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율법학자 가믈리엘이 그리스도인이 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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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현희 | 작성일2020-01-10 | 조회수1,256 | 추천수0 | 반대(0) 신고 |
성모님은 조금도 변하지 않으신 것 겉다. 그 모습은 신선하고 차분하다. 아드님의 죽음과 하늘로 돌아감,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최초의 박해로 인한 고통으로 그분의 얼굴에 남겨졌던 흔적은 모두 사라졌다. 세월이 이 부드러운 얼굴에는 그 자취를 남기지 못하였고 나이도 그 신선하고 깨끗한 아름다움을 변하게 할 힘이 없었다. 까치발 달린 탁자에 켜놓은 등잔은 펄럭이는 빛으로 성모님의 작고 날랜 손과 토리개에 감긴 삼실 뭉치, 가는 실, 돌아가는 물레가락, 모아서 목덜미에 크게 매듭 지어놓은 금발을 비춘다.
문지방에는 가믈리엘이 나타나서 서 있다. 가믈리엘은 이제는 대단히 나이가 많아보인다. 그리고 어깨를 감싸고 있는 달빛 때문에 말하자면 인광을 발하는 것 같이 보이는 흰 옷을 입은 그가 어떻게나 말랐는지 꼭 유령 같다. 그것은 나이보다도 오히려 사건과 가책과 수많은 일들로 인하여 쇠약해지고 압도된 가믈리엘이다.
"오!...오래 전부터지! 내 시력은 그 때부터...그 때부터...즉시 약해지기 시작했어. 그렇지. 지진으로 인해서 성전의 휘장이 찢어지고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 육중한 벽이 흔들릴 때까지 사람을 비추기 위해 오신 참 빛을 알아볼 줄을 모른 때부터 그랬어. 그것은 정말 성전의 지성소와 훨씬 더 참된 지성소, 즉 아버지의 말씀, 영원하신 외아들을 가리는 이중의 휘장이었지. 이 지성소는 아주 깨끗한 인간의 육체라는 휘장에 가리워져 있다가 그분의 수난과 영광스러운 부활로 비로소 그분이 어떤 분이시라는 것, 즉 그리스도, 메시아, 임마누엘이시라는 것이 나를 위시한 가장 우둔한 사람들에게 드러났어. 그 순간부터 어두움이 내 눈동자에 내려덥히기 시작해서 점점 더 짙어갔네. 내게 대한 당연한 벌이지. 얼마 전부터 나는 완전히 소경이 되었네. 그래서 왔네..." 요한은 그의 말을 막고 묻는다. "혹 기적을 청하시려고요?" "그렇지. 큰 기적을. 저는 이 기적을 참 하느님의 어머니께 청합니다."
"그렇지만 여기 탁자 곁으로 와서 앉으세요. 선생님은 지치시고 연로하시니, 더 이상 피로해지지 마세요."
그러면서 동정심을 가지고 요한과 함께 그를 식탁 곁으로 데려다가 의자에 앉히신다. 가믈리엘은 성모님의 손을 놓기 전에 공손하게 손에 입맞춤을 하고 말한다.
저는 이 세상을 더는 보지 못하게 되고, 또 눈이 보이지 않음으로 인해서 성전과 최고법원의 일체의 직책에서 해방된 것이 기쁘기까지 합니다. 아드님과 그분께 충실한 사람들에 대해 몹시 불공평한 성전과 최고법원 말입니다. 제가 지능과 마음과 정신으로 보기를 갈망하는 것은 예수님 그 분이십니다. 하느님의 거룩한 어머니이신 어머님과 지극히 순결한 요한과 살아있는 동안의 야고보와 또 다른 사람들이 틀림없이 볼 것과 같이 제 안에서, 제 영 안에서 그분을 영적으로 보기를 갈망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이들의 어렵고 몹시 방해를 받는 성직을 돕고자 합니다. 제 전체를 바쳐 그분을 사랑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 사랑으로 제 죄값을 치르고 용서를 받아.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그분을 보기를 갈망합니다. 이제는 영원한 생명을 얻을 자격이 없습니다만"
그는 식탁에 얹은 팔위로 머리를 숙이고 운다. 성모님은 흐느낌으로 흔들리는 그의 머리에 한손을 얹으시고 대답하신다.
