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총독관저에서 골고다까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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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현희 | 작성일2019-12-14 | 조회수1,294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사형선고를 받으신후, 예수께서는 십자가를 기다리시면서 이렇게 병사들의 감시를 받으시며 그대로 계시는데, 그 시간은 반 시간이 넘지 않고 어쩌면 그보다도 더 짧은 시간인지 모르겠다. 그런 다음 사형집행을 주관할 책임을 진 론지노가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고 걷기 시작하시기 위하여 바깥의 길로 끌려나오시기 전에, 론지노는 벌써 은연중에 동정의 빛을 띤 호기심으로 예수를 두세 번 쳐다보았다. 그리고 어떤 일에 익숙한 사람처럼 눈치빠르게 어떤 병사과 같이 예수께 가까이 다가가서 그분의 목을 축여 드리려고 포도주 한 잔을 드린다. 내가 포도주라고 생각하는 것은 진짜 군대용 호리병에서 분홍색이 도는 엷은 황금색 액체가 흘러 나오기 때문이다.
"몸에 좋을 거요. 당신은 목이 마를텐데, 밖에는 해가 쨍쨍 내리쬐고 길은 멀어요"
"하느님께서 당신의 연민을 갚아 주시기를 바라오. 하지만 당신이 마실 것을 포기하지 마시오."
그리고는 또 미소를 지으신다...안마당에서 채찍질을 당하신 뒤에 코와 오른쪽 광대뼈 사이가 몽둥이로 맞아 입으신 심한 타박상으로 몹시 부어올랐기 때문에 움직이기가 어렵고 붓고 상처입은 입으로 지으시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미소이다. 각기 한 10인대의 군인에 둘러싸인 도둑들이 온다. 떠날 시간이다. 론지노가 마지막 명령을 내린다.
내가 책을 읽을 수 있을때...그러니까 여러 해 전에 이 문제에 대하여 십자가가 골고타 언덕 꼭대기에서 만들어졌고, 길을 가는 동안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들은 기둥 두 개만을 메고 갔다는 말을 읽었다. 그럴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가지가 큰 기둥에 완전히 박히고 못과 나사못으로 잘 보강된 다 만들어진 튼튼한 십자가를 본다. 사실, 십자가가 성인의 몸이라는 상당한 무게를 지탱하고 역시 눈에 띌 정도의 최후의 경련까지도 지탱하기로 되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십자가를 골고타의 좁고 불편한 꼭대기에서 만들 수는 없었으리라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예수께 십자가를 주기전에 "나자렛 사람 예수 유다인들의 왕" 이라고 적은 게시판을 목에 걸었다. 게시판이 달려 있는 밧줄이 가시관에 엉키니 가시관이 움직이면서 이미 할퀸 자리가 없는 곳을 할퀴고 새로 구멍을 내며 들어가 박혀 새로운 고통을 주고 새로 피가 흐르게 한다. 사람들은 잔인한 기쁨을 맛보며 웃고 욕하고 모독하는 말을 한다. 이제는 준비가 다 되었다. 그래서 론지노가 앞으로 나아가라는 명열을 내린다.
"우선 나자렛 사람, 뒤에는 두 도둑, 각자 주위에 한 10인대씩, 다른 일곱 10인대는 좌우익으로 정렬하여 보강하라. 그리고 사형선고 받은 사람들을 죽기에 이르도록 치게 한 병사가 책임자가 되라."
"그자를 밀어 넘어지게 하시오. 하느님을 모독한 자는 먼지 구덩이에!"
"그럭하면 안돼요! 안돼! 그건 불법이오! 율법에는 사형선고 받은 자들을 그들이 죄를 범한 도시 사람들이 보게 해야 한다고 되어있소!"
행렬 꽁무니에 있는 유다인들도 앞에서 그들의 권리를 횡령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들의 동료들의 고함에 소리 맞추어 고함을 지른다. 평화를 사랑하여 론지노는 시내 쪽으로 가는 길로 들어서서 한 구간을 간다. 그러나 한 10인 대장에게 (내가 십인대장이라고 한 것은 그가 하사관이기는 하지만 아마 우리가 론지노의 전속 부관이라고 부를 수 있을 사람이기 때문이다)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하여 무엇인가를 가만히 말하기로 한다. 10인대장은 속보로 뒤로 돌아가며 각 10인 대장에게 가는 대로 명령을 전달한다. 그런 다음 론지노에게로 다시 와서 일을 다 하였다고 말한다. 마침내 그는 론지노의 뒷줄에 있는 원래의 제자리로 돌아간다.
