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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9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08-11 조회수1,410 추천수7 반대(0)

오늘은 제가 안식년을 지내고 있는 중앙동 성당이 설립 50주년을 맞이하는 날입니다. 중앙동 성당은 저와는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제가 중앙동 성당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성당에서 첫영성체를 했고, 견진 성사를 받았습니다. 이 성당에서 신학교에 들어갔고, 서품 후 첫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신앙의 못자리가 되었던 성당이고, 안식년을 편하게 지낼 수 있게 해 준 성당입니다. 지난 50년이 찬미와 감사의 50년이었다면 앞으로의 50년은 나눔과 봉사의 50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중앙동 성당의 설립 5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서울에는 사대문이 있습니다. 우리의 조상은 사대문에 의미를 담아서 이름을 정했습니다. 남쪽의 문은 숭례문(崇禮門)’입니다. 이는 예의를 아는 사람이 들어오는 문입니다. 동쪽의 문은 흥인지문(興仁之門)’입니다. 이는 어진 사람이 들어오는 문입니다. 서쪽의 문은 돈의문(敦義門)’입니다. 이는 정의로운 사람이 들어오는 문입니다. 북쪽의 문은 홍지문(弘智門)’입니다. 이는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사람이 들어오는 문입니다. 종로에는 보신각(普信閣)’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중심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오늘 성서 말씀의 주제는 믿음입니다. 오늘 제1 독서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해방의 날 밤이 저희 조상들에게 벌써 예고되었으니 그들이 어떠한 맹세들을 믿어야 하는지 확실히 알고 용기를 가지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선인들의 거룩한 자녀들은 몰래 희생 제물을 바치고, 한마음으로 하느님의 법에 동의하였습니다. 그 법은 거룩한 이들이 모든 것을 다 같이, 성공도 위험도 함께 나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에 벌써 조상들의 찬미가들을 불렀습니다.”

 

성공도 위험도 함께 나눈다는 말을 생각합니다. 믿음은 성공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은 때로 실패와 위험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이 모든 것을 버리고 하느님의 뜻을 따라서 정처 없는 길을 떠날 때 성공이 보장된 것은 없었습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어 이집트를 떠날 때도 기다린 것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아니었습니다. 황량한 사막이었습니다. 믿음은 이와 같은 위험의 순간에도 찬미가를 부르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믿음을 원하십니다. 믿음은 또한 행동으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제물로 바친 것은 믿음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성모님께서도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고 믿음을 드러냈고,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소서!’라고 기도하셨고, 그 믿음으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예전에 군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신학생이었던 저는 감사하게도 군 성당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입니다. 신부님께서는 23일 동안 서울로 출장 가신다고 하셨습니다. 제게는 성당 청소하고, 부대에서 지내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저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신부님이 안 계시는 동안 성당에서 편하게 지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의가 취소되었고, 신부님은 성당으로 돌아오셨습니다. 부대에 있어야 할 저는 성당에 있었고, 저는 신부님께 엄중한 경고를 받았습니다. 33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운 행동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첫째는 가진 것을 이웃과 함께 나누라는 것입니다. 흐르는 물이 썩지 않듯이 함께 나누는 사람은 결코 신앙이 시들지 않을 것입니다. 둘째는 늘 깨어 기다리는 것입니다. 깨어 기다리는 사람에게 주인은 모든 것을 맡길 것입니다. 셋째는 받은 만큼 베풀라는 것입니다. 자기가 받은 만큼 베풀 줄 아는 신앙인은 결코 그 신앙이 시들지 않을 것입니다.

 

배철현 교수는 인간의 위대한 질문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신앙(faith)은 자신이 약속한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그것을 지조 있게 지키는 행위입니다. ‘나는 한 분이신 하느님을 믿습니다(Credo in unum Deum)’라는 말은 초월적인 신을 맹목적으로 신봉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주의 질서를 만든 절대자를 찾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배치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믿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셨습니다. 믿음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는 것입니다. 당신은 삶에 대해 깊이 묵상한 적이 있습니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찾았습니까?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습니까? 이것이 믿음입니다.”

 

지금 나의 신앙의 꽃은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면서 그리스도의 삶을 전하면서 활짝 피어있는지, 아니면 어느덧 나의 게으름과 나의 욕심과 나의 이기심으로 시들어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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