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요한이 어머니를 모시러 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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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현희 | 작성일2019-12-13 | 조회수1,539 | 추천수0 | 반대(0) 신고 |
금요일 (44년 4월 7일) 아침 열시반, 이 시간에 내 안에서 알려주는 사람이 요한이 마리아를 찾으러 갔다고 말한다. 나는 예수의 사랑을 받던 사도(요한)가 가야파의 집 마당에 베드로와 같이 있을 때보다 한층 더 창백한 것을 본다. 어쩌면 거기서는 피워놓은 불빛이 뜨러운 반사광을 그의 뺨에 보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중병을 앓고난 뒤처럼 살이 빠지고 핏기가 없다. 그의 얼굴은 그의 자홍색 속옷에서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얼굴같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그만큼 그 창백함이 납빛깔 같다. 그의 눈도 흐려져 있고, 머리칼은 윤기가 없고 흩트러졌으며, 그 동안 자란 수염은 뺨과 턱에 연한 빛깔의 베일을 쳐 놓은 듯, 원래 엷은 금발인 그를 더욱 더 창백해 보이게 한다. 그는 온화하고 명랑한 요한다운 데가 하나도 없어졌고, 조금 전 분격의 폭발을 얼굴에 나타낸체 유다를 난폭하게 다루려다가 겨우 참은 성난 요한의 태도도 도무지 없다. 그는 대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안에서 어떤 사람이 또 유다와 마주칠까봐 겁이나서 누가 문을 두드리느냐고 묻자 "나요, 요한이오" 하고 대답한다. 대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간다.
"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 도와주십시오! 어머니께 그 말씀을 드리게 도와주십시오! 저는 그럴 용기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 말씀을 드려야 합니다. 남아 있는 사람은 저 혼자였으니까 제가 그 말씀을 드려야 합니다."
그는 휘 둘러 본다...그는 스승이 발들을 씻어 주신 다음 손을 닦는데 쓰셨던 수건과 허리에 매셨던 다른 수건이 예수께서 놓아 두신 구석에 그대로 있는 것을 본다. 그는 그것들을 집어개켜서 쓰다듬고 입맞춘다. 그는 아직 빈 방 한가운데에 어쩔 줄을 모르고 서있다. 그는 " 가자!" 하고 말은 하지만 문 쪽으로 가지는 않는다. 반대로 식탁으로 돌아가 술잔과 예수께서 한 귀퉁이를 잘라 한 입거리를 떼어서 포도주에 담갔다가 유다에게 주신 그 빵을 잡는다. 그는 그것들에 입을 맞추고 그것들을 두개의 수건과 같이 집어들고 유물처럼 가슴에 꼭 껴안는다. 그는 "가자! " 하고 되뇌인다. 그리고 한숨을 쉰다. 그는 작은 층계 쪽으로 가서 등을 구부리고 망설이며 질질끄는 듯한 발걸음으로 올라간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 나온다.
마리아는 자기 방 문에 다시 나타나서 혼자서는 서있을 기운이 없는 것같이 문틀에 기대고 계시다. 요한은 머리를 들고 마리아를 쳐다본다. 말을 하고 싶어 입을 벌린다. 그러나 말을 하지 못하고 만다. 굵은 눈물 두 줄기가 뺨으로 흘러 내린다. 그는 자기의 약함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다.
요한은 반응이 없다. 그러나 마리아의 떨리는 손이 그의 머리 위에 얹어지는 것을 느끼자 가슴에 껴안고 있든 물건들을 방바닥에 내려놓으면서 무릎을 꿇고 얼굴을 땅바닥에 대고 마리아의 옷자락을 잡아 경련을 일으키는 자기 얼굴에 갖다대고 흐느낀다.
"용서하세요! 용서하세요! 어머니, 용서하세요!"
마리아는 한 손은 요한의 머리 위에 얹고 또 한 손은 극도의 불안으로 뛰고 있는 가엾은 그의 가슴에 얹고 숨이 찬 듯이 짧은 말을 사이사이 쉬어가며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요한에게 몸을 의지하시니, 요한은 마리아가 소경인 것처럼 인도하고 부축한다.환상은 이렇게 끝난다. 열 두시반, 즉 그 태양 시간으로는 열 한시 반이다. 그런 다음 13시에서 16시 까지 쇠약해져 있었다. 선잠이 든 것이 아니라, 하도 심하게 지쳐있어서 말도 할 수 없고 움직일 수도 눈을 뜰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나는 다만 고통만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도 비록 내 고통 중에 예수님의 임종의 고통을 계속 묵상하고 있었는데도 아무것도 보지 못하면서 갑작스레 16시에 예수의 못박힌 손을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 예수께서 돌아가시는 것을 보았다. 다만 한 가지 돌아가시는 것만을, 마지막 수축 중에 머리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리시고, 마지막 깊은 한숨을 쉬시고 말씀을 해보시려고 입을 움직이시나 말을 할 수가 없어서 깊은 탄식으로 변하고, 목소리를 막는 죽음 때문에 신음으로 끝나며 이렇게 눈이 감기고 입이 반쯤 벌러져 있는 채 얼마 동안 그대로 계시는데 머리와 목은 아직 내부의 발작적인 경련때문에 그런 것처럼 경직되어 곧바로 서 있다가 앞으로 떨어지는데 오른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였다. 그후 기운을 차렸다. 그러나 태양 시간으로 19시 까지 아주 조금만 기운을 차렸다. 그런 다음 자정 후까지 무서운 반수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아무런 환상의 위안도 없다. 그래서 나는 몹시 괴롭다. 나 자신을 조금 위로하려고 나는 어제 저녁 최후의 만찬 전에 마리아를 하직하시던 장면이 나를 위하여 다시 계시될때에 내가 예수님을 어떻게 보았는지를 묘사한다.
