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상식 팩트 체크] (13) 부활 ‘전야’ 미사는 없다?
파스카 성야 미사가 곧 부활 대축일 미사 - 파스카 성야 미사에서 부활초에 불을 붙이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CNS 자료사진 전례주년의 절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주님 부활 대축일이 왔습니다. 우리는 주일이 되기 전날 어두운 밤, 미사를 통해 부활초에 불을 밝히는데요. 바로 파스카 성야 미사입니다. 부활 전날 밤에 드리는 미사다보니, 많은 분들이 이 미사를 ‘부활 전야 미사’라고 부르시곤 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 미사, 부활 전야 미사가 아닙니다. 전야(前夜)라고 하면 전날 밤인데, 어째서 전날 밤에 드리는 파스카 성야 미사가 어째서 ‘전야’ 미사가 아닌 것일까요? 그렇다면 일단 파스카 성야 미사가 어떤 미사인지를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파스카 성야 미사는 크게 4개 부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먼저 제1부 빛의 예식이 있습니다. 이어 제2부 말씀 전례가 거행되는데, 독서를 무려 9번이나 합니다. 사목적 이유가 있으면 구약 독서를 줄일 수는 있지만, 그래도 어느 미사보다 독서 개수가 가장 많습니다. 제3부는 세례 전례입니다. 영세자가 없더라도 세례 서약 갱신 예식을 하지요. 그런 후에야 성찬 전례가 거행되는 장엄하고 성대한 예식입니다. 예식이 많다 보니 미사 시간이 참 깁니다. 왜 이렇게 길까요? 그 이유는 파스카 성야 미사가 원래 주님 부활 대축일 전날 밤부터 시작해서 주일 동틀 무렵까지 이어지는 미사였기 때문입니다. 어둠을 물리치고 빛으로 오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맞이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다 보니 파스카 성야 미사는 “모든 밤샘 전례의 어머니”라고도 불리고요. 무엇보다 교회는 파스카 성야 미사를 “모든 장엄한 예식 가운데 가장 드높고 존귀하다”고 말합니다.(「로마 미사 경본」 파스카 성야 2항 참조) 이쯤 설명하면 눈치를 채신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실은 파스카 성야 미사가 곧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입니다. 밤샘 전례를 하던 시절에는 주님 부활 대축일인 주일에는 전례를 따로 거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축일 미사를 대축일 ‘전야’ 미사라고 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주님 성탄 대축일을 생각해 보면 또 궁금증이 생깁니다. 성탄 전례에는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인 ‘밤 미사’도 있고, 또 ‘전야 미사’도 있는데, 부활 전례에는 없는 걸까요? 이는 우리가 ‘부활’만을 따로 떼어 기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탄은 예수님의 탄생만을 기념하지만, 우리는 파스카 성삼일이라는 연결된 전례를 통해서 “주님의 복된 수난과 함께 이 부활 축제를 가장 장엄하게 지내고” 있습니다.(「전례헌장」 102항) 파스카 성야 미사는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주일의 주님 부활 대축일 낮 미사라는 또 다른 전례로 부활 축제를 이어갑니다. 그러다 보니 “성야 미사를 드렸다면, 낮 미사는 참례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요?”라는 질문도 있는데요. 이 답은 어느 신부님의 말씀을 빌리고 싶습니다. “파스카 성야 미사를 드리면 좋은 일이고, 낮 미사도 드리면 더 좋은 일입니다.” 좋은 일과 더 좋은 일 중 선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가톨릭신문, 2024년 3월 31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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