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상식 팩트 체크] (3) 성공회나 정교회에서 성체를 모셔도 될까?
공식적인 성사 교류는 허용되지 않아 - 가톨릭신자는 가톨릭 성직자에게서만 적법하게 성사를 받을 수 있기에, 성공회와 정교회에서 성체를 모실 수는 없다. 사진은 대한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 내부.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성공회와 정교회는 우리 미사처럼, 예배 때마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모시는 성체성사를 집전합니다. 그렇다면 가톨릭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신자들이 성공회나 정교회에서도 성체를 모실 수 있을까요? 이를테면 성공회 같은 경우에는 어쩐지 성체를 모셔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예배도 미사와 비슷하고 제병도 가톨릭교회처럼 누룩 없는 면병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리적으로 볼 때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빵과 포도주의 축성으로 빵의 온 실체가 그리스도의 몸의 실체로, 포도주의 온 실체가 그분의 피의 실체로 변한다”(트리엔트공의회 「성체성사에 관한 교령」)고 가르칩니다. 빵과 포도주가 실제로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바뀌는 것을 믿고 있는 것이지요. 반면 성공회는 성사적 임재(臨在)를 말합니다. 빵과 포도주가 실제로 바뀐다고 보지는 않지만, 성사 안에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신다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정교회의 경우 가톨릭교회처럼 실체변화를 믿지만, 가톨릭교회와 달리 누룩이 들어간 빵을 성체로 축성합니다. 예수님이 성찬례를 제정한 것이 파스카 축제일에 일어났는지 아닌지에 관한 견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파스카 축제는 하느님이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에서 해방시킨 것을 기념하는 날로, 유다인들은 이날 누룩 없는 빵을 먹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성체성사를 “그리스도를 받아 모시어, 마음을 은총으로 가득 채우고 우리가 미래 영광의 보증을 받는 파스카 잔치”(제2차 바티칸공의회 「전례헌장」 47항)라고 강조합니다. 이집트 탈출 때 어린 양을 바쳤듯이, 인간의 죄를 대신 속죄하기 위해 십자가 위에서 목숨을 바친 예수님을 기억하고 따르는 것입니다. 질문의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가톨릭신자는 성공회와 정교회에서 성체를 모실 수 없습니다. 가톨릭신자들은 가톨릭 성직자에게서만 적법하게 성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교회법 제844조 1항) 다만 성공회와 정교회 신자들과 함께 성체성사를 기억하고 빵을 나누는 일은 가능해 보입니다. 대한성공회의 여러 성당들은 가톨릭신자가 성공회 예배에 참례한 경우 성공회의 성체성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초대하곤 합니다. 대한성공회 교무원 총무국장 나성권(시몬) 신부님은 “공식적인 입장으로 성사 교류는 되지 않지만, 대한성공회는 가톨릭교회에서 세례를 받으신 분들이라면 성공회에서 성체를 모실 수 있도록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성체를 실제 예수님의 몸으로 믿는 정교회의 경우 예배 중 정교회 신자가 아닌 이는 빵을 나누지는 못합니다. 다만 예배가 끝난 후 성직자가 ‘안디도로’라는 축복 받은 빵을 나눠준다고 하네요. 안디도로는 성체는 아니지만, 축복된 빵으로 경건하게 여깁니다. 한국정교회 박인곤(요한) 사제님은 “안디도로는 성체성혈이라는 큰 선물을 받지 못하는 분들에게 선물 대신 주는 축복된 빵”이라면서 “누구나 안디도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톨릭신문, 2024년 1월 14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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