하느님께서는 이처럼 강하고 충실한 믿음을 가진 사람은 용서하십니다. 부당하게 고소를 당한 어떤 사람의 진짜 성질에 대해 의심을 가지고 있고, 그 사람에 대한 사형선고가 부당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거기에 가담하기를 원치 않는 사람은 하느님께서 한층 더 용서하십니다. 진리를 보는 선생님의 영적인 눈은 그 독성적인 행동에 동의 하지 않기 위해 최고법원을 떠난 그 순간부터 점점 더 밝아졌습니다. 선생님의 그 영적 통찰력은 선생님이 성전에 계시다가 그리스도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고대하던 표가 실현되는 것을 보셨을 때 한층 더 커졌습니다. 그리고 또 이제는 싸늘하게 되고 생명이 끊어진 내 아들의 십자가 아래에 와서 그 고민에 빠진 힘찬 말로 기도를 하셨을 때 그 통찰력은 한층 더 커졌습니다. 그리고 말을 하거나 외따로 물러가는 것으로 내 아들의 봉사자들을 옹호하고 최초의 순교자들에 대한 사형선고에 관여하고자 하지 않으실 때마다 그 통찰력은 거의 완전해졌습니다. 가믈리엘 선생님, 선생님의 고통과 정의와 사랑의 행위 하나하나가 선생님 안에서 영적인 통찰력을 크게 했다는 것을 믿으세요."
저는 고집스럽게 인간적인 표를, 돌들이 흔들리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예언자들이 예언한 모퉁이 돌이라는 것을, 벌써 세상을 흔드는, 히브리인들과 이교도들의 온세상을 흔드는돌, 그 말씀과 기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돌이라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분을 보면서도 그분이 행하거나 말하는 모든 것이 그분의 아버지의 뚜렷한 표가 나타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고집을 용서하실 수 있겠습니까?"
"가믈리엘 선생님, 지혜의 본거이고 은총이 가득한 여인이며, 내게서 육체를 취한 분을 통하여, 또한 그가 내게 준 은총으로 초자연적인 지식이 가득한 내가 선생님께 좋은 의견을 드릴수 있다는 것을 믿으실 수 있습니까?"
"아! 예, 믿고 말고요! 바로 어머님이 그런 분이시라는 것을 믿기 때문에 빛을 얻으려고 어머님을 찾아 온 것입니다. 틀림없이 어머님이 잉태되실 때부터 당신 지혜의 빛을 가득 채워주셨을 하느님의 딸이요 어머니요 정배이신 어머님은 제가 평화를 얻고, 진리를 찾아내고, 참 생명을 얻기 위해 가야 할 길을 가르쳐주실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제 잘못을 하도 뼈저리게 자각하고, 제 영적인 비참에 하도 찍어눌려서 감히 하느님께 가기 위하여는 도움이 필요할 지경입니다."
요한이 그의 말을 막고 이렇게 말한다. "가믈리엘 선생님, 선생님 생각은 틀렸습니다. 우선 제가 제일 먼저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그리스도의 양떼의 어린 양이라고 말씀하실 수 있을 그날을 대단히 큰 은총의 날로 표해 놓겠습니다. 제가 만일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그분의 제자가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그리스도께서는 저희들에게 모든 사랑들 그중에서 특별히 가장 약하고 병들고 길잃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이해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런데 저희들은 그리스도께서 뉘우치는 죄인들이나 아버지께로 돌아오는 탕자들이나 길잃은 양들에 대해서 항상 사랑이 가득하신 것을 보았습니다. 막달라 마리아에서 사마리아 여인에 이르기까지, 아글라에에서 도둑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께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자비로 구제하셨습니까! 유다도 뉘우쳤더라면 그의 최고의 죄악도 용서해 주셨을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유다를 아주 여러 번 용서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 그의 모든 행동을 아시면서도 그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는 저만이 알고 있습니다. 저를 따라 오십시오. 그러면 선생님을 하느님의 아들과 구세주 그리스도의 형제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성모님은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그를 껴안으시며 말씀하신다. "하느님께서 선생님께 평화를 주시기를 바랍니다. 선생님은 이스라엘의 세력있는 우두머리들의 반발을 두려워하지 않고, 선생님의 진짜 생각을 그들에게 보임으로써 그럴 자격을 얻으셨으니 평화와 영원한 영광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느님께서 항상 선생님과 함께 계시기를 바라며, 강복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성모님은 가믈리엘의 숙인 머리에 십자가를 그으신다. 그리고는 요한과 함께 그가 일아나는 것을 도와주시고 문까지 배웅하시고, 요한에게 인도되어 참 생명을 향하여 멀어져가는 것을 바라보시며 서 계신다. 인간적으로는 끝났지만 초자연적으로 새로 만들어진 사람인 그를.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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