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포르치운쿨라 최종 행진기를 남기면서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19-08-23 조회수870 추천수0 반대(0) 신고

 

 

저는 프란치스칸이 아니면서 이번 포르치운클라 행진에 참석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도보순례를 하는 의미에 비중을 두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자료를 보다 보니 탁발하면서 하는 도보 순례라 호기심이 가득했습니다.

 

행진 사흘째 날부터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한들공소를 대중교통으로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괜히 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새벽 일찍 일어나서 떠날 차비를 준비하고 있는데 마침 그때 한 자매님께서 깃발을 주시면서 기수를 하라고 하셔서 처음 시작하면서 기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인원 점검을 한 후에 간단히 체조로 밤새 굳어져 있던 몸을 가볍게 풀어주고 나서 드디어 저의 처음 행진이 대장님과 형제자매님의 우렁찬 구호와 행진 출발 신호로 행진이 시작되었습니다. 후레쉬로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을 뚫고 상쾌한 공기를 맞으면서 기분 좋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걸음이 저에게는 이미 라베르나 수도원을 향하는 발걸음이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 걸었을 무렵 처음으로 반딧불이라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뒤에 따라오시는 한 자매님께서 반딧불이라고 하셔서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보게 된 반딧불도 신기했지만 무엇보다도 저는 미물인 반딧불이 저를 포함해서 모든 행진하는 형제자매님들께 멋진 행진이 되도록 날아다니면서 반갑게 환호해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모습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첫날 도착지인 펜션에 잘 도착했습니다. 오후에 미사를 하는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습니다. 그래서 미사 시간까지 잠시 펜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자매님들과 함께 나누었습니다. 제가 이런저런 궁금한 점이 있어서 여쭤보니 자매님들께서 제가 조금 신기한 듯했습니다. 호기심이 많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입니다.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질문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저는 첫날 정말 영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한 자매님으로부터 들었습니다.

 

프란치스코 수도원에 계신 신부님들의 생활하시는 모습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저의 마음 한 켠에는 감동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말씀을 듣고 신부님들의 소박하고 검소한 모습을 조금이라도 한번 이번 순례를 통해서 실천해보고자 하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바로 첫 번째로 실천해 본 게 양치질할 때 치약의 양을 반으로 줄여서 사용해보자고 했습니다.

 

행진을 하면서 아침에 묵상꺼리를 주시고 나눔을 가지는 것은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는 사실 처음 나눔을 할 때 나눔을 가지는 모습에 가슴 뭉클한 사연을 듣고 행진에 참가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행진에서 뭔가 많은 것을 얻고 갈 수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형제들은 펜션 밑에 있는 정자에서 자기로 되어 있었는데 환경이 여의치 못해서 자리를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동행한 신부님께서는 이동을 하지 않으시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때 신부님께서 하신 말씀이 조금 흥미로웠습니다. 계곡 물소리가 엄청 커서 잠을 주무시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말씀드렸는데도 신부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이런 곳에서 자보는 것도 평생에 얼마나 되겠느냐고 하시는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자신의 주변에 불리한 환경이 놓일지라도 마음과 생각을 어떻게 가지느냐에 따라 그런 환경도 다른 환경으로 바꿀 수가 있다는 걸 하나 배웠습니다. 그게 쉽진 않겠지만 말입니다.

 

