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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런 바보라면 바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작성자강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20-01-04 조회수1,472 추천수1 반대(0) 신고

 

오늘 이른 아침에 먼저 굿뉴스 묵상글 중에서 서광석 신부님의 묵상글을 제일 먼저 봤습니다. 저한테는 짧고도 강한 어떤 메시지를 주시는 것 같아서 그 여운이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도 뭔가 짧은 글을 써서 남에게 감동을 주고 싶은데 그런 글을 보니 가슴이 뭉클한 아침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순간 어디 한 곳에서 가슴에 꽂힌 대목이 있었습니다.

 

주일 복음에 나오는 내용 중에 동방박사가 예수님께 경배드리면서 바치는 선물 중 하나인 유향입니다. 유향은 알지만 유향의 의미를 신부님께서는 하느님께 드리는 향이라고 표현을 사용하셨습니다. 알기는 알지만 언어라는 건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뉘앙스가 달리 전달되곤 합니다.

 

원래 뉘앙스의 의미가 미묘한 차이라는 뜻입니다. 저는 어제 금요일 오전에 본당 미사에 참례했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성전에서 나와 본당 마당을 지나치는데 본당 자매님이 얼핏 차에 탑승하는 모습을 스쳐지나가면서 봤는데 짧은 순간이었지만 표정이 좀 이상했습니다.

 

얼굴이 많이 굳어져있었습니다. 그때 느낀 느낌으로는 어디 마음에 상처를 받아서 그 느낌이 얼굴에 묻어난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왜 그렇게 느꼈느냐하면요 지금까지 근 8년 동안 신앙생활하는 동안 자매님의 표정을 보면서 어제와 같은 그런 표정을 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항상 표정이 밝습니다.

 

제가 누나라고 문자로 보내고 하면 좀 어색한지 반응이 별로 안 와서 이젠 그런 장난은 하지 않는데 아주 가끔 특별한 일이 있는 경우에는 형재애로써 기분을 돋구는 그런 메시지도 한번씩 하곤했습니다. 그렇게 지내는 사이입니다. 사실 좀 이뿌장합니다.

 

주일학교 교사도 오래했습니다. 몇 년 전에 주일 학교에 다니는 크리스티나라는 애를 가르친 적이 있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이 자매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제가 대화를 하는 중에 이렇게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있잖아. 너네 주일학교 쌤 이쁜 쌤있잖아. 요세피나 쌤 말이야.

 

이렇게 말을 하니 애가 한다는 소리가 쌤!, 그거 화장빨이예요. 이렇게 말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순간 너무 웃음이 나와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자매님께 이 이야기를 우스갯소리로 한번 지나가는 말로 할까 하다가 그냥 말았습니다. 이 자매님에 대해 평소 제가 이런 느낌으로 생각하며 지냅니다.

 

저 같은 사람한테도 항상 만날 때마다 밝게 상냥한 표정으로 인사를 해 주기 때문에 그래서 제가 어제 그렇게 느꼈던 것입니다. 군대도 갔다온 아들도 있고 형제님도 본당에서 중요한 일을 맡아 하고 있습니다 어제 그런 표정을 보니 순간 마음이 짠했습니다.

 

얼마 전에 본당에서 뭔가 제가 들은 이야기고 있고 해서 나름 마음이 아프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 일 때문일 것 같다고 지레 짐작을 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좀 아팠습니다. 이름을 공개하면 안 되는데 사실 오늘 이 글을 올리는 계기가 그 자매님의 이름과 관련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개를 해야 되는 그런 사정입니다. 유미향입니다.

 

신부님 복음 묵상글에 유향을 언급하시는 대목에서 하느님께 바치는 향이라는 이 글을 보는 순간 저는 자매님이 떠올랐습니다. 만약 평소 같았으면 전혀 떠올리지 않았을 건데 어제 그런 일도 있고 해서 떠올랐을 겁니다.

