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상식 팩트 체크] (14) 묵주로 바치는 또 다른 기도가 있다?
파우스티나 성녀에게 알려주신 '자비의 기도' - 성 파우스티나 수녀에게 나타난 예수님의 모습을 담은 성화.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성당에 가면 묵주를 들고 기도하시는 분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종종 묵주알을 넘기는 속도가 남다르신 분들을 볼 수 있는데요. 성모송을 아무리 빠르게 외워도 그렇게 빨리 넘어갈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 기도를 하시는 걸까요? 어쩌면 그분은 묵주기도가 아니라 ‘하느님 자비를 구하는 기도(이하 자비의 기도)’를 바치고 계시는 걸지도 모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00년 성 마리아 파우스티나 코발스카(M. Faustyna Kowalska, 1905~1938) 수녀님을 시성하면서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선포하셨는데요. 파우스티나 수녀님의 환시 속에 나타나신 예수님은 하느님의 자비에 관해 가르치셨고, 또 이 신심을 널리 퍼뜨릴 것을 당부하면서 자비의 기도를 가르치셨습니다. 물론 묵주는 전통적으로 묵주기도(로사리오기도)를 바치는 도구입니다. 파우스티나 성녀도 묵주기도를 많이 바치셨고요. 자비의 기도는 묵주기도와는 다른 기도입니다만, 하느님께 자비를 구하고자 한다면 묵주를 사용해서 자비의 기도도 바칠 수 있습니다. 자비의 기도를 바칠 때는 성호경으로 기도를 시작하고 먼저 주님의 기도, 성모송, 사도신경 1번씩 바칩니다. 그리고 ‘주님의 기도’에 해당하는 1개의 묵주알에서 “영원하신 아버지, 저희가 지은 죄와 온 세상의 죄를 보속하는 마음으로, 사랑하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 영혼과 신성을 바치나이다”라고, ‘성모송’에 해당하는 10개의 묵주알에서 각각 “예수님의 수난을 보시고, 저희와 온 세상에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기도합니다. 묵주기도처럼 1개와 10개의 묵주알이 넘어가면 1단이 됩니다. 자비의 기도는 모두 5단을 바치게 되는데요. 5단을 마친 후에는 “거룩하신 하느님, 거룩하신 용사님, 거룩하신 불사신, 저희와 온 세상에 자비를 베푸소서”를 3번, “오, 예수 성심, 저희를 위하여 피와 물을 흘리신 자비의 샘이신 주님, 저는 주님께 의탁하나이다”를 1번 바치고 기도를 마무리하면 됩니다. 주교회의는 2022년 춘계 정기총회에서 ‘하느님 자비를 구하는 기도’의 통일된 변역문을 승인했습니다. 예수님은 파우스티나 수녀님을 통해서 “마음이 완고한 죄인이라도 이 기도를 한 번만 바치면 그는 나의 무한한 자비로부터 은총을 받을 것”이라면서 “나는 온 세상이 나의 무한한 자비를 알게 되기를 갈망한다”고 전하셨습니다. 특별히 자비의 기도를 바친 사람이 임종할 때, 또 임종하는 영혼을 위해 기도해 줄 때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자비의 기도는 특별히 오후 3시에 바치면 좋은 기도입니다. 오후 3시는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둔 시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파우스티나 수녀님에게 “오후 3시에 나의 자비 속으로 잠겨들라”고 명하시면서 “이 순간에 나의 자비는 모든 영혼들을 위해서 넓게 열려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하셨습니다. 하느님 자비 신심을 전하는 천주교사도직회(팔로티회) 한국지부장 야렉 카미엔스키 신부는 “예수님께서는 파우스티나 수녀님을 통해서 자비의 기도를 널리 전하라 가르치시면서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여러 약속을 해주셨다”며 자비의 기도의 중요성을 설명하셨습니다. [가톨릭신문, 2024년 4월 7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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