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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12-25 조회수2,374 추천수14 반대(0)

제가 있는 미주 가톨릭평화신문의 사무실에는 평화(平和)’라는 글이 벽에 걸려있습니다. 고인이 되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께서 직접 써주신 글입니다. 31년 전에 시작한 미주 가톨릭평화신문이 미주 지역의 신앙인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평화를 전할 수 있도록 추기경님께서 직접 써 주셨습니다. 추기경님께 감사드리며, 천국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도합니다.

 

추기경님의 자상하신 모습이 기억납니다. 1990년입니다. 부제 서품을 앞둔 신학생들은 추기경님과 면담을 하였습니다. 저도 면담하였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어떤 사목에 관심이 있는지 물어보셨습니다. 서품성구는 무엇으로 정했는지 물어보셨습니다. 긴장했던 마음은 풀어졌고, 저는 군종 사목이나, 청소년 사목에 관심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서품성구는 시편 126장의 눈물로 씨 뿌리는 사람이 기쁨을 곡식을 얻으리라.’를 정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길지는 않은 시간이었지만, 추기경님의 따뜻함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2000년입니다. 저는 적성성당의 본당신부로 있었습니다. 여름 어느 날, 추기경님께 편지를 보냈습니다. 대림 특강과 미사를 청하였습니다. 10월이 되어도 연락이 오지 않아서 포기하려 했을 때입니다. 외국에 다녀오신 추기경님께서 편지를 보셨고, 128일에 오시겠다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추기경님께서 오신다고 하시니 기쁨도 있었지만, 걱정도 되었습니다. 신자들, 군인들, 지역 주민들로 성당은 꽉 찼습니다. 교구에서 가장 작은 성당이었기에 추기경님께서 와 주신 것 같았습니다. 감사했고,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2019년 신문사 벽에 걸린 추기경님의 평화라는 글을 보면서 추기경님과 작은 인연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삶이 시간으로 지나가는 것입니다. 교회는 예수님의 탄생 다음 날에 교회의 첫 순교자인 스테파노 성인의 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세상이라는 시간에 우리를 맡기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시간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세상에 오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상의 것들에 묶여있는 우리에게 하늘의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세상의 것들은 무엇일까요? ‘, 명예, 권력입니다. 화려하게 보이지만 곧 사라지고 말 것들입니다. 세상의 것들을 얻기 위해서는 거짓, 모함, 폭력, 억압이 필요합니다. 욕망이라는 것들은 채우면 채울수록 더욱 갈증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하늘의 것들은 무엇일까요? ‘사랑, 희망, 믿음입니다. 눈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공기와 바람이 소중한 것처럼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것들입니다. 겸손, 희생, 친절의 거름이 필요한 것입니다. 하늘의 것을 추구하는 사람은 나의 욕심이 채워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이웃의 아픔과 이웃의 고통을 먼저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는 스테파노를 통해서 신앙인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됩니다. 그것은 또한 예수님께서 이미 보여주신 길이기도 합니다. 스테파노는 죽음의 순간에 이렇게 기도하였습니다.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죽음의 순간에도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순교란 목숨을 바치는 것만이 아닙니다. 순교란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입니다.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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