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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나는 찰라의 순간동안 허공을 맴돌다 사라져가는 한 소리에 불과합니다!)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20-01-02 조회수1,244 추천수2 반대(0) 신고

 


스테파노신부님복음묵상

나는 찰라의 순간동안 허공을 맴돌다 사라져가는

한 소리에 불과합니다!

세례자 요한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솔직한 증언은 읽을 때 마다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당시 그는 전국민적으로 선풍적인

인기와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던

전국구 인물이었습니다.

요르단 강에서 시작된 그의 세례 운동,

신앙 갱신 운동은 전 국민적인 이슈였습니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통쾌한

촌철살인의 말씀은 유다인들의 마음에

회개의 마음을 불러 일으켰고 세

례로 이끌었습니다. 그의 가르침은

종래 다른 예언자들이나 교사들로부터는

들을 수 없었던 신선한 것이어서,

군중은 크게 환호했고, 너나할 것 없이

그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예루살렘의 종교지도자들과

유다 당국자들 역시 세례자 요한의

존재감에 대해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마음 한켠에는 혹시 이 사람이

오시기로 된 메시아가 아닐까? 하는

기대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보내서 질문을 던진 것입니다.

당신은 누구요?”(요한복음 119)

세례자 요한의 대답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그는 서슴치 않고

시원시원하게 고백했습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요한복음 120)

세례자 요한의 단호한 대답

나는 당신들이 기다리고 있던

메시아가 아니다.’라는 말에는

심오한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스스로를 가르켜

에고 에이미(jEgw eijmi, 나는 ~이다.

나는 있다)라고 말씀하신 것에 반해,

요한은 에고 우크 에이미(jEgw oujk eijmi,

나는 ~아니다, 나는 없다)라고 외친 것입니다.

에고 에이미라는 이 표현은 체포하러 온

적대자들 앞에 서신 예수님 입에서

다시 한번 흘러나옵니다. 수난 직전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에도

예수님께서는 단 한걸음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당당하고 외치십니다.

에고 에이미.”(나다. 내가 바로 그니라)

반면에 베드로는 체포된 스승님께서

큰 수모와 고초를 겪고 계실 때,

누군가당신도 저 사람의 제자 가운데

하나가 아니오?”라고 물었을 때,

세번씩이나 에고 우크 에이미(나는 아니오)라고

거듭 대답하며,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이런 면에서 세례자 요한의

에고 우크 에이미(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라는

대답은 얼마나 멋지고 당당한 것인지 모릅니다.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신원에 대해

조금도 부풀리거나 과정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은 어떠한 유형의 메시아적 인물이

아님을 강조합니다. 그는 메시아적인

모든 역할로부터 자신을 철저히 배제시킵니다.

그러한 기대는 오로지 자기 뒤에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채워져야 할 것임을 외칩니다.

세례자 요한은 자신에게 주어진

직분은 유한한 것이라는 것,

자신의 역할은 잠정적이고

일시적이라는 것임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지극히 겸손한

인물이었습니다. 철저히 자신을

낮추고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거듭되는 유다인들의 질문에 종지부를

찍는 세례자 요한의 대답 역시 멋집니다.

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

(요한복음 123)

그는 스스로를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라고 소개합니다.

찰라의 순간동안 허공을 맴돌다

사라져가는 소리에 불과하답니다.

해가 떠오르는 즉시 증발하고 말

풀잎 끝에 맺혀 있는 한 방울

이슬같은 존재와 같답니다.

작은 직무 하나 맡았다고 뭐라도

되는 양, 무소불위, 안하무인이 되고 마는

우리에게 에고 우크 에이미’‘

나는 아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라는 세례자 요한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증언은 참으로 아름답고도 감동적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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