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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포르치운쿨라 행진 카페에 올린 후기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19-08-03 조회수1,341 추천수0 반대(0) 신고

 

 

사랑하는 형제자매님! 저는 프란치스칸이 아니면서 이번 포르치운클라 행진에 참석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도보순례를 하는 의미에 비중을 두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자료를 보다 보니 탁발하면서 하는 도보 순례라 호기심이 가득했습니다.

 

행진 사흘째 날부터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한들공소를 대중교통으로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괜히 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한들공소에서 저와 차량봉사하신 스테파노 형제님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잠시 행진에 참석한 형제님들과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자매님들은 보니 벌써 자리를 잡고 누워 쉬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여름에 순례를 하는 거라 상당히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8시 무렵에 다들 잠자리에 드시려고 준비를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 시간이면 완전 초저녁이라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제 자리 옆자리에는 실베스텔 신부님께서 자리를 잡고 주무실 준비를 하시는데 저는 불이 꺼져 있어서 잘 볼 수가 없었지만 희미한 불빛 사이로 보니 덮고 계신 이불 색깔이 마치 수도원에서 사용하시는 갈색 이불인 줄 알았습니다. 새벽에 기상 시간이 되어 일어나 봤습니다.

 

이불이 아니고 신부님 수도복이었습니다. 순례를 하면서 처음으로 재미있는 사실에 웃었습니다. 수도복도 되고 이불도 되고 저한테는 그 모습이 참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었습니다. 새벽 일찍 일어나서 떠날 차비를 준비를 하고 있는데 마침 그때 에스텔 자매님께서 깃발을 주시면서 기수를 하라고 하셔서 처음 시작하면서 기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인원 점검을 한 후에 간단히 체조로 밤새 굳어져 있던 몸을 가볍게 풀어주고 나서 드디어 저의 처음 행진이 대장님과 형제자매님의 우렁찬 구호와 행진 출발 신호로 행진이 시작되었습니다. 후레쉬로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을 뚫고 상쾌한 공기를 맞으면서 기분 좋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걸음이 저에게는 이미 베르나도 수도원을 향하는 발걸음이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 걸었을 무렵 처음으로 반딧불이라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뒤에 따라오시는 에스텔 자매님께서 반딧불이라고 하셔서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보게 된 반딧불도 신기했지만 무엇보다도 저는 미물인 반딧불이 저를 포함해서 모든 행진하는 형제자매님들께 멋진 행진이 되도록 날아다니면서 반갑게 환호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첫날 도착지인 펜션에 잘 도착했습니다. 오후에 미사를 하는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습니다. 그래서 미사 시간까지 잠시 펜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자매님들과 함께 나누었습니다. 제가 이런저런 궁금한 점이 있어서 여쭤보니 자매님들께서 제가 조금 신기한 듯했습니다. 호기심이 많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입니다.

 

그 자리에는 처음으로 오신 분이 계셔서 제가 하는 질문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셨는지 저에게 궁금한 내용 있으면 다른 분에게 여쭤보면 자매님께서도 도움이 되실 거라고 하시면서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질문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저는 첫날 정말 영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최 에스텔 자매님으로부터 들었습니다.

 

프란치스코 수도원에 계신 신부님들의 생활하시는 모습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저의 마음 한 켠에는 감동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말씀을 듣고 신부님들의 소박하고 검소한 모습을 조금이라도 한번 이번 순례를 통해서 실천해보고자 하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바로 첫 번째로 실천해 본 게 양치질할 때 치약의 양을 반으로 줄여서 사용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사실 저는 영적으로 유익한 말씀을 해 주신 것과 첫날이라서 새벽에 출발할 때에도 물을 챙겨주시는 에스텔 자매님이 어쩌면 이번 순례에서 제가 부족한 면이 있으면 부족한 면도 지적해 주시고 동생처럼 잘 지도해주실 것 같다는 생각이 왠지 많이 들었습니다.

 

당일 목적지에 도착을 해서 미사 때 그날 아침에 묵상꺼리를 주시고 나눔을 가지는 것은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는 사실 처음 나눔을 할 때 나눔을 가지는 모습에 가슴 뭉클한 사연을 듣고 행진에 참가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행진에서 뭔가 많은 것을 얻고 갈 수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형제들은 펜션 밑에 있는 정자에서 자기로 되어 있었는데 환경이 여의치 못해서 자리를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실베스텔 신부님께서는 이동을 하지 않으시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때 신부님께서 하신 말씀이 조금 흥미로웠습니다. 계곡 물소리가 엄청 커서 잠을 자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말씀드렸는데도 신부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이런 곳에서 자보는 것도 평생에 얼마나 되겠느냐고 하시는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저는 그때 순간이었지만 신부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고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자신의 주변에 불리한 환경이 놓일지라도 마음과 생각을 어떻게 가지느냐에 따라 그런 환경도 다른 환경으로 바꿀 수가 있다는 걸 하나 배웠습니다. 그게 쉽진 않겠지만 말입니다.

