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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봉사도 자기 능력 안에서 해야 되지 않을까? 봉사라는 말을 남용하지 않았으면.......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19-10-29 조회수971 추천수0 반대(0) 신고

 

 

살면서 우리는 약속을 하며 사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법에서는 약속이 바로 계약이 있습니다. 법에서는 만약 약속을 어기면 법으로 강제하는 힘이 있습니다. 다른 법적인 말로는 구속력이라고 합니다. 특히 구속력이라는 말은 행정과 관련 법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글자 자체의 의미대로 어떤 규율과 법이 있으면 그 법에 종속되어 그대로 따르게 하는 힘을 말합니다.

 

오늘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본당 자매님입니다. 연로하신 자매님이십니다. 날짜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작년 이맘때 저에게 부탁을 하나 하셨습니다. 진주 신안 성당에서 피정이 하루 있는데 낮에 차량 봉사 좀 해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제가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 하게 되었습니다. 진주에 신은근 바오로 신부님이 계십니다. 제가 지금 다니는 본당에 예전에 사목하신 신부님이십니다.

 

저는 이 신부님께서 몇 년 전에 미국에서 한인 교포사목하셨을 때 성령기도회 초청으로 본당에 하루 피정을 오셨을 때 신부님을 한 번 뵈었습니다. 본당 제의실에서 인사를 잠시 나누었습니다. 이 신부님의 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말씀 cd도 내놓으셨고 책도 출판하신 신부님이라서 인지도가 있으신 신부님이십니다. 지금도 신부님의 말씀 cd는 차에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작년에 신부님으로부터 직접 행복단상이라는 책을 선물 받기도 했습니다.

 

확실한 것은 잘 모르지만 신부님께서 본당에서 사목하실 때 어떤 모임이 하나 만들어졌습니다. 바로 연령회 형식으로 된 모임입니다. 80명 가까이 되는 모임입니다. 이 회원에 가입하면 이 회에 있다가 세상을 떠나시거나 살아 계실 때 매일 한 분씩 기도를 드리는 그런 모임입니다. 매년 하루 신부님께서 피정을 하시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작년에 본당에 계신 자매님들을 모시고 차량 봉사만 해드리고 오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제가 그 모임에 분위기 상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취지는 좋지만 아직 이런 모임에 가입하기엔 나이가 상대적으로 좀 그래서 망설였는데 워낙 마음이 약해서 가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고백을 하자면 처음에는 각 회원을 위해서 기도를 매일 했습니다. 근데 제가 생활 패턴이 일반 보통 사람과 좀 다르고 해서 어느 정도 하다가 그만 그 기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몰랐는데 오늘이 회원님들이 저를 위해 기도를 해 주시는 날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한 자매님께서 문자를 주셨습니다. 오늘이 저를 위해 기도를 해 주시는 날이라고 말입니다.

 

그런 내용의 문자와 더불어 다음 달은 우리 본당에서 피정을 하신다고 하시면서 꼭 참석을 하라고 하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문자를 보는 순간 죄송한 마음이 많이 생겼습니다. 최소한 양심이 있으면 그렇습니다. 저는 이 분들을 위해 기도를 하지 않았는데 조금 괴로웠습니다. 조금 전에 제가 일하는 곳에 있는 우편함에 보니 이 모임 회장님의 편지가 한 통 와 있었습니다. 회원들의 기도 날짜가 적혀 있는 유인물입니다. 참 고민입니다.

 

내일은 보니 신은근 신부님을 위해 기도를 하는 날입니다. 어떻게 공교롭게도 제 날짜 다음이 신부님이시네요. 얼마 전 신부님께서 선종하신 신부님을 위해 미사 집전하시러 오셨을 때 그때 잠시 교구청에서 뵈었습니다. 정말 난감합니다.

 

이젠 조금 더 고민을 해보고 더는 남의 눈치 때문에 마지못해 약속을 하는 그런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런 일도 좋은 일이지만 정말 워낙 본당에서 저에게 부탁하는 일이 많아서 정말 어떨 때는 힘에 겨울 정도입니다. 봉사도 좋지만 봉사라는 타이틀로 너무 무리하게 부탁을 하는 거라서 어떨 경우는 힘에 부칠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제 십자가의 무게를 넘어서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저희 본당만이 아니라 다른 본당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봉사라는 말로 해서 어떤 한 사람에게 많은 희생을 강요하는 건 조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본당에서 부탁하는 게 이제는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제가 서두에서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약속도 지키기 힘든 약속은 아무리 인간적인 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쉽게 하지 않는 게 제 자신을 위해서만 아니라 신앙생활을 하는데 그게 더 자신의 신앙을 지키는 데 더 좋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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