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12월 20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12-19 조회수1,435 추천수12 반대(0)

보스턴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한국에서 선배 신부님이 오셨고, 보스턴 한인 성당 신부님도 만날 겸해서 다녀왔습니다. 잠시 시간을 내서 보스턴 시내를 다녔습니다. 혼자 다니면 잘 모르는 길인데, 봉사자 한 분이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습니다. 강 이름, 길 이름, 성당, 정원, 보스턴 마라톤 대회의 역사를 들었습니다. 역시 설명을 들으니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음에는 며칠 동안 안내해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도 작은 공원이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공원에 안내 표시판을 설치했고, 겨울철을 대비해서 사다리를 갖다 놓았습니다. 안내 표시판에는 공원에서 지켜야 할 내용과 공원에서 하면 안 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개는 목줄을 하고 다니고, 배설물은 가져가야 한다고 합니다. 술은 마시면 안 되고, 불을 피워서도 안 된다고 합니다. 겨울에 얼음이 깨져서 위험하면 사다리를 내려서 도와주라고 합니다. 안내 표시판을 읽으니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셔서 여러 가지 이정표를 남겨 주셨습니다. 우리가 마음을 열고 바라보면 보이는 것들입니다. 우리가 머물고 사는 지구는 하느님께서 만들어 주신 이정표입니다. 온 우주에 우리가 머무는 지구처럼 아름다운 별은 없습니다. , , 공기, 물은 아름다운 자연에 생기를 넣어줍니다. 구름, , , 나무, , 바다, 산은 하느님의 엄위하심과 사랑을 느끼게 해 줍니다. 예술가들은 노래, 미술, 건축, 연극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찬미하였습니다. 흐르는 강물에 빛이 여울지는 걸 보면 참 아름답습니다. 산들바람에 단풍이 흔들리는 걸 보면 아이가 노래에 맞추어 춤추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양심이 있습니다.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은 도와주려고 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에는 매주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라는 지면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신문의 내용을 보시고 많은 분이 후원해 주십니다. 지금 힘들고, 아프고, 외로운 이들의 이웃이 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업적과 능력을 드러내기보다는 숨어서 향기를 전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지난날의 허물과 잘못을 뉘우치고 겸손하게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청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도 좋지만, 넓은 바다처럼 모든 것을 품어주고 받아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양심이 하느님께서 만들어 주신 이정표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언자를 보내 주셨습니다. 예언자는 철학, 사상, 문학, 예술, 종교를 통해서 정의와 공정을 말하고 있습니다. 예언자는 앞날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예언자는 우리가 지구별에 왔으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성찰하게 해 줍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해 줍니다. 처음부터 길이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언자들의 뒤를 따라가니 길이 되었습니다. 아직 해는 뜨지 않았지만 조금씩 동이 트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어스름하지만 칠흑 같은 밤은 지나가고, 여명이 시작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예언자들이 새벽을 밝히는 여명이었다면, 하느님께서는 새로운 이정표를 약속하십니다.

 

오늘 제1 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하느님의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 임마누엘은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라는 뜻입니다. 이젠 이정표가 아니라, 주님이 우리와 함께하실 거라 말하고 있습니다. 여명은 사라지고, 붉은 태양이 떠오르면 천지 만물이 환하게 보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어느 시간과 장소가 아닙니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는 지금 이곳이 하느님 나라가 되는 겁니다. 드디어 복음(福音)의 시대가 열립니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는 것이 바로 복음입니다. 참된 자유, 참된 평화, 참된 행복이 시작됩니다.

 

오늘 복음은 주님이 우리와 함께하시는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 기쁜 소식은 마리아의 응답으로 현실이 됩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능력, 업적, 재능, 권력, 재물, 명예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저 마리아처럼 우리가 응답하면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새 하늘과 새 땅이 시작됩니다. 다윗의 열쇠, 영원한 나라의 문을 여시는 분, 어서 오소서. 어두운 감옥 속에 갇혀 있는 이들을 이끌어주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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