머리 한가운데에 갈라서 어깨로 긴 타래를 이루며 드리워져 있는 머리칼은 손바닥 넓이 만큼의 길이로 굽실굽실하다가 진짜 커얼로 끝난다. 반짝거리고 가늘고 잘 빗어진 머리로, 선명한 금빛이고 특히 커얼의 끝에 가서는 숫제 구리빛깔의 색조를 띤다. 매우 넓고 아름다운 반들반들한 이마에 관자놀이가 약간 들어가고 그 위에 연푸른 빛 정맥이 매우 흰피부 밑에 연한 남빛 그림자를 드리운다. 피부의 그 흰 빛깔은 붉은 색 금발을 가진 어떤 사람들의 독특한 흰 빛깔로, 상아 빛깔에 가까운 뉘앙스를 가졌으나 약간 연푸른 빛이 도는 우유빛깔 같은 흰색이고 피부는 매우 야들야들해서 흰 동백꽃잎의 피부 같으며 하도 가냘파서 아주 작은 정맥도 비춰보일 정도이고 너무 예민하여 어떠한 감동도 더 창백한 빛으로나 더 선명한 붉은 빛으로 나타날 지경이다.. 그러나 나는 예수를 그분이 팔레스티나를 여행하시는 동안 어느때 보더라도 항상 태양으로 겨우 색소를 들게 된 창백한 빛깔을 지니신 것으로 보았다. 그와 반대로 마리아는 집에 더 들어 앉아 있으면서 사셨기 때문에 더 희신데, 그 흰 빛깔은 더 분홍빛을 띠었다. 예수님은 연푸른 빛의 광택이 있는 상아빛 같은 흰 빛깔이다. 코는 길고 곧으며 눈 쪽으로는 약간 굽은 가냘프고 잘 빚어진 매우 아름다운 코다. 눈은 내가 여러 번 묘사한 것과 같이 매우 짙은 청옥색의 대단히 아름다운 깊은 눈이다. 눈썹과 속눈썹은 숱이 많지만 지나치게 많지는 않으며 길고 아름답고 선명하고 짙은 밤색이나 털끝마다 금빛으로 반짝인다. 반대로 마리아의 눈썹과 속눈썹은 매우ㅡ 엷은 밤식이고 더 가늘고 숱이 덜 많다. 숱이 덜 많은 것으로 보이는 것은 아마 빛깔이 너무 엷어서 거의 황금색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예수의 입은 균형잡히고 작은 편이며 뚜렷하게 윤곽을 나타내고 있고 마리아의 입을 매우 닮았다. 입술의 두께는 적당하고 너무 달라붙지도 않고 너무 튀어나오지고 않았다. 가운데에 가서 둥글게 되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고, 끝으로 가서 거의 없어지다시피 되어 매우 아름다운 입을 실제보다 더 작게 보이게 하며, 건전한 붉은 빛깔이고 입을 벌리면 든든하고 가지런한 치열이 보이는데 이는 꽤 긴 편이고 매우 희다. 반대로 마리아의 이는 작다. 그러나 균형잡히고 역시 가지런하다.
뺨은 야위었지만 뼈만 앙상하지는 않다. 매우 좁고 길지만 대단히 아름다운 타원형이고 광대뼈는 너무 나오지도 않았고 너무 흐르지도 않았다. 턱에서는 빽빽하고 곱슬곱슬한 두 끝으로 갈라진 수염이 입을 아래 입술까지 덮지는 않고 둘러싸고, 점점 더 짧아지면서 뺨 쪽으로 올라가 입귀 언저리에 가서는 극도로 짧아져 창백한 뺨에 구리빛 먼지를 상기시키는 그림자를 드리우는 데 그친다. 수염이 빽빽한 곳에서는 짙은 윗 입술과 코를 겨우 덮을 정도로 짧게 손질이 되어 있으며 양쪽 입귀에 가서 멎는다. 귀는 작고 잘 생겼으며 머리에 달라붙어 조금도 벌어지지 않았다. 어제 저녁에는 그렇게도 아름다운 분을 보고 수난 동안이나 그후 여러 번 내게 나타나셨을 때에는 예수님의 모습이 얼마나 흉하게 되었는지를 본 것을 생각하면서 내 사랑은 더 깊어지고 그분의 고통에 대한 동정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예수님이 마치 어루만져 주기를 몹시 원하는 어린아이와 같이 몸을 구부려 마리아의 가슴에 얼굴을 갖다대시는 것을 보고는 당신의 모든 행동에 그렇게도 온화하시고 착하시며 당신의 모습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시는 그분께 사람들이 어떻게 악착스럽게 굴었을까 하고 다시 한번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그분의 길고 하얀 아름다운 손이 마리아의 둔부와 마리아의 허리와 마리아의 팔을 안는 것을 보고 나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제 조금만 있으면 저 손들이 못에 꿰뚫리겠지!" 그러면서 괴로와하였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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