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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31 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11-02 조회수1,460 추천수11 반대(0)

사제 모임에서 ‘Real ID’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법이 강화되어서 내년부터는 운전면허증으로는 국내선 비행기 탑승이 허락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국은 운전면허증이 있으면 국내선 탑승이 가능한데, 미국은 신분을 확인하는 몇 가지 추가 사항을 운전면허증에 등록하나 봅니다. ‘Real ID’를 만들지 않으면 여권을 가지고 다니면 된다고 합니다. 미국에 왔으니 이것도 미국 법을 따라야 합니다. 신부님 한 분이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비행기 탑승이 가격에 따라서 좌석에 등급이 정해지듯이, 미국에 살기 위해서도 다양한 등급이 정해진다고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건 거주자 등록증입니다. 운전을 위해서는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합니다. 관공서에 들어가거나, 비행기 탑승을 위해서는 더 높은 등급의 ‘Real ID’가 있어야 합니다. 외국인은 여권이 있으면 된다고 합니다.

 

국가 간에는 방문하면서 격식과 예절이 있을 겁니다. 대통령이 오는 경우, 국회의원이 오는 경우, 정치인이 오는 경우, 기업인이 오는 경우가 있을 겁니다. 대통령이 직접 맞이하는 사람도 있고, 도로를 통제하는 때도 있고, 만찬을 하는 때도 있을 겁니다. 제가 뉴욕에 왔을 때는 전임 신부님이 공항으로 마중 나왔습니다. 저도 시간이 허락되면 찾아오는 손님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려 합니다.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세상은 능력, 재산, 지위, 업적에 따라서 자리가 정해지곤 합니다. 어떤 사람은 충분히 대접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지만 드러내지 않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지나치게 자신을 드러내며 대접받으려고 합니다.

 

오늘 성서 말씀을 묵상하면서 어떤 사람이 하느님께 사랑받는지 생각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는 사람의 조건을 산상설교에서 상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입니다.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입니다. 정의와 평화를 위해서 헌신하는 사람입니다. 자비를 베푸는 사람입니다. 주님을 위해서 받는 박해와 시련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 가득할 거라고 하십니다. 하느님을 볼 거라고 하십니다. 하느님 나라가 그들의 것이라고 하십니다. 이런 사람은 하느님 나라의 ‘Real ID’를 받을 자격이 있을 겁니다.

 

저는 또 다른 의미에서 하느님께 인정받고 사랑받는 사람을 말하고 싶습니다. 어떤 사람일까요? 저는 예수님의 비유와 말씀에서 어떤 사람이 하느님께 인정받고 사랑받는지 나누고 싶습니다.

첫째는 회개하는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많은 비유를 통해서 회개하는 사람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하느님의 자비를 얻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잃어버린 동전,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의 비유는 회개하는 사람을 하느님께서는 사랑하신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더 구체적으로 돌아온 아들의 이야기를 하십니다. 비록 죄를 지었고, 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지만, 회개하고 돌아온 아들을 위해서 아버지는 잔치를 베풀고, 반지를 끼워 줍니다. 회개한 아들의 잘못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십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고 싶으면 회개하면 됩니다.

 

둘째는 회개한 걸 행동으로 드러내는 사람입니다. 말로는 회개했다고 하면서 행동은 세상의 뜻과 세상의 욕망을 따라간다면 이는 진정한 회개가 아닙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자캐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자캐오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가진 재산 절반을 가난한 이에게 나누어주겠습니다. 제가 빚진 게 있다면 네 곱절로 갚아 주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회개한 걸 행동으로 드러낸 자캐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아들은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셋째는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사람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고 응답하셨습니다. 요셉 성인은 남모르게 파혼하려는 마음을 바꾸었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였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랐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의 뜻을 따라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순교자들은, 성인과 성녀는 모두 하느님의 뜻을 따랐습니다. 재물보다 가난을 택하기도 했고, 건강보다 질병을 택하기도 했고, 오래 살기보다 일찍 죽는 걸 받아들였습니다.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한 삶을 살았습니다.

 

오늘 독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기에 모든 사람에게 자비하시고 사람들이 회개하도록 그들의 죄를 보아 넘겨주십니다. 그러므로 주님, 당신께서는 탈선하는 자들을 조금씩 꾸짖으시고 그들이 무엇으로 죄를 지었는지 상기시키며 훈계하시어 그들이 악에서 벗어나 당신을 믿게 하십니다. 우리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당신의 부르심에 합당한 사람이 되게 하시고, 여러분의 모든 선의와 믿음의 행위를 당신 힘으로 완성해 주시기를 빕니다. 누가 예언이나 설교로 또 우리가 보냈다는 편지를 가지고 주님의 날이 이미 왔다고 말하더라도, 쉽사리 마음이 흔들리거나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회개의 삶을 산다면, 회개한 걸 행동으로 드러낸다면, 하느님의 뜻을 따른다면 그 사람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이미 천국을 사는 겁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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