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상식 팩트 체크] (11) 성유는 어떻게 만들까?
각 교구마다 일 년에 한 차례 축성 - 수원교구 성유 축성 미사 중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축성 성유에 발삼을 섞고 있다. 축성 성유에 향료를 섞는 것은 기름 바를 때에 성령의 현존을 암시한다는 의미가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세례성사 혹은 견진성사를 거행하는 모습을 기억하는 분이라면 이마와 목에 기름을 바르는 예식을 기억하실 것 같습니다. 바로 거룩한 기름, 성유를 바르는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성사 중에 신부님이 세례수를 축복하는 모습은 봤지만, 성유를 축성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습니다. 성유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요? 성사 중에 성유를 바르는 것은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는 점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그리스도, 히브리어로 메시아라고 부르는 이 말은 하느님의 성령으로 ‘기름 부음을 받은 이’를 뜻하는 말입니다. 기름 부음의 중요성 때문에 성령과 기름 부음이 동의어로 쓰일 정도입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죽음을 이긴 당신 인성 안에 충만히 ‘그리스도’로 세워지신 예수님께서는 ‘성도’들에게 성령을 넘치게 부어 주시어, 그들이 하느님 아들의 인성과 결합하여 ‘성숙한 사람이 되며 그리스도의 충만한 경지에 다다르게’(에페 4,13) 하신다”고 가르칩니다.(695항) 성유에는 3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바로 ‘예비 신자 성유’, ‘병자 성유’ 그리고 크리스마 성유라고도 부르는 ‘축성 성유’입니다. 세례수를 만들려면 물이 있어야 하듯, 성유를 만들려면 기름이 있어야겠죠? 성유의 재료는 주로 올리브기름입니다. 올리브기름은 예수님께서 살던 이스라엘을 비롯한 지중해 연안에서 많이 사용한 기름입니다. 올리브기름을 구할 수 없다면 다른 식물에서 짜낸 기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기름은 풍요와 기쁨의 표징이었습니다. 기름은 정화와 치유를, 그리고 아름다움과 건강, 힘을 주는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성사 안에서도 이런 의미들을 찾을 수 있는데요. 세례 전에 예비 신자에게 ‘예비 신자 성유’를 바르는 의식은 정화와 강화를 뜻하고, 병자성사 때 바르는 ‘병자 성유’는 치유와 위안을 의미합니다. ‘예비 신자 성유’와 ‘병자 성유’는 순수하게 기름만을 사용하는 반면, 세례성사, 견진성사, 성품성사 때 사용하는 축성 성유는 기름에 발삼을 섞어 만듭니다. 발삼은 침엽수에서 분비되는 끈적한 액체로 만드는 향료의 일종입니다. 이렇게 축성 성유에 향료를 섞는 것은 기름 바를 때에 성령의 현존을 암시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축성 성유를 바르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명과 그분이 가득히 지니신 성령의 충만에 더 깊이 참여함으로써, 삶 전체에서 “그리스도의 향기”(2코린 2,15)를 풍기게 해줍니다. 재료가 준비됐다면 축성을 해야겠죠? 성유는 보통 1년 중 한 번, 성 목요일 아침에 거행되는 ‘성유 축성 미사’에서 주교님이 축성합니다. 한 교구에서 1년 동안 사용할 성유를 이 자리에서 한 번에 축성하는 것이죠. 이날 미사가 끝나면 신부님들은 기름을 나눠 받아 각자 본당에서 사용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성유는 주교님만 축성할 수 있는데요. 다만 미리 준비할 수 있는 다른 성사와는 달리 위급하게 앓고 있는 신자를 위한 병자성사를 위해 필요하다면 어느 신부님이든지 병자 성유를 축성할 수 있습니다.(교회법 제999조 2항 참조) [가톨릭신문, 2024년 3월 17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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