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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녀 모니카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08-27 조회수1,459 추천수9 반대(0)

라벤더의 꽃 이름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향이 은은하고 청초하기에 사랑, 순수, 진실, 우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라벤더의 의미는 의심이라고 합니다. 불신이 진리를 믿지 않는 것이라면 의심은 진리를 찾기 위한 여정입니다. 그런 뜻이라면 라벤더의 꽃말이 향기와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세상의 많은 슬픔과 불행은 의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절대 권력은 의심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불의한 폭력은 의심을 두려워합니다. 인류가 지금까지 진화의 보편적인 을 깨고 여기까지 온 것도 끊임없이 의심했기 때문입니다. 인류를 이끌어 온 선각자들은 모두 의심하였습니다.

 

부처님은 고통의 의미를 의심하였습니다. 고통은 집착과 욕망에서 나온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부처님이 의심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직도 아수라의 고통 속에 있을 겁니다. 모든 번뇌는 내려놓으면서 사라지는 겁니다. 예수님께서도 의심하였습니다. 안식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통이 무엇인지, 죽음이 무엇인지,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목적은 무엇인지 의심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모든 것은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한 것임을 알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사람을 질책하십니다. 겉은 화려하지만 내면은 텅 비어 있는 사람, 가식과 위선으로 타인의 아픔과 고통을 외면하는 사람을 질책하십니다. 2000년 교회의 역사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권력의 달콤함에 취한 사람, 자신의 이익을 먼저 탐하는 사람, 신앙의 이름으로 이방인을 단죄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성인이 되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겸허하게 교회의 가식과 교회의 잘못을 고백했습니다. 세상은 그런 교회의 모습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겸손함을 보았습니다.

 

오늘 복음은 사도들의 이야기입니다. 권위를 내세울 수 있었지만 모든 권위를 내려놓았습니다. 충분히 보수를 받을 수 있었지만 가진 것까지 나누었습니다. 꽃길이 아니지만, 가시밭길이라도 기꺼이 걸어갔습니다. 겉보기에는 초라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충만한 사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가는 사람입니다. 2000년 교회의 역사는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밤하늘이 아름다운 건 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상처 입고 상처를 주었던 교회가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신앙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향기를 온몸으로 전하는 신앙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라벤더의 향기와 아름다움은 끊임없는 성찰과 의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합리적인 의심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신앙을 깨워 줍니다. 어느덧 자기 합리화의 덫에 갇혀 있는 신앙을 깨워 줍니다. 위선과 가식에 쌓여 가난한 이를 외면하는 신앙을 깨워 줍니다. 합리적인 의심은 우리 안에 스며든 악의 세력을 몰아냅니다. 합리적인 의심은 신앙을 더 견고하게 만들어 줍니다.

 

하루하루는 표시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한 달, 일 년이 지나면 그 사람이 지나온 자리에 표시가 나기 마련입니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신앙인이 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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