서만 다니십니다. 이분이 적십사와 중앙일보, 환경단체와 연대하여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염원하며 여의도에서 출발하여 우리나라 해안선을 따라 한반도를 일주하는 국토대장정이 있었습니다.

 

저는 또한 이때 적십자에 봉사를 하면서 적십자에서 주관하는 북한 비료 돕기 행사를 위한 캠페인을 위해 스님과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백두대간 종주를 하면서 저는 일부만 같이 참석했습니다. 이런 연으로 스님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스님의 부탁도 있고 해서 휴전선 구간에서 중간에 합류를 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휴전선을 다 걷고 최종적으로는 일산과 수색을 지나서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목적지로 하는 대장정이었습니다. 휴전선 구간에 합류를 하는데 처음에는 스님과 같은 분인 줄 알았습니다. 근데 나중에 며칠 지나서 일본 신부님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처음엔 스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스님처럼 완전 스님 머리는 아니더라도 스포츠형 머리이고 또 옷이 불교에도 갈색 형태로된 법복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님과 같이 함께 동행하시기 때문에 스님인 줄 알았습니다. 지금 제가 영세를 받고 그때를 생각해보니 복장이 가르멜 수도원의 수도원 복장과 거의 흡사합니다. 이런 복장에다가 가죽 바클을 한 걸로 제가 기억합니다. 이런 복장을 하는 수도원이 있다는 걸 우연히 일터넷에서 한번 봤습니다.

 

이 신부님이 대장정에 참여한 인연은 스님과의 인연 때문이었습니다. 스님께서 일본에서 도보 순례를 하면서 우연히 알게 된 인연으로 다음에 한국에서 이런 일을 하려고 하는데 혹시 한번 참석하실 의향이 있는지 해서 여쭤보니 신부님께서 허락을 하신 모양입니다.

 

잘은 몰라도 지금 생각해보면 수도회 신부님이신 건 확실합니다. 이 신부님께서 참석하신 건 스님의 부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에서 하나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바로 예전에 일본이 우리나라에 저지른 일에 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전국을 순례하면서 특히 휴전을 걸으면서 분단된 나라의 통일을 염원하는 기도를 하려고 하는 뜻도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때는 영세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몰랐습니다. 지금에서 생각해보니 그 당시에는 기도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그게 미사였습니다. 우리는 하루 걸을 분량을 걸으면 보통 오후 세시 정도면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도착하고 나서는 주로 군대 막사를 이용합니다.

 

씻고 난 후에 보면 연병장에서 미사를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제가 신자였더라면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할 수가 있었다는 생각도 한번 해봅니다. 사실 지금도 이 신부님의 얼굴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당시에 국토종주를 한 사람들 중에서 스님과 신부님, 서울 적십자에서 파견된 직원 외에 한 분만 기억이 남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전 이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예수님의 복음과 신앙이라는 게 얼마나 위대한가를 다시 한 번 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이라는 두 나라 사이에는 과거의 역사 때문에 좋지 않은 민족적인 감정이 남아 있습니다.

 

만약 종교가 아니라면 그때 일본 신부님처럼 그런 일에 동참할 수가 있었을까 하는 거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바로 국가에 대한 좋지 않은 민족적인 감정을 초월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모든 민족이 다 하느님의 자식이라는 원대한 복음 정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 그런 걸 할 수가 있었을 겁니다.

 

마산 외곽을 돌 때 마침 그 구간에 트라피스트 수녀원 앞을 지나게 되어 잠시 들렀다는 말씀도 들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듣기로는 수녀님 몇 분은 일본에서 오신 수녀님입니다. 원래 트라피스트 수녀원은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온 수녀원으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 휴전선을 걸을 때 대형 트럭에다가 모든 짐을 싣고 우리는 순전히 비무장으로만 걷습니다.

 

그땐 몰랐지만 신부님께서 미사를 하기 위해서 보통 보면 007 가방 같은 가방인 미사 가방을 항상 챙기시는 모습을 봤습니다. 아마 일본에서 가지고 오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지금 살아계실지가 참 궁금합니다. 그 행사를 모두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마치고 저는 스님과 서울에 있는 스님 절에서 하룻밤 자고 헤어졌는데 어쩌다 보니 그때 그날이 스님을 마지막으로 뵌 날이 되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소식이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봤지만 10여 년 전 기사는 나오지만 그 이후의 기사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복음의 핵심은 사랑입니다. 결국 이 신부님도 자신의 국가가 예전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한국에서 이런 행사에 참석하셨을 겁니다. 속죄라는 이름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 근원에는 바로 예수님의 복음 말씀인 사랑인 즉, 국경을 초월한 사랑이 있지 않았겠습니까?

 

아무쪼록 일본 신부님의 소식은 모르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 신부님께서 살아계신다면 바다 건너 한국 땅에 있는 같은 하느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영육간 건강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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