 

다음날 순례 도중에 갈림길에서 그만 순간 실수로 인해서 한 시간 정도 걷다가 길을 잘못 들어선 것 같다는 판단에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하는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처음엔 다시 되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아찔했지만 한 20일 전에 제가 저희 본당 지속적인성체조배회 서기를 맡고 있어서 매달 교구모임에 갑니다. 그곳에서 지도신부님이신 이청준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님께서 매달 거의 성체조배에 관해 강의를 해 주십니다. 그때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그게 불행이든 행복이든 의미없는 일은 없다고 하시는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신부님의 이 말씀이 제 뇌리를 스쳐지나갔습니다. 만약 신부님의 말씀에 근거를 둔다면 이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를 한번 되돌아가면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때 한 생각이 조금 휘발되었지만 대략 이런 것이었습니다.

 

저는 회개와 시간에 대해 한번 묵상을 해봤습니다. 그때 그 일은 갈림길에서 원인이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하느님을 따라가고자 신앙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가령 머리로는 하느님의 길을 가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몸은 그러지를 못할 때가 있는 경우가 종종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사람의 경우라면 말입니다. 이 상황과는 상황이 조금은 다르지만 저는 이런 생각을 한번 해봤습니다. 어떤 잘못된 선택을 해서 그 길을 가더라도 도중에 정말 이건 아니다라고 하는 판단이 설 때는 과감하게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되돌아서야 한다는 걸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시간적인 측면에서는 그런 판단이 들었을 때는 미련 없이 결단을 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번 순례 행진을 통해서 몇 가지를 배웠습니다. 바로 제가 나눔을 했을 때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는 행진 3일차에서 어느 정도 확신이 들었습니다. 제가 나눔을 할 때 말씀드린 신부님의 해맑은 표정과 순수함이 제 영혼을 맑게 해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세속에 몸을 담고는 있지만 저도 신부님의 연세가 되는 나이에 가서는 신부님처럼 맑은 영혼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제가 개인적으로 형처럼 여기는 가르멜 수도원 신부님이 작년 성목요일에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나셨습니다. 얼마 전에 다시 로마로 가셨습니다. 이제 약 3년 남았습니다. 5년 공부하고 돌아오십니다.

 

처음 가실 때는 5년 동안 신부님과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정말 마음이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메일로 소식을 서로 주고받고 해서 조금은 위로가 되지만 그래도 신부님만큼 편하게 영적인 문제에 대해 언제든지 궁금한 게 있으면 여쭤볼 수 있는 신부님이 안 계셔서 조금은 허전했는데 이번에 실베스텔 신부님을 알게 되어 신부님께 폐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신부님을 가끔 찾아뵈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보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 감동을 받은 건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어제 밴드에 올라온 글을 보고 알았습니다.

 

자매님께서 식사 준비를 새벽에 하신다는 걸 알았습니다. 저는 전날 저녁에 준비를 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어쨌든 이걸 준비를 하시기 위해서는 그렇지 않아도 이른 시간에 일어나야 하는데 식사 준비 때문에 더 일찍 일어나셔야 되고 그러다 보면 상대적으로 수면시간이 부족할 텐데 날씨 조건도 무더운 여름이라 이래저래 상대적으로 체력 소모가 힘들 수가 있는 상황이지만 전체를 위해서 희생하시는 모습에 가슴 뭉클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감동을 받은 건 바로 제가 며칠 동안 행진을 하면서 자매님들로부터 받은 사랑입니다.

 

저는 제 자신을 잘 압니다. 겸손이 아니라 정말 저는 남으로부터 사랑을 받을 만큼 매력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같은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입술로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른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자녀이고 형제라는 사실 때문에 호의적으로 대해주신 것에 대해 정말 감사했습니다. 제가 처음 나눔을 발표할 때 사실 처음이라 어떻게 하다 보니 약간 삼천포로 흘렀습니다. 그때 기도에 대한 나눔이었습니다.

 

성경을 사실 크게 나누면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이라고 들었습니다. 이것도 하나로 말하면 바로 사랑입니다.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셨듯이 같은 믿음의 형제끼리 서로 형제애로 사랑을 나누는 것이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얼마나 흐뭇해하실까라는 내용을 보게 되면 물론 나약한 인간인지라 하느님의 말씀을 다는 못 지킨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의 허다한 죄를 다 덮을 수 있는 게 사랑이라고 하는 말씀에 비추어보면 저는 이번 행진을 통해서 자매님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하느님께서 자매님들을 통해서 저에게 주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마지막 날 나눔을 할 때 말씀드렸지만 행여나 제가 그때 언급하신 자매님이 세 분이었습니다. 제가 언급 안 하신 자매님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사람은 다 같은 성격을 가진 게 아니라서 어떤 분은 표현을 잘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어떤 분은 표현은 하고 싶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아서 표현을 잘 하지 못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제가 그 맘 잘 알고 있습니다. 혹여라도 제가 그날 에스텔 자매님을 좀 더 많이 언급해드려서 다른 분들께서 조금 섭섭해 하시지는 않을까 조금은 걱정을 한 건 사실입니다.

 

시간 관계상 세 분만 언급했지만 진심으로 다른 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니 섭섭한 마음이 있으시다면 너그러이 이해를 바라겠습니다. 제가 자매님들 이야기만 많이 했습니다. 형제님들께도 감사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더 이번 행진에 참가한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끝으로 자기가 자신을 보기는 쉽지 않기에 혹시라도 제가 행진하는 기간 동안 한 행동에 대해 실수한 부분이 있다면 형제애로써 너그러이 용서를 구합니다. 감사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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