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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7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06-04 조회수2,433 추천수11 반대(0)

 

어느덧 부활 제7주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대 위에 커다랗게 놓인 부활초를 켜기에는 복사들의 키가 작습니다. 발돋움해서 부활초를 키려던 아이가 발판을 가져와서 불을 켰습니다. 발판이 없었다면 부활초를 켜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니체는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산맥을 가장 빠르게 오르는 방법은 봉우리를 건너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긴 발이 필요하다.”라고 하였습니다. 산맥이 진리라면 봉우리는 진리를 향한 이정표를 보여준 현인들이며, 우리는 노력과 열정으로 현인들을 발판 삼아 진리로 나가야 할 것입니다.

 

니체 자신도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인류의 지성에 큰 발판이 되었습니다. 선과 악, 거짓과 진실, 정의와 불의로 나누어지는 이분법을 넘어서는 사유를 소개했습니다. 존재와 현상, 이상과 현실, 원인과 결과라는 인식의 틀을 넘어서는 사유를 소개했습니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양자역학의 현상, 빛은 물질이며 파동이라는 물리현상의 발견, 태양계, 은하계처럼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씨줄과 날줄처럼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유는 니체가 우리에게 마련해준 발판의 도움이었습니다. 인간의 의식은 낙타처럼 짐을 지고, 사자처럼 짐을 쟁취하지만, 어린아이처럼 새롭게 창조되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표징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하였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한 초대교회에서 이방인들에게 진리를 향한 발판이 되어주신 분이 있다면 사도행전과 서간에서 논리적이며 철학적인 사유를 보여준 바오로 사도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달릴 길을 다 달렸고, 사람들을 진리의 빛으로 인도하였습니다. 3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배반하였던 베드로 사도입니다. 금도 은도 없지만,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놀라운 표징을 보여주었고, 많은 사람에게 세례를 주었습니다.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께로 향하는 봉우리가 되었습니다.

 

1784년에 시작된 한국교회에도 발판이 되어주신 분이 많습니다. 미지의 한국 땅에 오셔서 순교하신 외국의 사제들입니다. 103위 순교 성인, 124위 순교 복자, 이름 없는 순교자들입니다. 모진 시련과 박해 속에서도 굳건히 신앙을 지켜왔던 선조들입니다. 산속 깊은 곳에서 교우촌을 이루며 신앙생활을 이어왔던 선조들입니다. 오늘 한국교회는 그분들을 발판 삼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발판 위에 서려고 한다면 인류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업적과 능력을 기꺼이 나누는 사람이 있었기에 인류는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종교는 인류와 지성의 발판이 되어야 합니다. 신앙은 밑에서 빨갛게 타오르는 연탄 한 장이 되는 것입니다. 나의 성공, 명예, 재산, 능력을 기꺼이 타인을 위한 발판으로 내어줄 수 있다면 예수님께서 하느님과 하나였던 것처럼 예수님과 하나 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오늘 제가 유언을 남긴다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요? 바오로 사도처럼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처럼 아버지의 뜻이 드러날 수 있도록 충실하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추구하던 가치와 목적이 저만의 것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위해서 함께 나누는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내가 달릴 길을 다 달려 주 예수님께 받은 직무, 곧 하느님 은총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다 마칠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이야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세례를 받고 신앙인이 되었습니다. 논에 심어진 모가 가을이 되면 풍성한 열매를 맺듯이 우리들의 신앙도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충실하게 살아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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