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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30 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10-26 조회수1,675 추천수9 반대(0)

미국에 온 지 2달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지내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모든 일에 절차가 있는 겁니다. 그 절차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미국 거주 등록증은 신청하고 1달 있으니 우편으로 왔습니다. 거주 등록증이 있어야 운전면허 시험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필기시험 보고 2주 기다리니 임시 운전면허증이 나왔고, 그 뒤로 도로시험을 보아야 면허증이 나옵니다. 운전면허증도 1달은 걸려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이 신청하는 뉴욕이기에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거주 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이 있으면 관광객이 아니라, 주민이 되는 것 같습니다. 급행은 없습니다. 절차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뉴욕에 왔으면 뉴욕의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신앙생활에도 절차가 있습니다. 순서가 있습니다.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닙니다. 하느님 나라에 초대받아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길에도 절차가 있습니다. 순서가 있습니다. 재물이 많아서 될 일이 아닙니다. 사회적인 지위가 높아서 될 일도 아닙니다. 머리가 좋아서 될 일 또한 아닙니다. 어떤 절차와 순서가 있을까요?

첫째는 회개입니다. 회개는 단순히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는 게 아닙니다. 회개는 세례를 받아 성당에 다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회개는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겁니다. 어부였던 제자들은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교회를 박해했던 바오로 사도는 박해받는 교회의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진정한 회개는 행동으로 드러나야 합니다. 나병 환자 10명이 치유되었지만 예수님께 돌아와 찬양을 드린 사람은 오직 한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한 사람에게 당신은 구원받았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육체의 치유를 넘어서 영혼이 치유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자캐오는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빚진 게 있다면 4곱절로 갚겠다고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비록 나의 죄가 진홍같이 붉더라도, 나의 죄가 다홍같이 붉더라도, 진심으로 회개하고, 행동으로 드러내면 하느님께서는 나의 죄를 눈처럼 희게 해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나의 죄를 양털처럼 희게 해 주십니다. 그것이 하느님의 자비이며,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둘째는 겸손입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누추한 마구간에 태어나신 사건이 겸손입니다. 겸손이 희생과 봉사를 만나면 사랑이 꽃피기 마련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늘 겸손을 강조하셨습니다. ‘사람의 아들은 섬김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러 왔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꼴찌가 되려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라고 하셨습니다. ‘누구든지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야고보와 요한은 예수님께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스승님께서 영광의 자리에 오르시거든 저와 동생에게 좋은 자리를 주십시오.’ 다른 제자들은 서로 다투었습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 좋은 자리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영광의 자리는 없다고 하십니다. 다만 십자가와 희생의 자리가 있다고 하십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같은 길을 가고 있었지만 다른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2000년 교회의 역사에서 분열과 갈등은 겸손이 사라지면서 생겼습니다. 겸손의 빈자리에는 교만과 욕망이 넘쳐났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의 교만한 기도보다는 세리의 겸손한 기도를 칭찬하셨습니다.

 

셋째는 항구함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혼인 잔치에 초대된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하십니다. 기름을 준비한 사람이 혼인 잔치에 초대받았다고 하십니다. 하느님께 받은 재능을 이웃을 위해서 나누는 사람이 더 많은 은총과 축복을 받을 수 있다고 하십니다. 그 시간이 언제 올지 모르니 늘 깨어 있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시계는 언제나 정확하게 시간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하루에 두 번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는 시계가 아닙니다. 고장 난 시계는 쓸모가 없습니다. ‘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也(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라는 말이 있습니다. ‘눈 내리는 추운 겨울이 와도 소나무와 전나무는 여전히 푸르다.’라는 뜻입니다. 이 글은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歲寒圖)에서 그 깊은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유배지에 있던 추사 김정희에게 누구도 가까이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자 이상적은 스승 추사에게 책을 보내고, 안부를 전하였습니다. 스승 추사 김정희는 제자에게 세한도를 그려 주었습니다. 참된 신앙은 언제나 감사하고, 늘 기도하며, 항상 기뻐하는 겁니다.

 

주님께서는 머뭇거리지 않으신다.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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