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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떠나시는 신부님께......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19-12-27 조회수1,968 추천수2 반대(0) 신고

 

이제 며칠만 있으면 본당 신부님께서 다른 곳으로 가십니다. 어제 성탄 낮 미사 때 공지를 하시면서 아직까지는 공식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씀은 하셨지만 사실 가시는 건 확실합니다. 저는 우연히 며칠 전에 어디로 가시는지도 사실 알게 되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갑자기 우연히 저희 본당을 맡으셨습니다. 안식년을 하시다가 유럽에 계신 모양이었는데 저희 본당으로 발령을 받아 오신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보통 보면 4년 정도 신부님들께서 계시는데 아마 전임 신부님 후임으로 오셔서 어제 3년이라고 말씀하신 것 같았는데 아무튼 그렇게 계시다가 가십니다.

 

오늘 저는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1월 중순부터 굿뉴스 묵상체험방에 글을 올렸습니다. 오늘은 진지하게 고민을 좀 했습니다. 이젠 글을 올리지 말까 하는 고민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글이라는 건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행위일 수 있습니다.

 

삶과 일치를 하면 좋겠지만 삶과 너무 동떨어진다면 그건 위선이고 가식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제 삶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겁이 덜컥 났습니다. 사실 보름 전부터 고민한 게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지금 본당 신부님께서 이제 떠나실 건데 신부님에 대한 글 하나를 올리고 싶었는데 이것에 대해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지금 신부님에 관한 글을 올리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지금까지 신부님과 본당에서 신자로서 생활을 하면서 사실 신부님께서 오해를 하시는지 오해를 안 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몇 가지 일에 대해서 제 혼자 마음으로만 신부님께 해명을 할 수 없는 일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모든 일어나는 일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을 다 하고 살 수는 없는 일도 있습니다. 만약 그런 식으로 살게 된다면 신부님을 떠나 인간적으로 신부라는 사제직을 수행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제 나름대로의 생각 때문에 신부님께 저 하나만이라도 그런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서 제가 신부님께서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여부와 상관없이 설령 신부님께서 오해를 하시더라도 마음은 일일이 신분님 이렇고 저렇고 해서 제가 이렇게 했습니다.” 라고 시시콜콜 말씀을 드릴 수 없었습니다. 딱 한 가지만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지금 외국에 나가계신 신부님과 약속을 한 게 있었습니다. 신부님께서 부탁을 하신 일이 있었습니다. 자세하게는 설명을 할 수가 없습니다만 그 신부님 부탁대로 했을 때 제 입장이 좀 아주 곤란한 점이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다시 외국에 계신 신부님께 부탁드려 저의 곤란한 점을 말씀을 드려 수정을 했기는 했습니다만 이런 사정을 모르시는 본당 신부님께서는 자칫 잘못하면 제 입장에서 봤을 땐 물론 그게 신부님의 부탁으로 하신 걸 모르시는 상황에서는 약간 건방진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는 거라 저도 한편으로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외국에 계신 신부님과는 약속을 했습니다. 이 사실은 저와 신부님만 알고 있기로 했습니다. 외국에 계신 신부님은 수도사제라서 어쩌면 또 이런 건 본당에서 계시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미묘한 문제를 잘 모르실 수도 있습니다.

 

저도 본당에 몸을 담고 있는 몸이라 신부님과 안 보고 지낼 수 있는 사정이 아니기에 한번은 이런 사정을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봤을 때는 신부님께서 그 부분에 대해 약간 오해를 하실 수 있었을 겁니다. 제가 신부님이었더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모르겠습니다. 그날 그런 사정을 들으시고 만약 신부님께서 오해를 하셨다면 아마 말씀은 하시지 않아도 풀리셨을 겁니다. 오해를 하시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건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아무튼 이런 사례처럼 신부님과 저 사이에 이런 경우가 저에겐 몇 번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매번 이런 식으로 대처를 한다는 건 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신부님께 무슨 감정이 있는 건 전혀 아닙니다. 저는 지금 이런 일을 말씀드리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제가 지금 기억이 확실히 나지 않습니다만 제 어머니 장례미사를 하고 나서 신부님께 간단하게 문자로 감사함을 전했지 싶은데 확실하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성가대 자매님께는 확실하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장지를 가면서 차에서 보낸 건 기억이 확실히 납니다만 아무튼 신부님을 모시고 감사한 마음에 식사 대접을 해드렸습니다. 그건 순수한 저의 마음의 표시였습니다. 제가 지금 이 글을 쓰는 건 마지막으로 신부님께 감사함을 전하려고 하는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신부님의 강론을 많이 들었습니다.

 

올해 신부님의 인상 깊은 강론이 하나 있어서 신부님의 강론을 올렸던 적도 있습니다. 발효신앙이라는 그런 내용입니다. 사실 사람마다 생각하는 취향이 다르고 받아들이는 감성이 다르기 때문에 저는 사실 신부님의 강론 내용은 좋지만 저한테는 그다지 와 닿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장례미사 때 신부님께서 강론을 하셨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하느님 품에 보내드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간적으로는 가슴 아픈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신부님의 강론을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사실 들으면서 신부님께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제가 봤을 때 그때 신부님의 강론은 저희 집에서는 제 혼자만 성당을 나오는 입장이고 극적으로 장례미사를 할 수가 있었기에 아마도 신부님께서 강론을 준비하실 때 믿지 않는 가족을 상당히 염두에 두고 강론 준비를 하신 것이고 준비를 하시는 과정에서 고뇌를 많이 하신 걸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제가 언어를 가르치는 사람이라 그런 쪽에는 아무래도 감각이 있지 않겠습니까?

 

슬픔 속에서 듣기는 했지만 제가 가진 감성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성가대에서 울려 펴져 나오는 그날 전례곡을 들으면서도 믿지 않는 가족이 이런 은혜로움을 느낄 수가 있어서 하느님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이 또한 어머니 장례미사를 통해 어머니께서 마지막으로 주시고 가시는 선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저는 신부님께서 이 글을 보실지는 잘 모릅니다. 신부님께서 보셨으면 하는 의도로 올리는 게 아닙니다. 다만, 이 사실을 이 싸이트에 올리지만 저의 이런 마음이 하느님께는 전달될 겁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이런 저의 마음을 신부님께 전해주시리라고 믿고 싶습니다.

 

신부님, 다른 건 몰라도 그때 제 어머니 장례미사 때 신부님께서 신경을 많이 써 주셔셔 강론하신 것 잊지 않겠습니다. 그 감사함은 정말 잊지 않겠습니다. 저는 신부님께서 어디로 발령이 나시는지 알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가시는 곳에서 몸 건강하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신부님께서 다리를 다치셔서 깁스를 했을 때 마음은 신부님께 여러 차례 걱정스런 제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그게 어쩐지 신부님한테는 쉽지를 않았습니다. 제 성격으로는 그렇지 않은데 저도 제 자신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쪼록 제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그 한 마디 말씀을 전하지 못하면서 신부님을 뵙는 제 마음이 정말 천근만근이었습니다. 지나간 이야기이지만 그때 제가 가진 제 마음 조금이나마 이해를 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가시는 곳에서도 영육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본당에서 사목하시느라 많이 힘드셨을 겁니다. 저도 어쩌면 신부님을 조금 힘들게 해 드린 부분도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랬더라면 부족한 신자라서 그러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마지막으로 영육간 건강하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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