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08-10 조회수1,219 추천수7 반대(0)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은 출입국에서 시작합니다. 출국과 입국이 수월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이탈리아 입국 과정에서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자동출입국 심사가 가능했습니다. 우리나라와 이탈리아가 서로 협약을 맺은 것 같습니다. 아무런 질문 없이, 입국할 수 있었습니다. 양국이 서로의 문을 쉽게 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미국 여권을 가진 사람이 러시아를 방문하려면 비자를 얻어야 한다고 합니다. 미국 시민권자의 러시아 입국은 상당히 까다롭다고 합니다. 비자를 내려면 비용이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의 문을 쉽게 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여행은 도시를 보는 것이 아니고, 산을 오르는 여행이었습니다. 걷고, 산장에서 자면서 힘은 들었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도시에서 살면서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는 걸 새삼 알았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보았고, 너무 많은 것을 먹었고, 너무 많은 만남이 있었습니다. 혜민 스님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과학과 기술은 자체의 동력에 의해서 좀 더 빨리, 좀 더 멀리, 좀 더 높이 움직일 것입니다. 영적인 성찰은 좀 더 느리게, 좀 더 내면에 가까이, 좀 더 낮게 움직일수록 깊어질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하느님 나라의 문을 열어 놓으셨습니다. 인간의 양심은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움직입니다. 예언자들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는 몸소 인간이 되셨고, 인간의 언어와 인간의 생각으로 하느님 나라의 문을 열어 주셨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 우리가 우리 마음의 문을 여는 것입니다. 시기심의 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욕심의 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근심과 걱정의 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하심을 믿어야 합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저마다 마음에 작정한 대로 해야지, 마지못해서 하거나 억지로 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이 실천하는 의로움의 열매도 늘려 주실 것입니다.” 부모는 자녀를 의무감으로 돌보지 않을 것입니다. 사랑하기에 모든 것을 내어 줄 수 있습니다. 부부는 의무감으로 살아서는 행복하지 못할 것입니다. 사랑하기에 참아 줄 수 있고, 용서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도 의무감으로 한다면 날개는 있지만, 새장에 갇혀서 푸른 하늘을 볼 수 없는 새와 같을 것입니다. 사랑이 충만하면 씨앗이 땅에 떨어져 죽는 것 같지만 많은 열매를 맺는 것처럼 신앙생활도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나무는 뿌리가 있어야 가뭄도 견디고, 바람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집도 기둥이 있어야만 오랜 세월 지탱할 수 있습니다. 나무의 뿌리와 같은 사람, 건물의 기둥과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많은 봉사자를 보았습니다. 힘든 사람의 짐을 들어주는 분이 있었습니다. 다른 이를 위해서 식사 준비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본당에 있을 때도 많은 봉사자를 보았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가마솥에 불을 지피는 분, 삼계탕을 끓이는 분, 어르신들 간식으로 전을 부치는 분, 수박을 나르는 분, 사진을 찍는 분, 고기를 굽는 분, 무거운 물건을 나르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저는 겉으로 드러난 꽃이라면 봉사자들은 어둠 속에서 양분을 찾는 뿌리와 같은 분이셨습니다.

 

오늘 축일로 지내는 라우렌시오 부제도 바로 그런 봉사자였습니다. 더운 여름을 식혀주는 소나기처럼, 우리는 모두 주님을 위한 봉사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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