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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스테파노, SDB(‘죽어야만 산다’는 역설(逆說)의 진리 앞에 오늘 우리의 선택은 무엇입니까?)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9-05-29 조회수1,557 추천수5 반대(0) 신고

 

스테파노신부님복음묵상

죽어야만 산다는 역설(逆說)의 진리 앞에

오늘 우리의 선택은 무엇입니까?

제자(弟子)란 말마디 그대로

가르침을 주는 스승을 따르는 사람입니다.

스승께서 하시는 말씀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보여주신 구체적인 삶의 모범,

사상, 가치관, 일거수일투족을 따르고

실천하는 따르고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더불어 그분의 운명을 내 운명으로

여기는 사람입니다.

결국 그분처럼 살고 그분처럼 죽겠다고

따라나선 사람들이 제자들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스승님께서 제자들인

우리들에게 꽤나 부담스럽고

걱정되는 가르침을 내려주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요한복음 1224~26)

진정으로 살고 싶다면,

죽으라고 하십니다.

영원히 살고 싶다면,

덧없이 짧은 이 세상은 포기하라고

요구하십니다.

정녕 중요하고 큰 것을 얻으려면,

스쳐지나가는 작은 것은 아쉽지만

떠나보내라고 당부하십니다.

죽어야만 산다는 이 역설(逆說)

진리 앞에 오늘도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수긍하지만,

구체적인 현실 앞에 서게 되면,

심한 갈등과 방황을 거듭하게 됩니다.

스승님께서는 당신의 온 생애,

삶과 죽음을 통해서 그 역설의 진리를

명백하게 보여주셨습니다.

관건은 오늘 우리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이웃을 향한

적개심과 분노, 복수심과 미워하는

마음에서 죽어야겠습니다.

틈만 나면 얼굴을 내미는 교만함과

우월감으로부터 죽어야겠습니다.

주님이나 공동체가 아니라

나를 돋보이게 하고 빛나게 하려는

교만함에서 죽어야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매일 겪게 되는

우울감이나 무기력함,

게으름과 나태함에서 죽어야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하늘의 찬란한 별이 되신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을 기억합니다.

한분 한분 순교자들의 순교 과정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분들은 어느날 갑자기 영문도 모른채,

순식간에 순교의 영광을 얻은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준비 과정이 철저했다는 것입니다.

그분들은 순교하기 오래 전부터

매일 순교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사셨습니다.

마음속으로 언젠가 다가올

영광의 순간을 그리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불꽃처럼

살아가셨으며, 마침내 영광의

순간이 다가오자, 추호의 미련도 없이

순교의 형장을 향해

당당히 걸어가신 것입니다.

영예로운 한국 순교자들의 후예인

우리가 매일의 삶 속에서 어떻게

순교 영성을 살아갈 것인가?

하는 고민과 성찰은 바로

오늘 우리들에게 주어지는 몫입니다.

여기저기 극심한 병고로,

노환으로 고생하고 계시는

형제자매들을 생각합니다.

그분들 매일 매 순간 겪고 계시는

깊은 슬픔과 고통은

손에 잡힐 듯 생생합니다.

과연 내 병이 나을 것인가?

이러다 영영 회복 못하고

세상 뜨는 것은 아닌가?

내가 떠나고 나면 남겨진 저들이

겪을 고통은 또 어떡할 것인가?

또 다시 해가 뜨고,

세월이 흘러가는데,

세상 사람들은 다들 저리도

활기차게 걸어 다니고,

깔깔대고 웃고 다니고,

마음껏 삶을 만끽하고 있는데,

나만 이 우울한 병실에서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세상과 가족들에게 기여나

도움은 되지 못할망정,

여러측면의 부담만 주고 있는

이 죄책감은 또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병고가 지속되면서 가중되는

이 극심한 고통과 심연의 고독,

점점 증폭되는 두려움은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데,

언제까지 견뎌내야 할 것인가?’

이런 면에서 순교 영성은

우리 환우들에게 가장 필요한

영성인 듯합니다.

고통과 외로움이 다가올 때 마다

순교자적인 마음으로

견뎌내는 것입니다.

순교하는 마음으로

병과 마주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간다면,

환자로서 수행할 병실 사도직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투병생활로 힘겨우시겠지만,

기회 닿을 때 마다 병실에서

성경을 펼쳐드시는 것입니다.

좋은 양서들, 영성서적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변을 한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나보다 더 아픈 환우,

거동이 불편한 환우가 있다면

작은 도움의 손길이라도

드리는 것입니다.

그게 다가 아닙니다.

매일 나를 위해 고생하는

의료진들과 간병인들,

가족들, 문병객들 환한 얼굴로

환영하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힘들다,

죽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덕담을 건네고,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건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병실에서 환우들이 실

천할 순교 영성입니다.

병고가 극심해서 기도조차

힘겨울 때는, 묵주를 꼭 쥐고

있는 것만도 아주 좋은 기도입니다.

예수 마리아 요셉, 세 분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기도가 됩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SDB)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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