다음날 행진 도중에 갈림길에서 그만 순간 실수로 인해서 한 시간 정도 걷다가 길을 잘못 들어선 것 같다는 판단에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하는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처음엔 다시 되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아찔했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그게 불행이든 행복이든 의미없는 일은 없다고 하셨던 어떤 신부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이때 회개와 시간에 대해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그때 그 일은 갈림길에서 원인이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하느님을 따라가고자 신앙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머리로는 하느님의 길을 가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몸은 그러지를 못할 때가 있는 경우가 종종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잘못된 선택을 해서 그 길을 가더라도 도중에 정말 이건 아니다라고 하는 판단이 설 때는 과감하게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되돌아서야 한다는 걸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시간적인 측면에서도 그런 판단이 들었을 때는 미련 없이 결단을 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번 행진을 통해서 신부님의 해맑은 표정과 순수함이 제 영혼을 맑게 해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나눔을 할 때에도 말씀을 드렸지만 신부님은 한마디로 바보 같았습니다. 바보인데 바로 하느님만을 바라보는 바보 말입니다. 세상의 바보가 아니고요. 어쩌면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각으로 봤을 때도 바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겠지만 그런 바보를 더 사랑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 시간도 되었습니다. 신부님의 턱수염이 마치 어린아이 볼에 수염을 붙여놓은 것처럼 보여 신부님의 해맑은 모습이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저도 신부님의 연세가 되는 나이에 가서는 신부님처럼 맑은 영혼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하나 감동을 받은 건 행진하면서 저녁 때 다음 날 아침 식사 준비를 하시는 모습을 보고 해서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나중에서야 아침식사 준비를 새벽에 하시는 경우가 있다는 걸 밴드를 통해 알았습니다. 어쨌든 이걸 준비하시기 위해서는 그렇지 않아도 이른 시간에 일어나야 하는데 식사 준비 때문에 더 일찍 일어나셔야 되고 그러다 보면 상대적으로 수면시간이 부족할 텐데 날씨 조건도 무더운 여름이라 이래저래 체력 소모가 힘들 수가 있는 상황이지만 전체를 위해서 희생하시는 모습에 가슴 뭉클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감동을 받은 건 바로 제가 며칠 동안 행진을 하면서 자매님들로부터 받은 사랑입니다.

 

저는 남으로부터 사랑을 받을 만큼 매력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같은 신앙을 가지고 있는 형제라는 사실로 호의적으로 대해주신 것에 대해 정말 감사했으며 규율이 있으면서도 자유분망한 면도 있어 보이는 모습에 프란치스칸은 아니였지만 프란치스칸의 매력에 저도 모르는 사이에 흠뻑 젖는 것 같았습니다. 이번 행진을 통해서 자매님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하느님께서 자매님들을 통해서 저에게 주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형제자매에게 고백하며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를 지은 것을 미사 때 제 탓이오라고 가슴을 치며 고백기도를 우리는 미사 때 바칩니다. 이처럼 제가 형제자매님들에게 고백합니다. 처음에는 제가 이번 행진을 구간참여를 하면서 그렇게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는 면이 없었지만 행진을 마치고 돌아온 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서 저의 모습을 되돌아 보니 너무나도 부끄러운 모습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사실 행진을 하면서 모든 분에게는 아니지만 대체로 많은 형제자매님들께서 아주 호의적으로 대해 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아름다운 사랑에 대해 행진을 다녀온 후에 저의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배은망덕한 일을 그만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어린놈이 오만하고 독선을 갖고 무례한 행동을 한 것 같아서 너무나도 죄송한 마음에 제 마음이 그야말로 참담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어떤 자매님께서는 저는 지금도 계속 행진이 진행된다고 표현하셨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적인 행진은 멈추었지만 그 정신은 지금도 마치 행진을 계속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돌아온 후에 어떻게 밴드지기를 맡게 되어서 좋은 말로는 열정이라고 포장을 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 건방지고 무례한 모습을 보인 게 사실이었습니다. 이곳은 세상과 달리 겸손 이런 게 상당히 중요한데 제가 한번 잘해보고자 하는 선의의 의욕이 있다고 하더라도 매사 행동 하나 하나에 조심을 하고 주의를 했어야 하는데 돌이켜보면 제가 의욕만 넘쳤지 그 넘친 의욕이 다른 분들에게는 어쩌면 신앙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인 면도 있었습니다. 그땐 이런 저의 모습과 행동에 대해 잘못한 행동이었음을 미처 몰랐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온 후 단체 카톡에 올린 저의 글 때문에 저의 행동이 얼마나 형제자매님들 앞에 무례했는지를 알 수가 있었습니다. 아마 하느님께서 이것을 통해 제가 얼마나 교만한 사람이었는지를 알려주신 것 같았습니다. 제가 행진 후에 한번 카톡에 지나가는 말로 한티성지 한티가는길을 두 번 완주한 경험이 있어서 내년에 혹시 행진을 하게 되면 이 구간을 추천하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제가 보기엔 너무나도 은혜로운 길이고 아름다운 길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정말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그렇게 올렸습니다.

