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거꾸로 자라는 나무
작성자이정임 쪽지 캡슐 작성일2019-06-03 조회수1,303 추천수1 반대(0) 신고

 

집 없는 이들의 집이 되어 준 신부 

 

거꾸로 자라는 나무 

피에르 세락 신부 지음 / 조연희 옮김 / 가톨릭출판사 



"내가 아홉 살 무렵, 학교 수업 시간에 '이 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어요?'라는 주제로 작문을 한 적이 있었다. 대단히 아름답지만 막연한 주제였다. 막연했기에 우리는 더 자유롭게 꿈꿀 수 있었다. 어른이 되어 작문 과제를 주셨던 선생님을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노인이 된 선생님이 불쑥 25년 전에 내가 쓴 작문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다. '나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고, 그게 내가 나중에 커서 하고 싶은 일입니다!' 


단지 어린아이의 꿈에 불과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나는 살면서 이 꿈을 진지하고도 진실되게 실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내 어린 시절의 꿈은 오직 하느님만이 계획하시고 주관하시는 일이었음을 말하고 싶다. 나는 어린 시절, 내가 찾던 보석을 발견했고, 그 보석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줄 아는 용기를 배웠다. 많은 세월이 흐른 뒤, 폴암바캄Polambakkam의 나병원 방명록에서 내 마음을 간결하게 표현한 아름다운 산스크리트 문장을 발견했다. '내어 주지 않은 것은 모두 잃어버린 것이다.' " (135-136쪽) 


피에르 세락 신부님은 70여 년이 넘는 세월을 인도에서 보내며 가진 것 없는 사람들과 어린이들을 위해 헌신한 전설과도 같은 존재이시다. 세락 신부님은 1914년에 태어나 2012년 5월 30일 98세를 일기로 인도에서 선종하셨고 이 책은 90세의 나이에 집필하셨다고 한다. 


사실 이 책은 140쪽 분량의 소책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 데에 한 달이나 걸렸다. 그 이유는 읽어야 하는 책의 분량이 작았기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 그렇게 되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고, 또 다른 이유는 꽃밭을 단장하고 집안 대청소를 하면서 육체적인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진해서 책을 읽을 에너지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본래는 5월 말까지 읽고 감상문을 써서 올려야 하는 약속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숙제 아닌 숙제를 하는 학생 마음처럼 어제부터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꿰찔려 무척 아팠다. 사실 요즘 세상 살아가는 일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주일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 안에서 인도에서 신부님과 함께 포탄이 쏟아지는 위험 천만한 상황에서도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예수님 앞에 나왔던 분들의 이야기와 동생들과 어떤 사연으로 인해 지금 현재 사이가 아주 멀어져 살고 있는 내 모습이 아프게 아프게 다가왔으며 이제는 어떤 일로라도 주님과 멀어지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한 모든 행동은 예수님에게 하는 것이다.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인간을 위한 투쟁은 곧 하느님을 위한 투쟁이다." (본문 중에서)


사실 나의 어릴적 꿈은 군인이 되고 싶었다. 왜 군인이 되고 싶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결국 군인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어릴적 꿈을 다시 해석해 보면 군인이 되어 누군가를 지켜주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요즘 나의 일상은 오로지 나를 지키는 일에 몰두하며 살고 있음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어릴적 꿈인 군인이 되고 싶었던 일이 누군가를 지켜주는 사람, 곧 세락 신부님의 꿈과 많이 닮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잠자고 있던 저의 꿈을 깨워주신 세락 신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오늘 약속이 빈말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기도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은총을 청합니다. 그리하여 저도 세락 신부님과 같은 고백록을 세상에 내어놓을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은총과 용기를 청해봅니다. 이보다 아름다운 삶은 없을 것입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거꾸로 자라는 나무, 피에르 세락 신부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