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수호천사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10-01 조회수1,740 추천수14 반대(0)

신학생들을 위해서 30일 피정을 함께 했었습니다. 지금은 멀리 있어서 하지 않지만 제게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신학생들과 면담을 하고, 피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피정하는 주체는 신학생이고, 피정을 이끄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했습니다. 제가 힘을 주고, 제 뜻대로 신학생을 이끌려고 하면 저도 힘들었고, 신학생도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신학생들을 믿고, 격려하고, 피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도하면 저도 힘이 덜 들었고, 신학생들이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30일 피정을 마친 신학생들은 부제 서품을 받습니다. 부제님들은 외부 사제들에게 영적 지도를 청할 수 있었습니다. 저와 함께 피정했던 부제님들이 저를 찾아온 곤 했습니다. 저도 선배로서 편하게 부제님들을 만났습니다. 책을 소개하기도 했고, 맛있는 식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부제님들도 피정 때 보다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논문에 관한 이야기, 사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고백성사를 청하면 성사를 주었습니다. 제게 도움을 받으러 온 부제님들이었지만 저도 보람 있었고, 도움을 받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보라, 내가 너희 앞에 천사를 보내어, 길에서 너희를 지키고 내가 마련한 곳으로 너희를 데려가게 하겠다. 너희는 그 앞에서 조심하고 그의 말을 들어라. 그는 내 이름을 지니고 있다.’

 

돌아보면 제게 하느님께서 보내 주신 천사와 같은 분이 많았습니다. 고등학교 때 신학교에 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본당 신부님이 계십니다. 신부님께서는 고집이 세신 아버님이 신앙에 충실할 수 있도록 설득하셨습니다. 오랜 시간 성당에 오지 않으셨던 아버님은 아들이 신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성당에 와야 한다는 본당 신부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아버님은 이유를 불문하고, 다시금 신앙에 충실하셨습니다. 아버님은 저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되셨습니다. 영적인 아버님이셨던 본당 신부님과 저를 낳아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2005년 캐나다에서 지낼 때입니다. 겨울은 길고 추웠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통풍으로 힘이 들었습니다. 14년이 지난 이야기입니다. 토론토의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는 천사 같은 분들을 보내 주셨습니다. 한인 성당 신부님은 매주 미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습니다. 사제는 신자들과 함께 미사 할 때 힘을 얻습니다. 차량 봉사를 해 주었던 부부도 있었고, 엠이 모임에 초대한 부부도 있었고, 필요한 반찬을 주신 부부도 있었습니다. 가장 고마웠던 건 16개월 함께 지냈던 동창 신부님이었습니다. 서로 성격이 다르기에 힘든 점도 있었지만, 함께 했기에 즐거운 시간이 많았습니다.

 

2019년 뉴욕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신문사 옆에 있는 한인 성당 신부님께서는 식사에 초대해 주시고, 매주 미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길을 알려 주시는 분도 계시고, 법률적인 문제에 도움을 주시는 분도 계십니다. 미주 가톨릭 평화신문을 사랑하시고, 구독하시는 분은 모두 제게는 천사 같은 분입니다. 광고를 통해서 도움을 주시는 분, 후원 회원으로 도움을 주시는 분도 제게는 천사 같은 분입니다. 제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주고, 안내해 주는 직원들도 제게는 천사 같은 분입니다.

 

저는 가브리엘 세례명을 좋아합니다. 가브리엘 천사는 하느님의 뜻을 전하였기 때문입니다. 천사는 하얀 옷을 입고, 날개를 달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서에서 보면 천사는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야곱에게 나타나서 씨름하였습니다. 토비야에게 나타나서 길을 안내하였습니다. 마리아에게 나타나서 아이를 잉태할 것이라는 하느님의 뜻을 전하였습니다.

 

오늘 내가 전하는 따뜻한 말과 친절은 고통 중에 있는 이웃에게, 절망 중인 친구에게 위로와 힘을 줄 것입니다. 천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우리를 위해 기도하지만, 우리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기도할 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바로 그런 우리들의 모습이 천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천사는 이렇게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뜻을 전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나누고,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입니다. 어쩌다 한번, 잠시 천사의 모습으로 보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천사의 모습으로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 역시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영적인 사람, 천사가 될 수 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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