 

아마 행진대장님께서는 이런 부분을 지금까지 맡아오셨기에 또 관심도 갖고 계실 터라 저에게 그 길에 대해 궁금하신 부분이 있으셔서 잠시 문의를 하셨고 저랑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저에게 한번 혹시 그 길을 바탕으로 행진을 할 수 있는 적절한 코스가 있다면 루트를 구상해보고 나름 자료를 줄 수 있느냐고 하셔서 제가 부족하지만 한번 구상을 해보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전화 통화를 끝냈습니다.

 

전국성지 지도가 있어서 나름 한티가는길을 근간으로 해서 지도를 보면서 대구교구 성지를 중심으로 해서 산청성심원 방향으로 루트를 구상하면 은혜로운 길이 될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막상 성지 지도를 보며 든 생각이 생각보다 루트를 정하는 게 쉽지가 않았습니다. 실제로 루트를 개척한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막상 제가 한번 해보려고 하니 이것 저것 생각해야 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였습니다. 이때 순간 형제님 내외분이 하신 노고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형제님께 문자로 노고에 대해 개인적으로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전하고 나니 괜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다른 분들도 여러 가지로 행진 끝나고 행진 때 수고하신 분들의 고마움을 카톡에 올려주시고 해서 서로 다들 답글은 올라오지 않았지만 그 고마움은 서로 공유를 했기 때문에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물론 내용은 좋은 내용이지만 카톡에 글을 올리고 나서 보니 제가 너무나도 큰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났습니다. 제가 실수를 했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겁이 덜컹 났고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분들도 그런 노고를 모르셨을 리가 없을 텐데 어린놈이 그런 걸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제가 형제자매님들을 무시하고 세상말로 나댄 것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경상도 말로 설쳤다는 겁니다. 그러니 나이 드신 형제자매님께서 보실 때는 제 모습이 말씀은 안 하셔도 얼마나 모양새가 좋지 않았겠습니까?

 

그걸 생각하니 제가 너무 겸손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분이 하셨더라면 좋았을 텐데 제가 그만 나서는 바람에 제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경솔하고 자중하지 못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점 정말 제가 백번 잘못한 일입니다.

 

제가 밴드에 올린 글 표현 중에 프란치스칸 정신이라고 하면서 운운한 글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일반 문헌이나 신부님 말씀을 인용했기에 제가 건방지다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근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령 인용을 했다손 치더라도 제가 프란치스칸도 아니면서 또 제가 프란치스칸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안다고 함부로 제가 입을 놀렸다고 생각하니 정말 제 자신이 얼마나 철없는 행동을 여러 형제자매님께 했다고 생각하니 정말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제가 본의 아니게 어쩌다 보니 너무나도 무례한 짓을 하게 되어 정말 형제자매님께 진심으로 용서를 청하며 어떻게 용서를 빌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부디 저의 허물을 용서해 주시기를 눈물로 청하오며 깊이 반성을 하며 행진을 하신 모든 형제자매님께 용서를 청하는 화살기도를 올렸습니다.

 

아무리 마음이 불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 좋지 않으면 모름지기 신앙인이라면 그런 부분도 조심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한 부분에 대해 마땅히 비난을 달게 받아야 됩니다. 마지막 바람이 있다면 허물 많은 행동을 한 형제의 잘못을 형제애로 너그러이 용서를 해 주신다면 앞으로는 이 기회를 삼아 매사 모든 행동에 신중을 기하고 정말 낮고 더욱더 겸손해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신앙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기가 자신을 보기는 쉽지 않기에 혹시라도 제가 행진하는 기간 동안 한 행동에 대해 실수한 부분이 있다면 형제애로써 너그러이 용서를 구합니다.

 

 

이번 행진 때는 미처 몰랐지만 행진 후에 제가 얼마나 엄청나게 교만했는지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었고 제 신앙의 민낯을 솔직히 거울 보듯이 볼 수 있어서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면도 있지만 제 자신의 허물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은총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되돌아보니 행진하신 모든 분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희생과 사랑이 있었기에 모두가 아무 탈 없이 잘 행사를 마무리할 수가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다시 한 번 더 무더위 속에서 구슬 같은 땀을 흘리시며 행진을 하신 모든 형제자매님들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리며 항상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