 

순간 저는 자매님께 마음이라도 잔잔한 기쁨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 기쁨에는 위로의 의미도 있을 겁니다. 아침에 문자를 했습니다. 문자를 보낸 내용을 공개하겠습니다. 찬미예수님, 늦었지만 새해 은총 가득한 축복 많이 받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주일 복음을 보며 순간 자매님이 생각나 잠시 문자를 드립니다. 동방박사가 예수님께 경배드리면서 바치는 예물 가운데 유향이 있습니다. 유향은 하느님께 드리는 향입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났습니다. 요세피나 유미향이라는 단어가 제 머리를 스쳤습니다.

 

제가 애들 영어를 가르치다 보니 순간 유 당신은 미향이라는 상상이 됐습니다. 미향은 아름다운 향, 하느님께 드리는 향은 어떤 향이겠는가. 바로 아름다운 향. 고로 유미향은 당신은 아름다운 향. 바로 하느님께 드리는 향. 고로 미향은 하느님께 드리는 경배 선물.

 

이런 식으로 제가 상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 순간 이런 상상을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왜 전해드리고 싶었을까요? 저는 잘 모릅니다. 사람이라는 인간은 심리학적으로 어떤 상대에 대해 그 사람을 바라볼 때 고정된 그 사람만의 고유 이미지가 있습니다.

 

어제 낮미사를 갔습니다. 성당 마당을 나설 때 차에 타는 자매님의 스치는 모습의 얼굴을 봤습니다. 지금까지 본 자매님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어제 제가 순간 본 느낌이었지만 어딘가 모르지만 약간 마음에 어떤 상처를 입은 것 같은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순간 저도 모르게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가슴이 좀 아렸습니다. 제가 잘못 볼 수도 있습니다. 잘못 봤다면 다행이고 만약 제대로 봤다면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지금 가지고 계신 무거운 마음 훌훌 털어버리시길 바라며 화살기를 드립니다.

 

복음을 보다가 어제 그런 생각을 했는데 마침 복음에 유향이 나오다 보니 순간 자매님 생각에 아무것도 아니지만 작으나마 용기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주제넘지만 문자를 드립니다. 전 말할 수 없지만 평소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하는 게 있습니다.

 

제가 해 드릴 게 아무것도 없지만 글로써나마 잠시 마음에 잔잔한 기쁨을 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전합니다. 어제 제가 느낀 느낌이 기우였기를 바랍니다. 주 하느님의 은총이 그대와 함께 하시기를.........

 

이렇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조금 전에 문자 답장이 왔습니다. ㅍㅎㅎ 제가 여태 아파서 입원해 있다가 엊그제 퇴원했어요~~ 다 좋은데 몸이 부실한 건 말고요. ㅋㅋ 기도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왔습니다. 이 문자 보고 저는 웃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바로 답장을 했습니다.

 

하하.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하고 보냈습니다. 다행히 상처는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제가 봤을 땐 얼마 전에 제가 들은 그 내용이 조금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지만 그 내용을 문자에서 말씀을 드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자매님도 그냥 조금 아팠다고는 하지만 아무튼 제가 생각했던 게 원인이 됐든지 안 됐든지 그것보다는 그래도 어제 본 표정에 대한 느낌은 확실하게 맞은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유야 어찌 됐든지 그냥 단순히 몸만 아파서 병원에 가셨다고 한다면 제가 어제 자매님을 보며 한 생각이 엉뚱한 생각이었을 겁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설령 그게 바보 같고 멍청하고 엉뚱한 생각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그건 왜 그렇겠습니까? 그게 바로 형제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바보 같은 생각이라도 하지 않았겠습니까?

 

저는 오늘 신부님 묵상글을 보면서 사실 그런 마음이 일어난 거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하느님께서 저를 사랑하시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직접 말씀을 해 주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렇게 해 주셨으면 하고 믿고 싶을 뿐입니다. 이와 별도로 하느님은 저를 두고 하는 말씀이 아니라 어쩌면 저처럼 바보 같은 사람을 왠지 사랑하실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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