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0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08-23 조회수1,440 추천수8 반대(0)

자리를 옮기면서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거주자 등록하고, 성사를 집전하는 허가도 받고, 운전면허도 신청하고, 은행 계좌도 열고, 직원 미사, 직원회의도 해야 합니다. 마트도 알아야 하고, 사제 모임도 참석해야 합니다. 아침에 동네 산책하니 그것도 좋습니다. 아이의 눈이 가족, 동네, 학교,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듯이, 저도 이곳에서 많이 볼 겁니다. 예전에 외국에서 살았던 것도 도움이 됩니다. 시간이 필요하고, 인내가 필요하고, 부족함을 인정하면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도움을 주십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이곳에 왜 왔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알았다면 최선을 다해서 실천하는 것입니다.

 

오늘 제1 독서에서 룻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구약에는 롯과 룻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점 하나가 차이나는 이름이지만 삶은 엄청나게 달랐습니다. 롯은 소돔과 고모라를 선택하였고, 아내는 소금 기둥이 되었습니다. 룻은 베들레헴을 선택하였고,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에 오르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현재 내가 어디에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지금 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하루의 생활을 성찰하고, 이웃을 도와주며, 가진 것을 나눈다면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물 수 있습니다. 하늘을 보고 흘러가는 구름을 볼 수 있다면, 아무런 욕심과 미련 없이 아래로 내려가는 강물을 볼 수 있다면, 아무런 대가 없이 아름답게 피었다가 지는 꽃을 볼 수 있다면 우리는 이 세상에서 영원한 삶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몸은 우리의 영혼을 보여주는 하느님의 소중한 선물임도 알게 될 것입니다.

 

본당에 있을 때, 나눔의 우산, 사랑의 우산을 기증해 주시기를 부탁드렸습니다. 우산을 가져오지 않고 성당에 왔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면 우산을 빌려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많은 분이 나눔의 우산을 기증해 주셨습니다. 본당에서 준비한 사랑의 우산을 쓰면서 비를 피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사랑의 실천입니다. 주위를 살펴보면 외로움의 비를, 슬픔의 비를, 고통의 비를 맞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우산을, 작은 봉사의 우산을, 희생의 우산을 나누어 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그 사랑이 우리를 하느님 나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옛 어른들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만,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고 하였습니다. 우리가 남겨야 할 것은 무덤에 묻힌 육신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남겨야 할 것은 화장한 뒤에 남은 유골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남겨야 할 것은 하느님 보시기에 얼마나 합당한 삶을 살았느냐입니다. 땅에 묻히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어떤 모습으로 남는가를 두려워해야 합니다. 백성을 사랑하였던 세종대왕,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용감히 싸웠던 이순신 장군, 독립을 위해서 평생을 바쳤던 김구 선생, 신앙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아름다운 삶을 살았던 이태석 요한 신부님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분들의 무덤과 유골을 기억하지만, 우리가 그분들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분들의 열정과 그분들의 사랑입니다.

 

오늘 율법 학자는 어느 것이 중요한지를 질문합니다. 어쩌면 이 질문은 세상을 위해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질문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주 명확하게 답변해 주셨습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 해서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이것이 첫째가는 계명이다. 둘째도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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