빛과 고함소리까지도 그분께 괴로움을 주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미친 듯이 질러대는 고함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귀를 막으실 수는 없지만 햇볕으로 눈이 부신 길을 보지 않으시려고 눈을 반쯤 감으신다. ..그러나 돌이나 파진 곳에 걸리시기 때문에 다시 눈을 뜨셔야 한다. 그리고 걸리실 때마다 고통스럽다. 예수께서는 갑자기 십자가를 움직이시게 되는데, 그러면 십자가가 가시관에 부딪혀 가시관이 허물이 벗겨진 어깨 위에서 옮겨지면서 상처를 더 크게 하고 고통을 심하게 하기 때문이다
병사들은 재주껏 예수를 방어한다. 그러나 방어를 하면서도 예수를 친다. 그렇게 좁은 공간에서 휘두르기 때문에 긴 창자루가 예수께 부닺쳐서 비틀거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지점에 이르러서는 병사들은 흐트러짐이 없이 움직여 고함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행렬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성곽 쪽으로 직접 가는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그것은 형장으로 가는 거리를 많이 단축하는 길이다. 예수께서는 점점 더 숨을 헐떡이신다. 가시관의 상처에서 흐르는 피와 동시에 땀이 얼굴에 흘러내린다. 지금은 바람이 불기 때문에 먼지가 젖은 얼굴에 달라붙어 이상야릇한 얼굴로 더럽힌다. 휘몰아치다가 긴 간격을 두고 중단되어 군중이 회오리처럼 일으켰던 먼지가 다시 떨어지고 쓰레기 부스러기가 눈과 목구멍으로 들어간다.
"그냥 둬요! 그자가 모두에게 '일어나시오' 하고 말했으니, 이제는 제가 일어나라지..."
여기서도 내가 책을 잃던 시절에 골고다의 높이가 몇 미터밖에 되지 않는 다는 말을 읽었다.그럴지도 모른다. 그것은 확실히 산은 아니다. 그러나 야산이며 룽가르니에 비하여 십자가산, 즉 피렌체 성 미니아또 대성당이 있는 곳이 낮은 것보다 확실히 더 낮지는 않다. "오! 그건 아무것도 아니구먼!" 하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건강하고 튼튼한 사람에게는 별것이 아니다. 그러나 심장이 약하기만 하여도 그것이 별것이 아닌지 또는 그렇지 않은지를 느낄 것이다!...나는 심장병을 앓은 뒤부터, 병세가 가벼울적에도, 많은 고통을 겪지 않고는 그 언덕을 기어오를 수 없어 줄곧 쉬어야 했던 것을 안다. 그런데 나는 어깨에 짐을 메고 있지 않았었다. 그리고 나는 예수께서 심장이 매우 약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채찍질을 당하시고 피땀을 흘리신 다음에 ,...나는 이 두가지 일 말고 다른 것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예수께서는 비탈에서 십자가의 무게까지 겹쳐 격심한 고통을 느끼신다. 십자가는 길기 때문에 매우 무거울 것이 틀림없다. 비죽 나온 돌을 발견하신다. 그런데 기진맥진한 상태이기 때문에 발을 너무 적게 위로 들어 올려서 오른 무릎을 끓고 넘어지신다. 그래도 왼손을 짚고 다시 일어나실수가 있었다. 군중은 좋아서 소리를 지른다. ...예수께서는 다시 일어나셔서 점점 더 몸을 구부리시고 숨을 헐떡이시며 열이 나서 상기된 얼굴로 앞으로 나아가신다....
"저자의 교리에 취한거야. 보라구, 얼마나 비틀거리는지 좀 보라구! "
그리고 서민이 아니고 사제와 율법학자들인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빈정거린다."아니야! 라자로의 집에서 있은 잔치 때문에 취해 있는 거야. 그 음식 맛이 좋던가? 이제는 우리의 음식도 좀 먹어 보시지..." 또 그와 비슷한 말들을 한다.
