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미사 전례] (2) 믿음의 증거인 십자성호
삼위일체 하느님과의 관계 표현하는 행위 - 성당 입구에는 성수반이 있어서 신자들이 성수를 찍어 십자 표시를 하면서 기도한다. 십자 표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람이라는 뜻도 되고, 십자가를 통한 예수님의 구원에 동참한다는 의미도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길들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막여우를 만난 어린 왕자는 함께 놀자고 말합니다. 그러자 여우는 “난 너하고 놀 수 없어. 난 아직 길들여지지 않았거든”이라고 답하지요. 여우는 길들여진다는 것은 ‘관계가 생긴다는 뜻’이라고 가르쳐줍니다. 또한 여우는 길들이는 과정에서 참을성이 필요하고, 하루하루 조금씩 가까워지며, 관계가 생긴 친구를 만나기 전부터 행복한 설렘으로 안달하게 된다고 어린 왕자에게 알려줍니다. 세례를 받은 신앙인은 성부, 성자, 성령과 관계가 생기며 길드는 과정을 걷게 됩니다. 예술이나 스포츠 등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유명인을 동경하고 자신의 롤모델로 삼으면서 크는 아이들을 ‘누구 키즈’라고 부릅니다. 신앙은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따르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예수 키즈’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분이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제물로 바친 십자가를 떠올리며 십자성호를 긋습니다. 자유민주주의 나라인 한국에서는 십자성호가 자신의 신앙을 드러내는 자연스러운 동작이지만, 공산주의 국가이거나 종교적 박해가 심한 지역에서는 자신의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유아세례에서 부모와 대부모는 세례 받는 아이의 이마에 십자 표시를 해주며, 하느님의 사람이라는 표식을 해줍니다. 십자 표시는 이렇게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람이라는 뜻도 되고, 십자가를 통한 예수님의 구원에 동참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리고 악마가 가장 싫어하는 동작이기도 하지요. 구마 예식에서 사용되는 동작과 예식에는 안수, 입김 불기, 성수 뿌림, 그리고 십자 표시가 있으며 구마 예식 지침에서 “구마 사제는 모든 축복과 은총의 샘인 주님의 십자가를 마귀에게 시달리는 신자에게 보여 준다. 그리고 그를 향하여 악마를 물리치는 그리스도의 권능을 가리키는 십자 표시를 한다”(27항)라고 강조합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추기경 시절에 쓰신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에서 십자성호를 정성껏 긋는 것의 중요함을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얼마나 자주 아무 생각 없이 십자성호를 그으면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는지요? 그 근본적인 의미에서 십자성호는 언제나 세례를 새롭게 하는 것입니다. … 교회는 처음부터 이러한 방식으로 그리스도인 자신에게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 곧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 성당 입구에는 성수반이 있어서 신자들이 성수를 찍어 십자 표시를 하면서 “주님, 이 성수로 세례의 은총을 새롭게 하시고 모든 악에서 보호하시어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께 나아가게 하소서”라고 기도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성당에 들어오면서 성수로 십자 표시를 하는 좋은 전통이 사라진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하느님의 사람으로 길들여지는 과정의 첫 단계는 십자성호를 잘하는 것이지요. 그래야 관계가 맺어진 것을 확인한 하느님이 여러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시지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가톨릭신문, 2024년 1월 7일, 윤종식 티모테오 신부(가톨릭대학교 전례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