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순박한 두 여인의 만남에서 겸손과 순명을 /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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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 작성일2019-05-31 | 조회수1,627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성령으로 임신한 마리아는 길을 나서 유다 산골에 사는 친척 엘리사벳을 찾는다. ‘태중의 아이가 성령으로 잉태되었다고 말하면 과연 언니가 믿어 줄까?’ 그런데 엘리사벳을 만난 그 순간 이 걱정일랑 사라졌다.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그녀는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주님의 어머니께서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 인사말에 제 태 안의 아기가 즐거워 뛰놉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 말씀이면 다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엘리사벳은 마리아의 임신에 결코 의심을 품지 않았다. 비록 자신의 임신은 반신반의한 오해도 있었지만, 이 만남으로 이제는 그 의심이 기쁨으로 활활 타올랐다. 그래서 그녀는 마리아야말로 여인들 가운데 가장 축복받은 여인이라 찬양한다. 그만큼 마리아를 믿었다. 그녀가 마리아를 믿었던 이유는 평소에 마리아의 믿음을 너무나 잘 알았기에. 그리고 마리아가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들’이 꼭 이루어지리라고 확실히 믿고 살았기에. 이에 마리아도 응수한다. 라틴어로 ‘마니피캇’(Magnificat)이라는 이것은 마리아가 스스로 가난하고 비천한 이임을 고백하면서도, 작은이들을 통하여 놀라운 일을 하시는 하느님을 찬미하는 기도이다. 자신을 하느님의 도구로 써 주심에 감사드리는 이 ‘마리아의 노래’는 가장 아름다운 찬미가로 꼽힌다. 이는 단순히 성모 마리아의 개인적인 찬가라기보다 ‘하느님 백성 전체’가 그분 구원을 영원토록 찬송하는 노래이니까. 그래서 두고두고 예나 지금이나 만인이 칭송한다.
사실 마리아가 천사에게 잉태 소식을 듣고서 엘리사벳을 방문한 건 이웃 사랑의 실천일 게다. 이리하여 위대한 두 여인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누구에게나 불가능인 것을 가능으로 받아들인 위대한 두 여인의 만남이다. 거기에는 하느님의 배려가 담겨있었다. 그 불가능을 단지 순명으로 가능하게 한 그들은, 어쩌면 너무나 순박한 믿음의 삶만을 그날까지 산 이들이었기에. 사실 성모님께서 친척 세례자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날을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5월 31일)’로 정해 기념한다. 이는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3월 25일)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6월 24일) 사이에 그녀 방문을 기념하는 거란다. 5월의 마지막 이날, 우리는 유다 산골에서의 두 여인의 만남을 기뻐하며 ‘순명과 겸손’의 마음으로 하느님을 찬미하자. “애띤 마리아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그 아기도 정말 복되십니다. 주님의 어머니께서 미천한 제게 오시다니 이게 정말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에 제 태 안의 아기가 즐거워 이렇게 뛰놉니다. 너무나도 행복하십니다, 주님 말씀이면 다 이루어지리라고 정녕 믿으신 분!” 온 누리에 만발한 순백하고도 아름다운 5월 신록의 꽃들의 향기를 맛보며, 엘리사벳에게 다가가는 복된 동정 마리아의 그 순결한 삶을 살도록 하자.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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