병사들은 그들을 무서운 눈으로 노려본다. 그러나 규율을 지켜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론지노도 그리스도께서 길에서 돌아가실까봐 유다인들과 마찬가지로 겁을 내고, 난처한 일이 생기기를 원치 않는다. 누가 그에게 일깨워줄 필요도 없이, 그는 자기의 의무가 어떤 것인지를 알고 거기에 대비한다. 그는 길로 해서 벌써 앞 쪽으로 달려온 유다인들을 어리둥절하게 함으로써 거기에 대비한다. 유다인들은 땀을 흘리고 습기없고 타는 듯한 산에 드물게 나 있는 가시투성이의 덤불들을 헤치고 지나오느라고 가시에 할퀴어지면서, 예루살렘의 집을 헐어낸 부스러기 버리는 곳인 듯한 그 곳에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에 넘어져가면서 박해받는 이의 헐떡임 하나, 고통스러워하는 시선 하나, 본의 아니게라도 고통을 나타내는 몸짓 하나라도 놓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외에 다른 걱정은 느끼지 않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게 되지 못할 까봐 무서워하는 것 외에 다른 겁은 내지 않으면서 산 여기저기에서 그 길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러니까 론지노는 꼭대기까지 구불구불 올라가고, 그 때문에 훨씬 덜 가파른 제일 먼 길로 해서 가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것은 하도 사람이 많이 다닌 덕택으로 충분히 편리한 길이 된 오솔길인 것 같다. 길이 다른 길과 이렇게 교차점이 되는 것은 산 중간쯤 되는 곳이다. 그러나 나는 더 높이 올라간 곳에서 훨씬 비탈이 덜하게 올라가고 그대신 훨씬 더 먼 길이 곧바로 올라가는 길을 네 번이나 가로지르게 된 것을 본다.
병사들은 이 불편을 없앨 생각으로 예수의 허리에 밧줄을 매고 고삐처럼 그 양끝을 잡는다. 그렇다. 그렇게 하니까 예수를 지탱하게 된다. 그러나 그분의 짐을 덜어드리지는 못한다. 오히려 밧줄이 십자가를 건드려서 끊임없이 어깨 위에서 움직이게 하고 십자가가 가시관을 치게 하니, 이제는 가시관이 예수의 이마로 피로 물든 문신을 만든다. 그뿐아니라 밧줄이 상처가 대단히 많은 허리를 마찰하여 상처들을 다시 터뜨릴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흰 속옷의 허리 부분이 연한 분홍빛으로 물든다. 예수를 돕는다고 그들은 한층 더 괴롭히는 결과가 된다.
길은 계속되고 산을 한 바퀴 돌아서 거의 앞쪽으로 가파른 길을 향하여 돌아온다. 거기에 마리아가 요한과 같이 계시다. 요한은 마리아가 기력을 좀 회복하시라고 산비탈 뒤에 있는 그늘진 이 곳으로 모시고 온 것 같다. 그곳은 산에서 제일 가파른 곳이다. 산을 끼고 도는 길은 이 길 밖에 없다. 밑으로는 언덕이 급하게 내려가고 위쪽으로도 비탈이 마찬가지로 가파르다. 이 때문에 매정한 사람들이 이 비탈을 무시한다. 거기에는 그늘이 있는데 북쪽이기 때문인것 같다. 마리아가 산에 기대 계시므로 햇볕을 받지 않으신다. 마리아는 산 허리에 의지하여서 계시지만, 벌써 기진맥진하시다. 마리아도 숨을 헐떡이시고, 거의 검게 보이는 매우 짙은 푸른색 옷에 싸여 죽은 사람같이 창백하시다.
그것은 역시 유다인들인데, 그들은 경건한 여자들로 인하여 지체한 것 때문에 또 저주를 퍼부으며 말한다.
"빨리 해! 내일은 과월절이다. 저녁 전에 모두 끝내야 해! 우리 율법을 업신여기는 공범자들! 압제자들! 침략자들과 그들의 그리스도를 죽여라! 그들은 그리스도를 사랑한다. !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라구! 그럼 그 자를 데려가라! 너희 저주받은 도시에 갖다 두어라! 그 자를 너희들한테 내주마! 우리는 그 자가 싫다! 썩은 고기 같은 자를 썩은 고기 같은 자들에게! 문둥병은 문둥병자들에게 주자!" 론지노는 지쳐서 그를 모독하는 천민들을 향하여 말에 박차를 하고 창기병 열 명이 뒤를 따르니 천민들은 두 번째 도망친다. 론지노는 그렇게 하다가 짐수레가 하나 멈추어 서 있는 것을 본다. 그 짐수레는 틀림없이 산 밑에 있는 야채밭에서 올라온 것으로 야채를 싣고서 시내로 내려가려고 군중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키레네 사람과 그의 아들들이 약간 호기심이 있어서 수레를 그곳까지 올라오게 하였다고 생각한다. 정말이지 그가 그렇게 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두 아들은 야채 더미에 엎디어서 도망치는 유다인들을 내려다보면서 웃는다. 한편 어른은 45세쯤 되어 보이는 건장한 남자인데 놀라서 뒤로 물러나려고 하는 나귀곁에 서서 행렬 쪽을 유심히 바라본다.
