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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그 때에 네 백성은 모두 구원을 받으리라!)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9-11-25 조회수1,367 추천수3 반대(0) 신고


스테파노신부님복음묵상

그 때에 네 백성은 모두 구원을 받으리라!

이번 주간 내내 우리가 봉독하게 될

첫번째 독서인 다니엘 예언서는

아주 특별한 책입니다.

구약성경의 여러 책들 가운데 유일하게

완전한 형태의 묵시문학입니다.

다니엘서는 서술 형식상 설화와

환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니엘서를 읽다보면 알쏭달쏭한 꿈들과

기이한 사건들이 계속 등장합니다.

예를 들면, 갑자기 사람 손가락이 하나

나타나 왕궁 벽에 글자를 쓰기 시작합니다.

왕이 사시나무 떨듯이 떨면,

다니엘이 불려와 글자를 해석합니다.

모함 받은 다니엘이 사자굴에 떨어지지만,

그 다음 날 가보니 그는 사자들 사이에서

해맑은 얼굴로 앉아있었습니다.

묵시문학들은 대체로 종말 계시의

수령자로 상징적인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있는데, 이런 면에서

다니엘 역시 당시 민중들 사이에서

높이 추앙받던 전설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예언자를 넘어 거의 메시아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다니엘서에는 거대한 네 마리의 짐승이

수시로 등장했다가 사라지고,

또 등장합니다. 다니엘은 언제나

이 네 마리 짐승의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물리치고 극복해야 할 적이요

원수들입니다.

네 마리의 짐승은 이렇습니다.

1. 사자 같은데 독수리 날개를

달고 있습니다.

2. 곰처럼 생겼는데 입에

갈비 세개를 물고 있습니다.

3. 표범처럼 생겼는데,

등에 새의 날개가 네개나 달려있고,

머리도 네개가 달려있습니다.

4. 앞의 녀석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생겼고,

뿔 열개와 쇠이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열개의 뿔이 끝에는 눈들이

달려있었는데, 건방진 말을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위 네 마리 짐승들은 집요하게

유다 백성들 끊임없이 괴롭히던

주변 강대국들을 상징합니다.

다니엘 예언자는 4마리 짐승들

가운데 유독 제일 크고 지독한

네번째 짐승에 촛점을 맞춥니다.

이는 알렉산더의 마케도니아 제국과

그의 사후에 정통 후계자임을

자처하며 등장한 헬레니즘 시대의

여러 제국들을 가르킵니다.

특별히 다니엘은 더 좁혀 들어가서

셀류커스 왕국과 안티오쿠스 4세 왕

(BC 175~163)의 통치 시대에

촛점을 맞춥니다. 선친인

안티오쿠스 3세 왕(BC 223~187)

왕국의 국력을 크게 신장시켰습니다.

그러나 지중해의 패권을 두고

로마 제국과의 전쟁에서 대패하자,

나라의 재정이 급격히 고갈되었습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의 아들

안티오쿠스 4세가 왕좌에

등극한 것입니다. 야심으로 가득한

그는 위축된 국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재정 확보에 골몰했습니다.

바로 이때 유다 지도층 인사들

사이에는 권력 투쟁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메넬라우스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한 자산가 그룹이

예루살렘 성전 금고를 모두 털어

바친다는 굴욕적인 조건을

안티오쿠스 왕에게 제시하여,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했습니다.

당연히 많은 부가 시리아로

넘어갔습니다.

점점 더 욕심이 커진

안티우쿠스 4세 왕은 충실한 하수인

메넬라우스 일당의 협조 하에

유다 민족들을 대상으로 한 살육과

약탈을 계속했습니다.

나라 전체가 이방인 군대에

짓밟히고 유린되었습니다.

자연스레 유다 백성들은 부조리한

현실에 저항의 깃발을 들기

시작했습니다. 착취당하던

민중들은 조직적으로 저항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셀류커스 왕국, 안티우쿠스

노선을 선택했습니다.

대내적으로는 민족의 반역자

메넬라우스 노선을 선택했습니다.

종교적으로는 반 헬레니즘

노선을 선택했습니다.

당시 유다의 사회·정치·경제적 상황과

오늘날 우리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어찌 그리 흡사한지 깜짝 놀랐습니다.

성경을 유심히 읽다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겪었던 고초와

우리 민족의 고초가 어찌 그리도

유사한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극단적 자국 중심주의의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나라, 그들은 언제나

호시탐탐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자국에 유리하게 활용하려고

기를 쓰고 있습니다.

당시 유다 백성들 사이에서는

여러 유형의 민중 봉기와

저항을 위한 노력이 있었는데,

자연스레 마카베오 가문이 주도한

봉기 아래 결집되었습니다.

마침내 다윗 왕조(BC 586~140)

몰락한지 거의 450년만에

하스몬 왕조라고 하는 독립 왕조가

탄생하게 됩니다.

다니엘 예언서는 마카베오 가문이

등장하기 전, 가장 어두웠던 시절에

씌여진 것으로 여겨집니다.

나라 상황은 여전히 비참하고 열악했으며,

주권 회복의 희망은 전혀 없었습니다.

일일 번제, 파멸을 가져오는

저 죄악, 성소가 넘겨지고 군대가

짓밟히는 일, 환시에 나타난 이 일들이

언제까지 지속되겠습니까?”

(다니엘서 813)

그러나 다니엘은 탄식과 절망에 빠진

동족들, 그러나 끝까지 저항의 깃발을

내려놓지 않는 민중들을 향해

하느님의 종말 계시를 전합니다.

그 때에 네 백성은 모두 구원을

받으리라. 또 땅 먼지 속에 잠든

사람들 가운데에서 많은 이가

깨어나 어떤 이들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어떤 이들은 수치를,

영원한 치욕을 받으리라.

그러나 현명한 이들은 창공의

광채처럼 많은 사람을 정의로 이끈

이들은 별처럼 영원무궁히 빛나리라.”

(다니엘서 121~4)

다니엘이 예언한 그 때

예레미야 예언자가 선포한

구원의 때로서 바로 지금을 의미합니다.

다니엘은 구언의 때가 먼 훗날이 아니라

바로 지금임을 강조합니다.

유다 백성들은 약소국의 서러움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도

주변 강대국들의 압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투쟁하고

참여했습니다. 그런 해방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을 통해,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구원과

영원한 생명의 나라, 다시 말해서

하느님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유다 민족의 수난사를 통해

오늘 우리 민족이 처한 난관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는 해답이

어느 정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불의한 외세와도 굳건히 맞서야겠지만,

더 교묘하고 사악한 내부의 적과도

부단히 맞서야겠습니다.

우리 민족 고유의 정통성과 강점을

극대화시켜야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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