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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9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10-25 조회수1,307 추천수13 반대(1)

오늘은 1026일입니다. 벌써 40년이 되었습니다. 충격적인 소식이 신문에 호외로 나왔습니다.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뉴스였습니다. 5년 전인 1974년에는 대통령의 부인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나라의 대통령과 그 부인이 불행한 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대통령의 딸이 33년 후에 대통령이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탄핵으로 대통령직을 내려놓은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고, 한 가족으로도 안타까운 역사입니다.

 

지금부터 40년 전에 저는 고등학생이었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그때는 석간이었던 동아일보를 배달하려고 보급소엘 갔습니다. 신문 150부를 들고 배달을 하고 나면 배도 고프고 그래서 신당동 떡볶이집엘 자주 갔습니다. 요즘은 신문도 다들 오토바이로 배달하지만, 그때만 해도 오토바이 배달은 없었습니다. 신당동의 떡볶이집에는 음악이 있었고, 맛있는 떡볶이가 있었고 우리만의 세상이 있었습니다. 그때 들었던 음악은 레이프 가렛의 "다 함께 춤을 춰요"라는 신나는 댄스 음악이었습니다. 그리고 남진, 나훈아와는 전혀 다른 음악을 보여준 산울림의 음악이 있었습니다. 많은 학생이 산울림의 음악을 좋아했고, 저도 물론 좋아했습니다. 산울림은 90년대에는 서태지와 아이들만큼, 지금의 BTS만큼이나 인기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죽었다는 사실은 저에게도 충격이었습니다. 그분은 새마을 운동을 주도하셨고, 민족의 근대화를 위해서 산업현장을 뛰어다니셨고, 수출 100억 불, 국민소득 1000불을 위해서 불철주야 땀을 흘리셨던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때 저는 그분의 앞모습만 보았습니다. 신문과 방송도 그분의 앞모습만 저에게 보여주었으니까요. 그 뒤 저는 그분의 뒷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무리하게 삼선개헌을 하였습니다. 긴급조치를 남용했습니다.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저항을 잔인하게 진압하도록 했습니다. 자신의 권력을 무리하게 유지하려다가 가장 가까이 있는 측근에게 그렇게 허무하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분이 죽은 지 40년이 되는 날입니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그가 세운 업적이나 그의 앞모습만으로는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진정한 평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결국은 드러날 뒷모습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살아있는 사람은 결코 성인 품에 올리지 않습니다. 그가 많은 기적을 행했어도, 그가 모든 사람에게 존경을 받았어도 그렇습니다. 그가 아무리 높은 직책에 있었어도 그렇습니다. 죽은 다음에도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성인 품에 올릴 수 있는지 조사를 합니다.

 

오늘 성서 말씀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육의 관심사는 죽음이고 성령의 관심사는 생명과 평화입니다. 예수님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신 분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사시면, 그리스도를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신 분께서 여러분 안에 사시는 당신의 영을 통하여 여러분의 죽을 몸도 다시 살리실 것입니다. 누가 주님의 산에 오를 수 있으랴? 누가 그 거룩한 곳에 설 수 있으랴? 손이 깨끗하고 마음이 결백한 이, 헛된 것에 정신을 팔지 않는 이라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

 

유대인 랍비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죄의 크기와 죄의 질 때문에 용서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죄에 대해서 뉘우치지 못하는 그 대죄 때문에 용서받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과 내가 하는 말과 내가 하는 행동이 비록 정당하다고 할지라도 사실은 어느덧 나는 나의 욕심과 나의 이기심을 뒤에 감추고 있을 때가 많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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