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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12-27 조회수1,938 추천수14 반대(0)

미국에서 운전하면서 교통법규를 잘 지키게 됩니다. 준법정신이 있기도 하지만, 워낙 범칙금이 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조심해야 하는 장소가 있습니다. 첫째는 학교 앞이나, 통학버스 앞입니다. 학생들을 먼저 보호하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은 판단력이 어른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길에서 작업하는 사람입니다. 위험한 상황에서 작업하는 사람이기에 더욱 보호받아야 합니다. 길에서 작업하는 사람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서입니다. 셋째는 소방차, 구급차, 경찰차입니다.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차량에 우선권이 있다고 합니다. 다양한 민족이 살아가는 미국 사회에서 국가의 공권력은 존중받아야 하고, 지켜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죄 없는 아기들의 순교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이날을 기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할 아이들이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현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풍요로운 이 시대에도 가난, 질병, 기아에 방치된 아이들이 있습니다.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입양원에서 새로운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학교에 가지 못하고 거리에서 구걸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전쟁과 폭력의 상황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상처를 입고, 죽어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이의 인격과 꿈을 키워주기보다는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는 능력과 기술을 먼저 가르치기도 합니다. 나눔, 배려, 사랑을 배우기보다는 경쟁, 능률, 성공을 배우기도 합니다.

 

어떤 분이 고통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고통은 우리의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아이가 뜨거운 것을 못 느낀다면, 아이가 추위를 못 느낀다면, 아이가 숨을 쉴 수 없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면 아이는 어른으로 성장하기 전에 신체장애를 얻을 것입니다. 고통은 경험을 통해서 우리의 몸을 위험으로부터 피하게 만들어 줍니다. 고통은 소중함을 알게 합니다.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자녀들을 더욱 소중하게 여깁니다. 이는 출산의 고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작가에게는 자신의 쓴 작품들이 무척 소중할 것입니다. 그런 작품을 쓰기 위해서 수많은 날을 고민하고 갈등했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장만한 집이 소중한 것은 그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기 때문입니다. 그저 주어진 집은 편하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소중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고통은 공동체를 어둠에서 빛으로 이끌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소방공무원이 위험을 무릅쓰고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른 새벽 환경미화원이 거리를 쓰는 것은 도시를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태석 신부님께서 저 멀리 아프리카에 가서 모든 것을 내어 주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도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주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른 것도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입니다. 고통은 우리의 삶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삶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성탄의 기쁨은 인생이 기쁨과 즐거움만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성탄의 기쁨은 가난한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성탄의 기쁨은 어둠을 밝히는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성탄의 기쁨은 십자가와 부활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신 예수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슬픔과 고통이 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슬픔과 고통 속에서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의 영광을 찾는 것입니다. 기쁨과 즐거움이 인생의 전부도 아닙니다. 그 안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은총과 하느님의 축복을 감사하게 여기는 마음이 참된 기쁨이요 행복입니다.

 

예수님의 방법은 철저한 섬김이요, 나눔이었습니다. 권력을 지녔지만 사용하지 않았고, 섬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섬기는 삶을 살았습니다. 오늘 독서는 우리 신앙인들이 가야할 길을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과 친교를 나눈다고 말하면서 어둠 속에서 살아간다면, 우리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고, 진리를 실천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께서 빛 속에 계신 것처럼 우리도 빛 속에서 살아가면, 우리는 서로 친교를 나누게 되고, 그분의 아드님이신 예수님의 피가 우리를 모든 죄에서 깨끗하게 해 줍니다.”

 

주님!

세상을 떠난 무고한 사람, 억울한 사람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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