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2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09-03 조회수1,790 추천수11 반대(0)

중학교 때의 기억입니다. 우연히 윤동주 시인의 서시(序詩)’를 읽었습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단어 하나하나가 제게는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부끄러움이 없지만 이웃의 아픔, 망국의 아픔을 괴로워했던 젊은이의 고뇌, 그러나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려는 굳은 결의가 드러나는 시입니다. 윤동주 시인의 유고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초판이 경매에 나왔다고 합니다. 비록 짧은 생을 살았지만, 시인의 마음은 아직도 우리 안에 살아 있습니다.

 

오늘 제1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윤동주 시인과 비슷한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에 대한 여러분의 믿음과 모든 성도를 향한 여러분의 사랑을 우리가 전해 들었습니다. 그 믿음과 사랑은 여러분을 위하여 하늘에 마련되어 있는 것에 대한 희망에 근거합니다. 이 희망은 여러분이 진리의 말씀 곧 복음을 통하여 이미 들은 것입니다.” 박해의 엄중한 상황 속에서 바오로 사도는 복음을 전하려는 열정이 가득했습니다. 복음을 위해서라면 시련도, 아픔도, 고통도, 죽음까지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복음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살아 있고,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교우분이 빛바랜 신문 하나를 제게 주었습니다. 1988년 발행된 미주 평화신문초판이었습니다. 지학순 주교님의 초청 강연 기사가 있었습니다. 북한을 방문한 사람의 기행문이 있었습니다. 미주 평화신문을 발간하는 이유를 사설로 밝혔습니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말할 수 있는 신문이 되기를 바란다고 하였습니다. 각계각층의 격려와 축하의 글이 있었습니다. 통일에 대한 열망, 인권과 정의의 실현을 촉구하는 글이 있었습니다. 신문 곳곳에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열의와 각오가 담겨 있었습니다.

 

제게 평화신문 초판을 주신 것은 그런 열정과 각오로 신문을 제작하라는 염원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주 가톨릭 평화신문 홈페이지에 저의 인사말을 올렸습니다. 인사말이면서 저의 다짐이기도 합니다. “영적으로 듣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세상에 마음을 빼앗기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복음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미주 가톨릭 평화신문은 예수님처럼 에파타(열려라)’하려 합니다. 하느님께서 심어놓으신 보물을 찾아서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복음의 기쁨을 충실하게 전하겠습니다. 미주 한인 공동체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교회의 가르침을 전하겠습니다. 우리들의 마음이 열리고, 우리의 귀가 열려서 하느님의 음성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시작되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하느님 나라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근심 때문에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타성에 젖어서 새로운 희망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열등감 때문에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살아 있지만 영적으로 죽은 사람이 많습니다. 거짓된 자아는 참된 자아를 보지 못하게 합니다. 십자가를 지고 죽었지만,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잠시 지나가는 이 세상에서 방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가톨릭 평화신문은 예수님처럼 탈리타 쿰하겠습니다. 신앙은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일어나는 것입니다. 거짓에서 진실로 일어나는 것입니다.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꽃처럼 사랑의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가톨릭 평화신문이 탈리타 쿰(일어나라)’하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열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합니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되었습니다.”

나의 삶이, 나의 신앙이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면, 타성에 젖어있다면, 열정이 식었다면, 희망을 보지 못하고 있다면 새롭게 신발 끈을 매면 좋겠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뜨거운 삶, 바오로 사도의 지칠 줄 모르는 선교의 열정,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 선포를 따라가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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