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가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라고 선포하여라. 앓는 이는 고치고 나병 환자는 깨끗이 해 주고 마귀는 쫓아라. 거저 받았으니 그냥 주어라. 돈도 지니지 마라. 보따리도 여벌옷, 신발, 지팡이도 지니지 마라.”(마태 10,7-10ㄱ 참조) 예수님은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아무것도 지니지 못하게 하신다. 물질을 가지면 거기에만 기대기 때문일까?

누구나 역경을 만나면 아는 이를 먼저 찾는 법일 테니까. 등산 준비를 할 때면 어떻게 하면 짐 줄일까를 늘 고민한다. 산 높고 산행 기간이 길수록 그 고민은 더 깊어질 게다. 산을 잘 오르려면 무엇보다 짐 무게를 줄이는 게 참 중요하다. 어떤 여성 산악인은 한겨울 긴 태백산맥을 홀로 종주할 때, 칫솔 손잡이마저도 잘라냈을 정도였단다. 암튼 이처럼 험난하고 오랜 산행을 할 때는, 그 작은 무게라도 견뎌 내기 어려우리라.

홀가분하게 살면 그만큼 자유로워질 텐데. 지나치게 갖는 건 무슨 이유지? 집안을 둘러보니 일 년 동안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옷과 책이 참 많다. 제 삶의 목적은 짐이 아닌 복음을 전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가진 것 없으면 기댈 곳은 단지 하느님뿐일 게다. 그러나 자꾸만 채우려 하는 것은, 그만큼 하느님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생존이 위태로울 때 우리는 기도드린다. 영적 성장은 영혼에 무엇을 자꾸 덧붙이는 것이 아닌, 오히려 덕지덕지 붙어 있는 온갖 불순물을 떼어내는 것일 게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인연을 만들어야 삶이 안정되고 평화로워진다고 여긴단다. 그러나 실은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버리고, ‘삶을 단순화시켜야만’ 중심이 잡히고 평화로워지리라.

예수님도 이를 염두에 두셨으리라. 주님께만 부대낀다면 모든 게 두렵지 않을 게다. 그러면서 차츰 하느님 아는 이가 되어 가니까. 삶이 풍족하면 느슨해지고 기도도 게을러지리라. 구약의 이스라엘이 그랬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끝없는 시련으로 그들을 정화시키셨다. 이 같은 맥락에서 그분 개입이 없었더라면, 역사에서 사라졌으리라.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복음 전하러 떠나는 데 여정에 필요한 것들을 챙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닌, 오히려 하느님께서 자신을 도구로 쓰시도록 내 욕심과 능력의 교만을 내려놓는 것이라나. 병자 치유와 마귀 쫓을 때마다 빠질 수 있는 허영과 자만을 경계하라는 거다. 사실 복음 전할 때 화려한 말솜씨나 물질적 기부가 필요한 건 아니다. 이처럼 받은 은총을 이웃과 겸손이 나누고, 자신의 영적수행도 더 엄히 해야 할 게다.

‘위로의 아들’이라는 뜻을 가진 바르나바 성인은 키프로스의 레위 지파 출신으로 본이름은 요셉이며(사도 4,36 참조) 마르코 성인의 사촌(콜로 4,10 참조)이다. 성령과 믿음이 충만한 사람(사도 11,24)으로 칭송받는 그는 유다교에서 개종한 뒤에 자신의 재산을 팔아 초대 교회 공동체에 바치고, 다른 이들과 함께 열성적으로 선교하였다. 신발과 지팡이마냥 예수님 시대에 여행할 때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것마저 포기하라는 말씀대로, 정말 내게 필요한 것마저 복음을 선포하고자 하려면 포기하려는 용기가 꼭 있어야 한다나. 그런 바르나바를 기념하면서, 성인에게 전구를 청하고, 우리도 복음을 믿으며 세상을 향해 담대히, 정말 그렇게 나아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