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06-23 조회수2,157 추천수10 반대(0)

1991823일 사제서품을 받았고, 부족한 제가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28년 미사를 봉헌하고 있으니 만 번 이상의 미사를 드렸을 것입니다. 모든 미사가 거룩하고, 소중하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미사가 있습니다. 모세가 하느님께 십계명을 받았던 시나이산에서 드렸던 미사가 기억납니다. 새벽 2시에 시나이산을 올랐고, 붉게 떠오른 태양을 바라보면서 함께 갔던 순례자들과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모세가 받았던 십계명이 삶의 지침이었다면, 그날 받아 모셨던 주님의 성체는 어둠을 밝히는 빛이었습니다.

 

임종을 앞둔 형제님을 위해서 드렸던 미사가 기억납니다. 형제님은 성체를 모시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수녀님께 부탁해서 형제님을 위한 미사를 봉헌했고, 성혈을 영해 드렸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길에 받아 모신 성혈은 형제님에게는 큰 은총이었을 것입니다. 천국에서 그날의 은총을 생각하며 지상의 가족을 위해서 기도하시리라 믿습니다. 수도원 미사를 봉헌하면서 제의 방에서 보았던 글이 생각납니다. “그리스도의 사제여! 처음 드리는 미사처럼, 마지막으로 드리는 미사처럼, 유일한 미사처럼 미사를 봉헌하십시오. (Priest of Jesus Christ! Say every Mass, as if it were your first Mass, as if it were your last Mass, as if it were your only Mass! )”

 

성전에서, 성지에서, 가정에서 미사를 봉헌하였지만, 또 다른 곳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사제들이 있습니다. 거리의 미사입니다. 용산 참사의 현장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거리의 미사가 봉헌되었습니다. 강정 마을의 평화를 위한 미사가 거리에서 봉헌되었습니다. 세월호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거리의 미사가 봉헌되었습니다. 격식과 전례의 분위기는 다를지라도, 그곳에 주님께서 함께 계셔서 지친 이들의 위로가 되셨을 것입니다. 그곳에 주님께서 함께 계셔서 절망 중인 이들에게 희망이 되셨을 것입니다.

 

어느 교회의 이야기입니다. 모든 교인이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교회가 없어서 대학교의 강당을 빌려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교인들이 늘어나서 대학교의 강당에서는 더는 예배를 드릴 수 없었습니다. 공동체는 교회를 신축하기 위해서 200억을 모금했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눈에 보이는 성전을 짓기 위해서 200억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늘어난 신자들은 4곳의 교회로 나누었고, 다른 강당을 빌려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성전을 짓기 위해서 마련한 200억 원을 눈에 보이지 않는 성전을 짓는 데 사용하였습니다. 탈북자들을 위한 학교를 세웠고, 베트남, 러시아에 있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공장을 세웠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시설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그 교회의 공동체는 바로 예수님께서 사람이 되신 이유를 알았고,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신 그대로 이웃들의 발을 씻겨 드렸다고 생각합니다.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사랑하셨습니다. 구약에서는 광야에서 지치고 굶주린 백성들에게 만나를 주셨습니다. 만나는 하느님 사랑의 표징이었습니다. 신약에서 예수님께서는 육체를 배부르게 하는 만나보다는 영혼을 살리는 성체와 성혈을 주셨습니다.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받아 모시면 우리는 영적으로 충만해집니다.

 

어릴 때, 물을 퍼 올리던 펌프가 생각납니다. 펌프에는 늘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있었습니다. 아낌없이 한 바가지의 마중물을 부어주고 펌프질을 하면 수백 수천 배의 물이 흘러나옵니다. 이것은 어린 저에게는 참으로 큰 체험이었습니다. 한 바가지의 물이지만 기꺼이 내어주니, 모든 사람이 마시고도 남는 물이 흘러나왔습니다. 성체의 모습으로 오시는 예수님은 지금도 마중물이 되시어 수많은 신자의 가슴에 용기와 생기를 주고 위로와 힘을 주십니다. 축복을 받았으면 나누시기 바랍니다. 엄청난 은총이 되돌아올 것입니다. 바다의 물이 마른 적이 없듯이, 하느님의 사랑은 마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체 성혈 대축일의 진정한 의미는 우리가 모두 아낌없이 마중물이 되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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