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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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말없는 위로와 사랑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19-10-21 조회수965 추천수2 반대(0) 신고

 

 

 

어제는 주일이었다. 본당에서 주일미사를 오랜만에 봉헌했다. 2주 정도 늦은 나이에 수도원에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어서 수도원에 들어갈 수 있다고 아는 본당 신자분들의 얼굴을 뵐 면목이 없어서 이웃 본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배회를 하였던 것이다. 물론 완전히 기회가 박탈된 것은 아니다. 그래도 한 번의 기회는 남아있다.

 

정말 하느님   아니고는 이제는 살 수 있는 길이 없다고 완전 납작하게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을 때 다시 한 번 더 수도원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하셨다. 이제야 왜 수도원에서 나이가 많으면 받아주지 않는 이유를 조금 이해할 수가 있었다. 세상과의 정리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냥 두부 자르듯이 그렇게 쉽게 자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고 세상에 대한 미련 때문은 절대 아니다. 아무튼 근 반평생을 살은 사람으로서는 쉽지 않다.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수도원 체험이었지만 정말 많은 걸 생각하고 한편으로는 유익한 체험이었다. 어제 주일미사가 있어서 미사를 봉헌해야 하기에 사실 계속 피할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부끄럽지만 꾹 참고 본당 미사에 참례를 했다.

 

수도원 가는 일 때문에 본당에서 꾸리아 서기를 맡은 걸 내려놓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언제 수도원에 정식으로 들어가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도 더러 있었지만 사실대로 말씀을 드려었다. 응원을 많이 해 주신 분들께는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합니다 라고 말씀드리니, 베드로야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용기를 가져라고 다시 격려를 해 주시는 자매님도 계셨습니다.

 

지금 나이에 수도원에 들어갈 생각만 해도 대단한 거란다 라고 하시며 위로를 해 주시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한 분들이었다. 영성체 때 영성체를 한 후에 영성체송을 하는 중에 누군가가 손을 잡아주시는 게 아닌가. 바로 내 손을 잡아주신 분은 예전에 올린 글 속에 나오는 주인공이었습니다. 지금 검색을 해봐야 알 수 있지만 제목에 할미꽃의 열정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내용의 자매님이었습니다.

 

꾸리아 서기로 선출되었을 때도 정말 단장님께 서기를 잘 뽑았다고 하시고 또 이번에 수도원에 들어갈 기회가 되었다고 말씀을 드렸을 때도 참 잘 되었다고 응원해 주셨는데 이번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을 말씀드렸을 때도 역시나 위로를 해 주시는 게 아닌가. 근데 어제는 정말 놀라웠다. 비록 팔순이 된 자매님의 손이었지만 제대로 향해 나가시면서 따뜻한 손을 살며시 잡아주시는데 나는 그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분께서 전해주는 무언의 위로와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가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연도를 마치고도 손을 잡아주시고 장례미사를 마친 후에는 안아주셨다. 가족들 모두가 믿지 않는 가정에서 마지막에 어머니를 하느님 품으로 이끄는 모습이 자매님에게는 정말 대견스런 모습으로 비추어져서 그렇게 나에게 잘 해 주시는지 모르겠다. 내후년이면 이제 지천명의 나이가 되는데 이런 나이에도 그런 분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정말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볼품없는 사람이 그래도 본당에서 많은 자매님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한 일이다. 부족한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제 말없이 잡아주는 자매님의 따뜻한 손길은 말로써 수많은 위로를 하는 것보다 엄청나게 그 여운이 강렬하고 그 영향력은 실로 더 위대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도 나이를 먹으면 정말 어제 일을 잊지 않고 자매님처럼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신앙인이 되어 내가 받은 사랑을 꼭 누군가에게 다시 전하고 싶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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