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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제1독서 (창세14,18-20)
작성자김종업 쪽지 캡슐 작성일2019-06-23 조회수1,487 추천수0 반대(0) 신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제1독서 (창세14,18-20) 

 

"그 무렵 살렘 임금 멜키체덱이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왔다. 그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사제였다."  (18)

 

'살렘 임금'으로 번역된 '멜레크 살렘'(mellek shallem)에서 '살렘'은 '예루살렘'을 가리킨다. 

"살렘에 그분의 초막이, 시온에 그분의 거처가 마련되었네." (시편76,3) '살렘'은 '예루살렘'의 예스런 명칭인데, 살렘 임금 멜키체덱은 당연히 당시 예루살렘을 다스리던 통치자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자는 본문의 '살렘' 지명을 나타내는 고유명사로 보지 않는다. '살렘'(샬렘) '화친하다', '배상하다'(탈출22,6)로 번역된 동사 '샬람'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아서 살렘 임금을 '화친하기 위해 나아온 임금', '항복하고 배상하는 임금' 이라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문맥상 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살렘 임금 멜키체덱은 패자의 초라한 모습이 아니라 당당한 모습으로 등장하여 아브라함을 축복하며, 또한 아브라함도 그에게 전리품의 일부를 바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멜키체덱이 가져온 빵과 포도주는 아브라함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아브라함의 노고를 치하하며 그와 친선을 도모하기 위한 선물로 볼 수 있다.

 

'멜키체덱이'로 번역된 '우말르키 체디크'(umallki tsedeq)에서 '멜키체덱'의 뜻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견해가 있다.

첫째는 '말르키''멜레크'(mellek; 임금,왕)와 1인칭 어미가 합쳐진 말로 보며, '체데크'를 신(神)의 이름으로 여겨 '나의 임금은 체데크신(神)'으로 보는 견해이다.

 

둘째는 '마르키'를 신(神)의 이름으로 여기고, '체데크'를 문자적 의미인 '정의'(正義)로 보아서 '마르키신(神)은 정의로우시다'로 번역하는 것이다.

셋째로 두 단어를 모두 문자적으로 번역하여 '나의 임금은 정의로우시며'라고 보는 견해이다.

 

이 가운데 첫째와 둘째 견해를 취하면, 멜키체덱은 가나안의 우상을 섬기는 사제가 된다.

그러나 본문에 이어지는 '그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사제였다'라는 내용을 볼 때 이 두 견해를 도저히 취할 수가 없다.

따라서 세번 째 견해가 합당할 수 있으며, 이것은 그의 정의로운 성격을 잘 대변하는 이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사제'로 번역된 '코헨 레엘 엘르욘'(kohen leel ellyon)에서 '지극히 높으신'으로 번역된 '엘르욘'은 '오르다'(창세49,4 ; 신명5,5)란 의미가 있는 '알라'(alla)에서 유래하며 '가장 으뜸됨','가장 존귀함'(2역대7,21; 시편89,28; 에제42,5) 이란 의미를 지닌다.

 

특히 이 단어가 본문에서처럼 하느님께 대해 사용될 때 다른 존재와는 완전히 구분되는 하느님의 절대적인 초월성과 탁월성을 보여준다(시편7,18; 57,3).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하느님과 견줄 존재가 아무도 없음을 알고, 오직 하느님만을 유일신으로 섬겨야 한다.

 

"그래서 당신의 이름 주님이심을  당신 홀로 온 세상에 지극히 높으신 분이심을  그들이 깨닫게 하소서." (시편83,19)

 

한편 성경에서 740회 등장하는 '코헨'(사제)이란 단어가 본절에 처음 나온다. 인간들에 대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대변자 역할을 하는 예언자와 달리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중재자(중보자) 역할을 하는 사제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은 탈출기 28장에 비로소 나온다.

 

즉 모세의 형인 레위 지파 아론의 후손들 이스라엘의 사제로 임명된 것이다. 그러나 여기 등장하는 멜키체덱은 이방인이며 아론과도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멜키체덱은 당시 사람들을 대표해서  하느님께 제사를 드렸던 자인만큼은 분명하다.

 

이러한 멜키체덱은 임금이며 동시에 사제로서 장차 오시게 될 만왕의 왕이시며 완전한 사제이신 그리스도를 예표한다(시편110,4 ; 히브7,1-17).

'정의의 임금'(멜키체덱의 뜻)이며 '평화의 임금'(살렘 임금의 뜻)으로서  멜키체덱은 이상적인 신정정치(神政政治)의 통치자로서의 그리스도를 예표하고, 아론의 계통이 아니고 시작도 끝도 없는 사제로서의 멜키체덱은 영원한 중재자(중보자)이신 그리스도를 예표하는 것이다.

 

이처럼 성경은 사제인 멜키체덱을 등장시킴으로써 이천 년 이후에나 이 땅에 오시게 될 그리스도의 모형이 되게 하셨다.

이 사실을 통해 우리는 모든 성경이 태초부터 계시며 영원히 인간의 중재자(중보자)가 되실 구원자 주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해서 쓰여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영원히 사시기 때문에 영구한 사제직을 지니십니다.  따라서 그분께서는 당신을 통하여 하느님께 나아가는 사람들을 언제나 구원하실 수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늘 살아 계시며 그들을 위해 밀어 주십니다."  (히브7,24.25)

 

"아브람은 그 모든 것의 십분의 일을 그에게 주었다." (창세14,20ㄷ)

 

성경에 처음 나오는 십일조(十一租)에 대한 기록이다. 십일조 규정은 모세에 의해 명문화되었지만(레위27,30-33)본절에 나오는 것처럼 그 이전에도 이미 시행되고 있었다.

 

이브라함이 전리품 가운데 십분의 일('마아세르'; maaser ; a tenth; tithe)멜키체덱에게 준 것은 멜키체덱을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로 인정한 것이며, 동시에 아브라함이 전쟁에서 이긴 것 자신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은혜로 인한 것임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서 하느님께 드린 십일조는 아브라함 자신의 모든 소유는 물론, 자기 자신도 만왕의 왕이신 하느님의 것임을 인정하는 신앙의 성숙한 고백인 것이다.

"주님 것이라네. 세상과 그 안에 가득 찬 것들  누리와 그 안에 사는 것들."  (시편24,1)


 

예수님께서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하시니,

제자들은 “저희가 가서 이 모든 백성을 위하여 양식을 사 오지 않는 한,

저희에게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없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루카9,13)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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