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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바르나바 사도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06-11 조회수2,882 추천수13 반대(0)

 

안식년을 지내고 있습니다. 작년 8월에 시작했는데 이제 2달 정도 남았습니다. 안식년을 하면서 필요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교구에서 특별한 장소를 지정해 주는 것은 아니므로 머물 수 있는 숙소를 구하는 것입니다. 동창 신부님의 배려로 편안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미사 할 수 있고, 식사와 청소도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안식년에 무엇을 채울 것인가를 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3개월은 제주 엠마오 연수원에서 충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미국의 달라스 한인 성당에서 동창 신부를 도와서 1달 정도 머물었습니다. 지난 4월에는 안식년을 지내는 다른 신부님들과 남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다음 달에 유럽 성지순례를 다녀올 예정입니다. 제가 원해서 이루어진 것도 있고, 동창 신부의 배려와 도움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돌아보면 모든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시간에는 물리적인 시간과 신학적인 시간이 있습니다. 물리적인 시간은 변화와 생성을 주도합니다. 물리적인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집니다. 하루 24시간, 일주일 7, 한 달 30, 1년은 365일입니다. 물리적인 시간은 씨줄과 날줄이 되어서 모든 것을 품어줍니다. 제게도 물리적인 시간이 주어졌고, 앞으로 남은 시간이 있습니다. 어린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고, 꽃은 피었다가 지고, 만난 사람은 헤어지게 됩니다. 생로병사 희로애락이 물리적인 시간과 더불어 춤을 춥니다. 고고학, 유전공학, 생물학은 물리적인 시간의 흔적들을 찾아냅니다. 앞으로 남은 지구의 시간, 태양계의 시간을 계산합니다. 우리의 인식과 상상을 넘어서기는 하지만 물리적인 시간은 시작이 있으니 끝도 있을 것입니다.

 

성서는 특히 신약성서는 또 다른 시간을 이야기합니다. 충만한 시간, 기회의 시간, 약속의 시간, 의미의 시간, 가치의 시간, 은총의 시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시간을 사셨습니다. 광야에서 40일간 기도하셨던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때가 왔음을 선포하였습니다. 회개하고 기쁜 소식을 믿으라고 선포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영이 함께하는 시간이 왔음을 선포하셨습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지고, 묶인 이가 해방되고, 갇힌 이가 자유를 얻는 때가 왔다고 선포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도 때가 왔다고 하셨습니다. 물리적인 시간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때라고 합니다.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시간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천년도 마치 하루와 같은 때입니다. 온 우주가 함께하는 때입니다. ‘Fortune favors the Brave(행운은 용기 있는 자의 편이다.)’라는 말처럼 행동하는 시간입니다. 아픈 사람을 치유해주고, 마귀를 쫓아내며, 죽은 이들을 일으켜 주고, 나병 환자들을 깨끗하게 해 주라고 하십니다. 영원한 생명, 부활은 물리적인 시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바르나바 사도 축일입니다. 바르나바 사도는 바오로 사도와 함께 초대교회의 주춧돌이 되었습니다. 특히 이방인을 위한 선교를 많이 하였습니다. 이분들의 땀과 노력이 열매를 맺어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이 생겨났고, 유대인의 회당이 아닌 교회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사도는 아니지만, 사도직을 수행함으로써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하신 말씀은 사도들에게 하신 말씀이지만, 오늘 우리에게도 똑같이 하시는 말씀입니다. “가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고 선포하여라. 앓는 이들을 고쳐 주고, 죽은 이들을 일으켜 주어라. 나병 환자들을 깨끗하게 해 주고, 마귀들을 쫓아내어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집에 들어가면 그 집에 평화를 빈다고 인사하여라.”

 

신앙생활은 물리적인 시간을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닙니다. 강물을 거꾸로 흘러가는 연어처럼 의미의 시간, 가치의 시간, 약속의 시간을 사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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