"여보시오, 이리오시오"
키레내 사람은 못 들은체 한다. 그러나 론지노는 호락호락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아니다. 론지노가 어떻게나 야무지게 명령을 반복했던지 그 남자가 고삐를 한 아들에게 던져주고 백부장에게 가까이 왔다.
"그 여인을 통과시켜라" 그리고는 다시 키레네 사람에게 말을 한다.
" 저 사람은 저렇게 짐을 지고 더 이상 앞으로 갈 수가 없소. 당신은 힘이 세니, 십자가를 들고 저 사람 대신 꼭대기까지 가져가시오."
"나귀를 잃기 싫고 벌로 매 스무대도 벌고 싶지 않거든 가시오"
"빨리 집에 가서 내가 곧 간다고 말해라" 그리고는 예수께로 간다.
이것은 예수께서 고문을 당하신 뒤로 고통을 나타내시는 첫번째 말씀이다. 이 말씀 속에는 모든 것에 대한 고백, 당신이 당하시는 정신과 마음과 육체의 모든 무서운 고통에 대한 고백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간수들 사이에서 지극히 가혹한 고문을 받는 가운데 혼자 죽어가며...자기 자신의 호흡까지도 무서워하게 되는 어린아이의 가슴 찢어지는 듯하고 가슴을 찢는 듯한 부르짖음과 같은 말씀이다. 그것은 정신착란을 일으키고 악몽의 환상에 시달리는 어린아이의 한탄과 같은 것이다...그리고 어머니를 원하신다. 어머니의 입맞춤 만이 뜨거운 열을 가라앉힐 수 있고, 어머니의 목소리가 환상들을 쫓아버릴 수 있으며, 어머니의 포옹이 죽음을 덜 무섭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머니를 원하신다...
이 광경을 보고 키레네 사람은 서둘러 십자가를 쳐드는데, 가시관을 건드리지 않고 상처들을 비비지 않도록 아버지와 같은 상냥한 마음씨를 가지고 쳐든다.
내가 작년에 말한 것과 같이, 골고타의 꼭대기는 한쪽이 약간 높은 불규칙적인 사다리꼴을 하고 있는데 거기서부터 산은 그 높이의 반이 조금 넘게 급한 경사로 내려온다. 그 작은 광장에는 벌써 깊은 구덩이 세 개가 준비되어 있는데, 밑에는 벽돌이나 판암따위가 깔려있다. 요컨대 일부러 판 구덩이이다. 구덩이들 바로 곁에 십자가 밑에 두둑을 쌓는 데 쓰일 돌들과 흙이 준비되어 있다. 이와 반대로 다른 구덩이들은 돌이 가득 차 있는 채로 버려져 있다. 소용되는 사람의 수에 따라서 한번은 이 구덩이를 한번은 저 구덩이를 비운다는 것을 알수 있다.
"갈릴래아놈들을 죽여라! 죽여라! 갈릴래야 놈들! 갈릴래아놈들! 저주받은 놈들! 하느님을 모독하는 갈릴래아놈을 죽여라! 그자를 뱃던 태도 십자가에 못박아라! 마귀를 낳은 독사를, 물러가라! 죽여라! 지저분한 녀석과 한패가 된 여자들을 없애서 이스라엘을 깨끗하게 해라!..."
예수께서 또 한번 어머니 곁을 지나가시니 어머니는 신음 소리를 내시며, 겉옷 자락으로 입에 갖다 대서 억제하려고 애쓰신다. 유다인들이 어머니를 보고 웃으며 조롱한다. 요한이, 마리아를 부축하느라고 마리아의 어깨 뒤에 한 팔을 걸고 있는 온순한 요한이 사나운 눈으로 돌아보니, 그의 눈은 인광을 발한다. 여자들을 보호해야 하지 않았더라면 그 비겁한 자들중 어떤 자의 멱살을 잡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예수께서는 말씀을 안하신다. 고통의 길은 끝났다.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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