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모든 성인의 날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10-31 조회수2,074 추천수10 반대(0)

새로운 달이 시작되었습니다. 11월의 11은 기찻길과 비슷하게 생겼고, 다리와 비슷하게 생겼고, 젓가락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연결해 준다는 것입니다.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입니다. 11월 한 달은 나와 만나는 이웃들을 하느님께로 안내할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11월 한 달은 교만, 이기심, 시기, 분노, 미움을 털어버리고 친절, 겸손, 인내, 사랑, 희망, 믿음의 동네로 넘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미사를 도와주는 정 정하상 바오로 성당은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유리화)가 있습니다. 제단 양옆에는 103위 순교 성인의 유리화가 있고, 제단 앞의 2층 벽에는 103위 성인 모두를 담은 유리화가 있습니다. 보통 때는 잘 보이지 않지만, 빛이 들어오면 성인들이 성당을 감싸고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성당에 오는 모든 사람을 위해 성인들이 기도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성인들께서 성당을 지켜 주는 느낌도 받습니다. 순교성인들께서 우리를 하느님 나라로 초대하는 느낌도 받습니다.

 

오늘은 모든 성인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교회의 역사에 드러나는 성인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분들의 숭고한 삶과 희생 그리고 순교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라면 사랑하는 아들까지도 기꺼이 제물로 바치려 했던 아브라함이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으로 인도했던 지도자 모세가 있습니다. 예수님으로부터 천국의 열쇠를 받았던 베드로 사도가 있습니다.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예수님을 만났고, 초대교회의 신학적인 기틀을 마련했던 바오로 사도가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이분들만의 땀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삶의 자리에서 묵묵히 하느님의 뜻을 따르며 이웃을 사랑한 분들이 있어서 교회가 있는 것입니다.

 

본당도 그렇습니다. 눈에 보이는 건물이 있습니다. 성사를 집전하는 사제가 있습니다. 신앙의 향기를 전해주는 수도자가 있습니다. 본당에는 지체를 이루는 봉사단체가 있습니다. 그러나 본당은 그런 건물과 조직, 봉사자들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아침 일찍 성당에 오셔서 기도하는 분들이 있기에, 주보를 나누어 주면서 복음을 전하는 분들이 있기에, 나눔과 희생으로 주님을 증거하는 분들이 있기에 본당이 살아 있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들이 나의 몸을 지탱하는 것처럼, 드러나지 않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들이 있기에 교회가 아름다울 수 있는 것입니다. 내 몸의 세포들이 늘 새롭게 태어나듯이, 우리의 생각도 새로워져야 합니다. 낡은 습관을 버려야 합니다. 두려움, 좌절, 원망, 미움,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주님의 말씀으로 내 생각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모든 성인의 날을 지내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친 분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교회를 밝게 비추는 신앙의 별이 되신 분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분들이 피와 땀을 흘려서 신앙을 지켰기 때문에 오늘 우리가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의 복음은 신앙의 별이 되는 방법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온유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행복하다.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행복하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옳은 일을 하다 박해를 받으면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예전에 갈릴래아 호수로 성지순례를 하였었습니다. 행복선언 성당에서 기도한 후에 나눔을 하였습니다. 순례자들에게 예수님이 하셨던 것처럼 행복선언을 들려달라고 하였습니다. 순례자들은 진지하게 참된 행복이 무엇인지 들려주었습니다. 근심과 걱정이 있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자녀 때문에, 건강 때문에, 직장 때문에, 친구 때문에, 돈 때문에, 가족 문제로 걱정과 근심이 있었습니다. 행복선언 성당에 있지만, 마음은 행복하지 못했던 분도 있었습니다. 몸은 행복선언 성당에 있으면서 마음은 다른 데에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들려주고 싶은 행복선언은 무엇인가요?

 

저는 데레사 성녀의 기도를 노래로 만든 아무것도 너를이라는 성가를 좋아합니다. 저는 성가를 부르면서 저의 행복선언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너를 슬프게 하지 말며, 아무것도 너를 혼란케 하지 말지니,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다 지나가는 것, 오오 하느님은 불변이시니 인내함이 다 이기느니라.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행복은 장소와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행복은 삶이며, 하느님을 닮아가는 삶입니다. 낙엽 지는 가을 뒤엔 반드시 눈 내리는 겨울이 오듯이 우리의 삶도 반드시 어떤 종점이 있습니다. 우리 또한 신앙의 별이 되어서 우리 후손들에게 신앙을 물려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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