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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11-23 조회수1,669 추천수10 반대(0)

추사 김정희와 다산 정약용은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학자입니다. 추사는 독특한 서체인 추사체를 만들었습니다. 그의 그림과 글은 깊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다산은 목민심서와 같은 책을 남겨주었습니다. 그의 책은 지금 시대에도 삶의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추사와 다산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유배를 당했습니다. 유배는 가족과 고향을 떠나서 외롭게 지내는 생활입니다. 유배는 돌아올 기약이 없는 형벌입니다. 추사와 다산은 오랜 유배 생활을 통해서 원망과 분노를 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학문의 깊이를 더 했습니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대통령과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처음으로 이룩하였습니다. IMF의 경제위기를 극복하였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이루었고, 개성공단을 열었고, 금강산 관광을 시작하였습니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흑인과 백인의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였습니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흑인을 억압한 백인은 용서를 청하였고, 상처받았던 흑인은 백인을 포용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감옥에 있었습니다. 부당한 정권으로부터 탄압을 받았습니다. 감옥은 두 사람의 몸은 가둘 수 있었지만, 감옥에서 두 사람은 책을 읽었고, 미래를 꿈꾸었습니다.

 

오늘은 연중 제34주일이며,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과 표징으로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셨습니다. 물 위를 걸으셨고, 풍랑을 잠재우셨습니다.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 떡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먹이셨습니다. 눈먼 이의 눈을 뜨게 해 주셨고, 나병 환자의 몸을 깨끗하게 하셨습니다. 듣지 못하는 사람은 듣게 하셨고, 죽었던 소녀도 살리셨습니다.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구세주로 받아들였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제자들도 예수님을 따르면 한자리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영광과 권능의 왕으로 생각했습니다. 다윗과 솔로몬의 시대가 올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다른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사람의 아들은 많은 사람에게 고난을 받아, 죽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사람의 아들은 섬김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려고 왔다고 하셨습니다. 여러분 중에 첫째가 되려는 사람은 꼴찌가 되라고 하셨습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셨습니다. 부자 청년에게는 가진 걸 다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하셨습니다. 겟세마니 동산에서 피땀을 흘리면서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르셨습니다. 3번이나 넘어지는 고통을 참으셨고, 가시관에 피를 흘리셨고, 옆구리를 창에 찔리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예수님을 만나면서 새로운 세상을 보았고,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참된 행복을 느꼈고, 신분과 계급의 벽에 막혀서 답답하던 이 세상에서 하느님 앞에 모든 이가 한 형제요 자매임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과 함께라면 몸이 아픈 병자들도, 장애인으로 태어나 멸시를 받았던 사람들도, 죄인이라 손가락질을 받던 사람들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축복임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그렇게 아픈 것도, 장애인이 된 것도, 멸시를 받던 것도, 죄인처럼 살아야 했던 것도 모두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드러내기 위한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예수님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분의 삶이 파격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이 세상에 사람의 아들로 태어난 것 자체가 파격입니다.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을 내어주라는 말, 친구가 오리를 가자면 십리까지도 가주라는 말,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러 왔다는 말, 벗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는 말은 바로 파격입니다. 가난한 사람, 굶주린 사람,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 나 때문에 복음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말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교회를 생각합니다.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신앙인을 생각합니다. 교회는 신앙인들은 예수님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지 생각합니다. 지금 아프고, 굶주리고, 가난한 이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교회와 신앙인들은 바로 예수님을 친구로, 예수님을 영원한 생명에로 이끌어 주는 구세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교회가 신앙인들이 이기심과 욕심 때문에 지금 가난한 이들, 굶주린 이들, 병든 이들을 외면하고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무늬만 교회요, 겉모습만 신자일 뿐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 이 이상 더 명확한 말도 없습니다.

 

전례력으로 우리는 한 해를 마감하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부족하고 나약하므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걸어온 올 한해를 돌아볼 수는 있습니다. 나의 발자국이 누구와 함께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가난 한이, 병든 이, 굶주린 이와 함께한 발자국이었다면 그것은 바로 주님과 함께한 삶이었고, 그 길은 우리를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그분 십자가의 피를 통하여 평화를 이룩하시어 땅에 있는 것이든 하늘에 있는 것이든 그분을 통하여 그분을 향하여 만물을 기꺼이 화해시키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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