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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냉장고 안에 있는 상한 두부를 보고 나서......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19-12-19 조회수1,127 추천수4 반대(0) 신고

 

 

지금은 아마 전국 교구가 판공을 보는 시점일 겁니다. 사실 이 판공은 의무적인 판공인 줄 알고 있습니다. 일명 또 한편으로는 사목적인 차원에서 통계자료라든지 이런 걸 만들기 위한 방편도 될 수가 있습니다.

 

오늘은 저희 본당이 판공을 보는 날인데 저는 이미 성사를 봤기 때문에 오늘 본당에는 가지 않았습니다. 오늘 집에 낮에 냉장고 문을 열고 뭘 찾다가 두부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마트에서 약 한 달 전에 샀던 것 같습니다. 두부 세 모 정도되는 크기로 포장이 된 걸로 샀습니다. 제가 오늘 보니 한 모 정도만 먹고 냉장고에 보관을 했던 모양입니다. 며칠 전에 한 모짜리 두부를 하나 동네 마트에서 샀습니다.

 

이때에도 제가 냉장고에 한 달 전에 샀던 두부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또 알았어도 두부가 상했을 겁니다. 오늘 한 달 전에 사둔 두부가 상한 모습을 보며 떠오른 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마치 상한 두부의 모습처럼 우리의 영혼도 관리를 잘 하지 않으면 이 두부처럼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사실 두부가 있었다는 사실을 깜쪽 같이 몰랐습니다.

 

두부 위에 다른 걸 놓아둔 것도 원인이겠지만 무엇보다도 냉장고 안을 잘 들여다보고 가끔 정리를 하며 체크를 잘 했더라면 그걸 제때 유통기간 안에 먹었을 텐데 그러지를 못했던 것입니다.

 

성사를 보기 위해서는 자신이 신앙생활을 하면서 신앙인으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성찰을 하게 됩니다. 제대로 된 성찰을 하고 성사를 보게 된다면 은총으로 되돌아올 겁니다.

 

근데 어쩔 수 없이 의무적으로 하는 거라 하긴 해야 돼서 어쩔 수 없이 성사거리를 만들어내야 하는환경이라 마침 무엇을 하면 좋을까 궁리를 해서 성사거리를 만들어 성사를 보게 된다고 가정하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를 생각해봤습니다.

 

성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은총을 자발적으로 포기를 하는 우를 범하는 꼴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도 지난 8년간의 판공성사를 되돌아 보니 그런 식으로 판공을 봤던 면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 조금 나름 철이 들었는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물론 신앙적으로는 초보 걸음마 수준입니다만 이런 면을 한번 생각해보니 너무나도 어리석은 짓을 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평상시에 성사를 잘 보며 꾸준히 자신의 영혼을 잘 들여다보면서 한다면 별문제는 되지 않을 겁니다.

 

또 한편으로는 판공성사가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학생처럼 시간을 두고 성찰을 해야 되는데 성찰도 요즘 초스피드를 달리는 시대를 반영하는지 빨리빨리 어디 누군가와 경쟁을 하듯이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성사를 볼 때는 대죄를 고백하는 위주로 해서 본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입니다. 소죄는 미사 때 가슴을 치며 뉘우칠 때라든지 아무튼 미사 때 사해진다고 생각해서 일반적으로 하지 않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죄를 고백하는 건 교회의 가르침이지만 또 한편으로 달리 생각을 하면 좀 이상한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도 절도를 해도 작은 물건을 절도를 한 건 절도죄가 아니고 아주 고가의 재물만을 절도를 해야 절도죄가 되는 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사실 냉정하게 달리 생각을 한다면 대죄는 너무나도 큰 죄이기 때문에 잘 인식이 될 수가 있어서 고해성사를 통해서 죄를 사함받고 보속을 통해서 어느 정도 자신의 죄에 대해 정화를 할 수가 있습니다. 문제는 소죄라고 봅니다.

 

어쩌면 소죄는 고해성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소죄를 저질러도 그 죄를 지었을 때 드는 죄책감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에 때로는 소죄에 대해서 죄에 대한 불감증이 생겨 어쩌면 죄를 짓게 되는 일련의 일에 대해서 무감각한 상황으로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옷에 때가 묻어 세탁을 하는 것을 보더라도 때가 적게 묻어 있을 때 세탁을 해야 최대한 원래의 청결한 상태로 복원이 될 수 있습니다. 적은 때도 제때 세탁을 하지 않으면 묵은 때가 돼서 때도 잘 지워지지 않는 걸 잘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방 청소를 할 때 유심히 보면 지저분한 게 큰 것도 큰 것이지만 어떨 땐 작은 쓰레기가 널부러져 있을 때가 더 지저분하게 보일 때가 있을 겁니다. 마치 우리의 영혼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을 한번 해봅니다.

 

사목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소죄는 성사를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평소에 이 소죄도 잘 살펴봐야 건강한 영혼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톨스토이 단편소설 두 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소설 내용이지만 돌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그 소설에서 보면 어떤 두 사람이 성자를 찾아갑니다. 한 여인은 작은 돌멩이를 가져오라고 하고 또 한 여인에게는 큰 돌을 가져오라고 합니다. 큰 돌을 가져온 사람은 다시 그 돌을 제 위치에 쉽게 가져다놓을 수 있었지만 작은 돌을 가지고 온 사람은 그걸 제대로 잘 가져다놓을 수 없었습니다.

 

바로 톨스토이는 이 돌이 죄를 상징하는 걸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저희가 거룩한 사람이 되어라고 하십니다. 거룩한 것은 흠도 없고 티도 없어야 거룩한 존재로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가 평소에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는 소죄가 어떤 의미가 될 것 같습니까?

 

어쩌면 우리의 영혼에서는 흠도 되고 티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본다면 소죄도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 제가 냉장고에서 상한 두부를 본 건 평소에 제가 냉장고에 넣어 둔 음식을 잘 살피지 않아서 그런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상한 두부의 모습을 보니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영혼이 이런 모습이 된다고 생각을 해보니 정말 상상하기가 끔찍했습니다. 오늘 하나 느낀 건 아무리 냉장고에 넣어 음식을 신선하게 보관해준다고 하더라도 장시간은 보장이 되지 않습니다.

 

어떤 것도 오래되면 상하듯이 자신의 영혼 속에 있는 작은 죄도 오래되어 죄의 흔적이 더덕더덕 흉한 모습으로 변해 붙어 있을 거라고 상상을 해보면 소죄도 무시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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